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3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기본소득 관련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1회 경기도 기본소득박람회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로봇과 AI(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해 ‘기본소득’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3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국제컨퍼런스 TrackⅡ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공유부와 기본소득’ 세션에서 이노우에 도모히로 일본 고마자와대 교수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한 시대, 기본소득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노우에 교수는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느냐, 양극화를 심화시키느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며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대규모 실업인데 이는 인공지능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초의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방직기의 등장은 직물 노동자의 실업으로 이어졌고,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마차와 이를 운전하는 마부들이 직업을 잃기도 했다”며 “이렇듯 직업이 사라지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상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즉,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던 일인 만큼 현대에 새롭게 등장한 문제는 아니라는 게 이노우에 교수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일까. 이노우에 교수는 ▲사라진 일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고용의 부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폭발적인 생산량을 받쳐줄 수요 감소 ▲심각한 양극화를 꼽았다.
이노우에 도모히로 일본 고마자와대 교수는 4차산업혁명시대,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로 ▲사라진 일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고용의 부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폭발적인 생산량을 받쳐줄 수요 감소 ▲심각한 양극화를 꼽았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그는 “과거에는 3명의 노동자가 1대의 차를 생산했다면, 새로운 기계가 등장하면서 2명이 1대의 차를 생산하게 됐다”며 “지금까지는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함께 늘면서 나머지 1명도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에 투입될 수 있었다. 문제는 수요가 늘지 않을 때 생긴다. 결국 잉여 인력은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특화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현실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AI를 장착한 드론이 자동으로 물건을 배송하기 시작하면, 배달원들은 대거 실업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 세계 36개국으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9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5~20년 내 전 세계 일자리의 14%가 완전히 자동화되며, 다른 32%의 일자리는 현재와 근본적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에 따른 고용의 감소는 곧 심각한 양극화 문제로 이어진다는 게 이노우에 교수의 분석이다. 인공지능과 IT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콜센터, 경리담당자, 여행사 직원 등 사무직이 점점 줄어들면서 중산층에 있던 이들이 점점 저소득층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이다.
30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컨버런스 TrackⅡ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공유부와 기본소득 세션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세계 석학들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이노우에 교수는 “21세기 들어서 1인당 GDP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반해 중앙 소득층의 소득은 변화 없이 그대로인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부자들의 소득은 계속 증가하지만 일반적인 근로자의 소득은 늘지 않고 침체된 상황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이 일을 하는 대신에 사람들은 기계가 하지 못하는 창조적인 일을 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노우에 교수는 “창조적인 일의 함정은 저소득자가 많고 중산층이 적다는 것”이라며 “갈수록 중산층이 줄고 저소득층이 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먹고 살기조차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 결국 소비는 감소하고 경제는 수축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소득 재분배 역할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요 창출, 가난한 자의 생활을 지탱하는 사회보장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이노우에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부자들에게 기본소득 10만 원은 꼭 필요한 돈이 아니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이 돈은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할 돈”이라며 “다가오는 미래, 사회안정망 구축을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은 꼭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은 데이터로 이윤을 창출하는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기본소득으로 빅데이터의 가치를 사회구성원이 동등하게 나눠 갖는 공유지분권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이와 함께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은 데이터로 이윤을 창출하는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기본소득으로 빅데이터의 가치를 사회구성원이 동등하게 나눠 갖는 공유지분권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금 소장은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으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에어비앤비, 우버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자금이 몰려들었다”며 “이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독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플랫폼 자본의 이윤 원천인 빅데이터의 주인은 사회구성원”이라며 “빅데이터에 근거해 플랫폼 기업이나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에 대해 공유지분권을 설정하고, 이로 인한 수익을 사회구성원에게 배당하는 게 플랫폼 기업 공유지분권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주제발표에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유종성 가천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노우에 도모히로 교수와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이항우 충북대 교수, 애니 밀러 영국 시민소득트러스트 의장이 토론자로 나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종합토론에선 유종성 가천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노우에 도모히로 교수와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이항우 충북대 교수, 애니 밀러 영국 시민소득트러스트 의장이 토론자로 나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애니 밀러 의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질과 노동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과연 AI로 인해 생산성이 상승해 폭발적인 성장률이 실현된다고 했을 때 사회구성원들이 이를 원하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노우에 도모히로 교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어떻게 생활을 영위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억지로 경제성장을 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해야 한다. 약자를 구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성장이라면 소비자들에게 돈을 제대로 줘서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 약자를 구할 수 있는 경제성장이라면 행복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이날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시민의 물질적 기반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주제로 알마즈 젤레케 뉴욕대 교수와 안효상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이, ‘기본소득: 법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노호창 호서대 교수, 유영성 경기연구원 상생경제연구실장, 강현철 경기대 조교수의 주제발표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