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도시를 걷는 문장들/강병융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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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 시를 읽다

몰타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지중해의 섬나라. 유럽에서 유일한 영국 연방 회원국으로 시칠리아섬에서 90㎞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프리카 북단에서도 200㎞ 남짓 떨어져 있다. 몰타는 그 작은 영토에 유럽, 아프리카, 아랍 문화를 다 품고 있다. 대부분의 몰타 사람들은 성당을 다니지만, 여기저기에 아랍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들은 영어와 아프리카·아시아어족에 속하는 몰타어를 사용한다.

슬로베니아 류블라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소설가인 저자는 아름다운 휴양지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에서 김이듬의 시집 〈표류하는 흑발〉을 읽는다. ‘지난 일이잖아 잊어/기억은 오물 빠지고 남은 시멘트벽 기름때/지금 여기를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오래된 잡화점 같은 나는 한꺼번에 사면 싸게 파는 약방에서 잡다한 약을 삼킨 것 같다/임시로 숨 쉬는 것 같아/옥상에서 가설극장 카펫을 청소한다’(김이듬의 시 ‘비탄 없이 가난한’ 중).

저자는 다시 발레타에 간다고 해도 김이듬의 시를 읽을 거라고 말한다. 휴식의 순간에도 삶은 고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싶어서란다.

〈도시를 걷는 문장들〉은 몰타 발레타,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20개국 22개 도시에서 읽은 22권의 책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다. 유럽 거리를 느긋하게 누비며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저자의 모습이 낭만적이다. 소소한 행복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보여준다. 강병융 지음/한겨레출판/296쪽/1만 5000원. 김상훈 기자 neato@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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