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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소차 정부지원 등에 업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01-18 15: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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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수소차가 친환경차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대다수 완성차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수소차 구동방식과 관련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현대차의 수소차가 전기차를 앞선 상품성을 확보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대차, 수소차 정부지원 등에 업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 현대자동차 '넥쏘'.

현대차는 수소차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이는 대형트럭과 대형버스에 집중한 뒤 점차 장거리용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쪽으로 수요를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수소차 분야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면 향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는 수소차 제조 기술 향상과 함께 수소연료탱크, 스택 부품 등 주요 부품 소재기업을 함께 육성해 수소차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소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현대차의 ‘넥쏘’는 5분가량 걸리는 1회 충전으로 600km가량을 달릴 수 있다. 급속충전기로 약 15~30분을 충전해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그러나 수소차의 1회 주행가능 거리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는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 개선을 통해 주행거리를 계속 늘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기업과 배터리기업이 전기차용 배터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 수년 안에 수소차의 주행거리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년 전만 해도 주행거리가 200km 수준이었던 전기차는 최근 그 거리가 400km 까지 획기적으로 늘었다.

반면 수소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수소연료탱크 저장기술의 발전은 정체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 번에 주입하는 수소 연료의 질량을 높이기 위해 수소 주입 때 압력을 최초 200바(bar) 수준에서 현재 700바 수준까지 높이는 식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이론상 수소 주입 압력을 1천 바까지 높여도 수소충전 질량이 늘어나지 않는다.

수소연료탱크를 다수 싣는 것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상당히 무거운 데다 제작비도 비싸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압충전기술이 발전되면서 초기 투싼 연료전지차보다 넥쏘의 주행거리가 200km가량 늘었다”며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소차의 판매가격을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추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넥쏘의 판매가격은 약 7천만 원이다. 반면 코나일렉트릭이나 니로일렉트릭, 쏘울일렉트릭 등 전기차 판매가격은 대부분 4500만~5천만 원에 형성돼있다. 가격만 놓고 볼 때 2천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정부가 올해 수소차 구매 보조금으로 최대 3600만 원까지 지원해 소비자들로서는 3천만 원 중반대에 수소차를 구매할 수 있지만 보조금 지원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수소차 양산원가를 줄여야만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와 정부는 수소차 육성정책에 따라 2025년경에는 현재 7천만 원가량인 수소차 가격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3500만 원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값싸게 얻을 수 있는 기술 개발도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수소는 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주로 메탄)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얻어진다. 이 과정에서 수소뿐 아니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도 발생한다. 

궁극적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 보편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전기분해의 경제성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도 수소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수소연료를 얻는 데 쓰이는 전력과 환경문제 등도 미래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문제도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친환경차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충전소를 만드는 것보다 수소충전소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20배 이상 많이 든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지원해 2040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200곳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8년 말 전국에 14개인 수소충전소를 20년 동안 약 85배 규모로 키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LPG차량 운전자들이 현재 전국에 2천 개가량 운영되는 LPG 충전소를 찾는 데만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전국 1200곳의 수소충전소로는 운전자들의 편의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비교해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충전소 인프라는 최근 8년 동안 100배 넘게 성장해 현재 전국에 3500개가량 마련돼있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수소차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에너지 효율과 주행성능 등 상품성에서 수소차는 전기차와 비교해 열세에 다”며 “정부 주도로 대규모 수소 공급 인프라를 깐다고 해도 차 자체의 근원적 약점 때문에 수소차가 신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기술개발 상황과 시장 흐름 등을 살펴볼 때 수소차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대형트럭과 대형버스 등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차가 전기차와 비교해 우위를 지닌 특성은 현재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시간’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개선되고 있지만 장거리 운행에서는 수소차가 우위에 있다고 자동차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차, 수소차 정부지원 등에 업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수소충전소. <연합뉴스>

버스, 트럭과 같은 대형 차량일수록 고용량 배터리가 필요해 전기 충전시간이 길어지는 반면 배터리 무게가 증가해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차는 충전시간이 짧은 데다 대규모 수소연료탱크를 여러 대 탑재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보다 유리하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장 상무가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수소차는 승용보다 상용에서 오히려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수소트럭에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류 연구원은 “장거리 운행을 하는 트럭사업자들에게는 빨리 충전하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수소차가 매력적일 수 있다”며 “대형 운송수단이라면 뛰어난 주행성능은 필요없고 단지 많이 싣고 안전하게 멀리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수소차가 전기차 효율을 앞서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가 개발하고 있는 수소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수소연료전지에서 전력을 얻고 이를 다시 모터에 전달해 주행하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를 전력원으로 사용해 모터를 돌리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전기차의 모터 구동방식이 수소차보다 간단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 관점에서 전기차가 훨씬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수소연료전지차가 낼 수 있는 최대 효율은 80%를 넘는다. 하지만 연료전지 스택에서 발상하는 마찰저항과 열, 전력 변환단계에서 손실되는 에너지 등을 감안하면 열효율이 40%대 이하로 떨어진다.

전기차가 80% 안팎의 열효율을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소연료전지를 놓고 ‘바보 연료전지’라고 부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소를 분해하고 운반하고 탱크에 넣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만 절반을 넘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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