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구조본 등이 작성한 노조 와해 전략 문건 공개

삼성 구조조정본부 등에서 작성한 노조 와해 전략 문건들이 공개됐다. 사진은 삼성 사옥 출입문ⓒ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삼성그룹이 질병퇴치 계획에나 어울릴법한 '행동 감염', '비상체제' 등의 표현을 써가며 노동조합 와해 전략을 편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을 심리하는 공판기일을 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피고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사장) 등 32명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재판에서 서증조사(채택된 증거 설명)를 진행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에서 작성한 노조 와해 전략 문건들이 공개됐다.

검찰은 2003년 노사 전망과 대책부터 살폈다. 문건에 의하면 삼성은 이때 이미 그룹 차원에서 동향 감시와 관리 교육 등 노조 분쇄 수단을 계획했다. 

삼성을 상징하는 비노조 경영은 2007년 그룹 노사 전략에서 강조된다. 비노조 경영을 조직문화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비노조 경영의 우월성을 임직원들에게 인식시키고 자부심을 심어야 한다는 조언도 눈에 띈다.    

2008년 그룹 노사 전략엔 '삼성 역사를 만드는 모임'(삼역모) 얘기가 등장한다. 삼역모는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정밀유리 노동자 51명이 희망퇴직에 반발해 세운 노조 준비 단체다. 삼성은 7명을 퇴직시키고 44명은 안정화(회사 방침에 순응케 함)했다.

비노조 경영에 맞선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과 관련된 대책도 마련됐다. 김성환 위원장은 1996년 삼성 계열사 이천전기에서 해고된 후 노동운동을 하다 명예훼손 등으로 징역을 산 인물이다. 삼성은 2007년 12월 김성환 위원장이 특별사면되자 그룹 법무실과 인사지원팀, 삼성전자, 삼성SDI로 구성된 대응팀을 짰다.

2010년 복수노조시대의 노사 전략은 협력사에서 노조가 만들어졌을 때 연쇄 작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을 담았다. 협력사가 비노조 경영의 약한 고리라는 의미다. 대책으로 비노조 경영 공감대 강화와 협력사 노사 관리 등이 제시됐다.    

'행동 감염'은 2010년 법무·홍보부서장 교육안에 적시됐다. 문건에서 삼성은 노조 설립 시도를 초기에 막지 못하면 '행동 감염'이 발생한다고 했다. 노조가 힘을 얻는 상황을 '감염'으로 칭한 것이다.

'비상체제'란 단어는 2011년 그룹 노사 전략 문건에 본격적으로 나온다. 복수노조 시행에다 노동계 압박 등으로 위기를 맞은 비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체제'가 가동됐다. 구체적으로 탈퇴 유도와 집회 강경 대처 등 노조 고사화 전략이 추진됐다. 노조 설립 시도를 가정하고 이에 대항하는 모의훈련도 이뤄졌다.  

이밖에 △외부 친노조 세력을 막기 위한 문설주(문 양쪽에 세운 기둥) 2m 이상 높이기 △고공 농성 방지 목적의 옥상 진입 차단 △노사협의회로 노조 대체 △노사 교섭 최대한 지연 등 각종 노조 와해 전략들이 문건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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