▲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이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언론은 물론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연일 도를 지나친 언행이 한국교회 전체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앞서 MBC 창사기획 <스트레이트> 보도에 대해 ‘기독교에 대한 종교탄압’으로 규정한 전 목사가 이번에는 비상시국선언문을 통해 현 대통령 하야까지 요구해 자격논란뿐 아니라, 목사직을 그만두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듣고 있다.

실제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문재인 정권은 그들이 추구하는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청와대를 점령하고 검찰, 경찰, 기무사, 국정원, 군대, 법원, 언론, 심지어 우파시민단체까지 완전 점령하여 그들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한기총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여 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기관의 수장이 내뱉은 말은 일파만파 교계는 물론 사회로까지 확산됐다. 전 목사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는 극에 달했다.

이미 전 목사의 계속되는 막말 등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보지 못했던 한기총 박중선 목사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기총 대표회장의 거짓말, 막말, 망언으로 한기총의 위상이 추락하고 그야말로 한국교회와 온 국민에게 추태를 보인 전광훈 목사는 일말의 부끄러움을 안다면 하루속히 대표회장직에서 사퇴 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해, 한기총 내홍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결국 한측은 대표회장 사퇴를 촉구하고, 다른 한측은 비대위의 주도적인 5명에 대해 해임안을 다루는 등 다툼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한기총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자중지란 형국이었는데, 이번 전 목사의 시국선언문 발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마치 이 기회에 뿌리라도 뽑아내겠다는 각오였는지, 그 어떠한 외부적 바람이나 소망에도 굴하지 않고(?) ‘MY WAY’를 외치며 진격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로서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이 보수를 대표하는 투사라도 된 듯이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거침없이 요구하고 나선 유일무이한 목사 타이틀을 얻게 된 셈이다.

이러한 전 목사의 의지는 시국선언문에 잘 드러나 있다. 전 목사는 △6만5000 교회 및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을 대표하는 한기총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이루어 놓은 세계사적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정치권은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4년 중임제 개헌을 비롯해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자 내년 4월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헌법선거를 실시할 것 등을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대한민국 바로세우기를 위하여 우리 한기총이 지향하는 국민운동에 함께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마치 한국교회 전체의 입장인 마냥 거침없이 현 정권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전 목사의 바람과는 달리 한국교회 대다수는 반대의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평소 전 목사의 언행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측에서도 강도 높게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7일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조직 아니다’란 성명을 내고 전 목사를 향한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기윤실은 “한기총은 한국교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치우친 소수 집단에 불과하다”면서,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교회 연합 조직의 대표성을 잃은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윤실은 “한기총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판정을 받은 단체들의 지위 세탁 공간이나, 개인적인 정치 욕망,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해 기독교의 이름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활동 무대가 돼 버렸다”면서, “한기총이 대표성을 잃어버리고 극단적 정치 이념단체로 변질한 지 오래됐음에도 극단적 혐오 발언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한기총 활동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일부 정치 세력과 언론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정당과 언론이라면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지 사실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며, “예수의 정신을 실천하며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단체들을 적극 발굴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기독당 대표 박두식 목사도 성명을 통해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하야 운운하는 것은 합리성과 객관성,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의 선택권 등을 부정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목사직분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인격과 품위에 상당한 문제가 있기에 전광훈 목사 소속교단은 제명과 동시에 목사직 또한 박탈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도 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기총 전 목사에 대해 “목사직을 그만두라”고 까지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고 자칭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기독교에도 어울리지 않고, 더군다나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그런 발언이 될 수가 없다”면서, “그건 너무 수준 이하의 발언이고, 낮은 수준의 정치적인 발언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기독교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고 피력했다.

덧붙여 “한국 기독교의 명예를 아주 크게 훼손시켰다”면서, “(전 목사는)조용히 물러나서 회개하고 아주 건강한 시민으로 봉사하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국교계는 전 목사의 시국선언문의 내용과 주장에 대해 “전 목사의 정치 성향과 그간의 정치적 행보를 볼 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평가다. 특히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당선되는 순간부터 기독교의 정치세력화를 우려했던 이들은 “전 목사가 기독교 정치세력화를 강조하며, 한기총을 사유화시켰다는 비대위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비대위의 한 목회자는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 되면서 한기총이 전 목사의 정치적 사유화로 인해 기독교연합기관 본연의 사명을 벗어난 정치집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또한 망언으로 인해 전도의 길이 막히고 있다”며, “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한기총 대표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또다른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도 “일부 교회지도자들이 추진하는 편향적인 세속정치 참여와 극단적인 발언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으며, 교회의 하나 됨을 허무는 행위”라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국민된 교인의 자유권에 속하여 정치참여를 왜곡할 수 있는 정치적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교회의 성결에 집중하여 하나됨과 본질 회복에 앞장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전 목사의 ‘전라도 빨갱이’, ‘전라남북도 분리설’ 발언과 같은 막말과 전횡에 반기를 든 한기총 비대위가 오는 10일 기독교연합회관 앞서 전광훈 목사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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