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아름답다. 영화 속에 보이는 티베트 대지의 풍광들이 처연하게 아름답고, 등장인물들의 마음과 행동이 절실하다. 영화가 끝나면 마음에 큰 울림이 남는다.
영혼의 순례길은 기존의 영화와 많이 다르다. 다큐드라마의 형식을 입었는데, 다큐멘터리가 아니면서도 현실을 오롯이 담았고 드라마이면서 다큐멘터리 같다. 보는 내내 이 영화가 극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궁금했다. 어쨌든 영화는 감동을 담는데 성공했다.
영화는 평생 ‘소 꽁무니만 쫓아다닌’ 노인의 바람으로 시작한다. 성지순례를 가겠다고 노래 부르다가 요절한 동생처럼 되기 싫었던 노인은 조카들에게 영혼의 도시 라싸를 가자고 졸랐다. 노인은 부모를 대신해 결혼도 하지 않고 조카 셋을 돌봐 키웠다. 노인이 순례를 간다는 소식을 듣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서게 된다. 백정은 살생을 너무 많이 한 업을 씻기 위해, 출산을 앞둔 산모는 태어날 아이를 위해, 중년 남성은 자신의 집을 짓다 사고로 죽은 인부를 위해, 그리고 어린 소녀는 부모와 함께 길을 나선다.
영화는 관객을 그들과 함께 영혼의 순례를 떠나도록 길을 열어준다.
영화는 두 시간 가까이 이들이 절하며 길을 걷고, 쉬고 기도하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목표가 정해진 단순한 과정임에도 눈을 떼기 어렵다. 영화라면 흔히 등장하는 폭력과 음모, 사랑과 배신, 성공과 좌절, 선악의 대립이 없는데도 보는 이의 눈을 붙잡는 이유는 이 영화가 철저하게 이야기의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건너뛰어 퍼지고 전해지는 이야기들의 구조는 대체로 단순하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하려하고 그것을 이루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콩쥐팥쥐며 햄릿, 싯다르타와 예수, 배트맨과 스타워즈까지 인간 역사상 성공한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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