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다보스포럼은 주요 7개국(G7) 정상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 참석하지 않아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는 평입니다. 선진국 정상뿐 아니라 신흥국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 소속 정상들 중에서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제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모두 불참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정상들의 불참으로 다소 맥이 빠지기는 했지만 최태원 SK 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에게는 전 세계 정·재계 인사와 석학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됐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황창규 KT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등이 참석해 4차산업혁명과 연계해 글로벌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인물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함께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한 세션을 개최한 최태원 회장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를 통해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사회적 가치 측정 △사회성과인센티브(SPC) 도입 △더블 보텀 라인(DBL) 적용 등 지금까지 시도했던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무는 필립 벨기에 국왕, 다렐 레이킹 말레이시아 통상산업부 장관, 쩐 뚜엉 아잉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 등 다양한 경제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이번 다보스포럼을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기회의 장으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차남 김동원 상무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인 로렌스 핑크 등과 면담을 갖고 해외 투자 및 디지털 혁신 전략에 대한 글로벌 추세를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등 만만찮은 활약상을 보였습니다.
|
‘4차 산업혁명’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미국 하버드대의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1971년 창설한 ‘유럽 경영인 심포지엄’이 다보스포럼의 시초입니다. 하지만 창설 2년 후인 1973년부터 참석 대상을 유럽에서 전 세계로 넓히고 정치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등 덩치를 키웠고, 명칭도 1987년에 현재의 ‘세계경제포럼’으로 바꿨습니다. 현재 다보스포럼은 매년 초 열리는 연차총회 외에 지역별 회의와 산업별 회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영리재단 형태로 창설됐지만 다보스포럼은 참석자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비용 지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야하는 참가비만 해도 7만1000달러(약 7900만원)에 달합니다. 참가비는 연회비 형식으로 걷는데, 여기에는 연간 회원권과 세금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회원들에게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것은 행사를 진행하는 데에 워낙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통상 포럼 기간 동안 소요되는 치안유지 비용만 해도 900만스위스프랑(약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이 참석했던 지난해에는 주요 행사가 열리는 콩그레스센터 주변 곳곳에 저격수를 비롯한 무장병력이 배치되는 등 살벌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돈이 있다고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수 있는 회원 자격은 전략 파트너와 산업 파트너, 재단 파트너로 나뉘는데 대부분은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이중 전략 파트너의 경우 연간 회원비는 60만 스위스프랑(약 6억8000만원)에 달합니다. 다보스포럼을 향해 ‘부자들의 공허한 말 잔치’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바로 이유 때문입니다. 3년 전 1월 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열렸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가난과 불평등을 잊어선 안된다.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