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성 교수, "정부의 정책 수립과정에 학자들과 관료들의 능동적 참여 이끌어야"

[경기=광교신문] 유종성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를 만나 소득주도 성장 등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들었다. 그는 현 정부가 "경제민주화, 정치개혁 등 모든 공약에서 후퇴하고 있어 보수층 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가운데서도 점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유 교수는 앞으로 "조세, 재정과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연구에 주력하고자 한다"고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편집자주>

 

이날 유종성 교수는 정부의 "정책 수립과정에 학자들과 관료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개혁적이면서도 현실성이 있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종성 교수는 정부의 "정책 수립과정에 학자들과 관료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개혁적이면서도 현실성이 있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또는 포용적 성장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 소득주도 성장이나 포용적 성장이나 크게 보아 같은 내용이라고 본다. 방향은 옳았으나 구체적인 정책은 빈약했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을 구호로만 하고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종합적인 정책, 특히 증세를 기반으로 복지급여를 확대하는 방안 없이 최저임금 인상에만 무리하게 매달린 것이 실책이었다. 

결국 저소득층 소득이 더 낮아지고 소득격차가 커졌다. 내년부터 근로빈곤층에 대한 근로장려금의 수급대상과 수급액을 대폭 확대한다고 하는데, 첫해부터 이를 실시했어야 한다. 기초연금도 아동수당처럼 보편화하여 상위 30%를 배제하지 말고, 또한 75세 이상 고연령층에 대해서는 월 35만원 내지 40만원 정도로 증액하는 대신 과세소득화하여 고소득층 노인들로부터는 세금으로 일정부분을 환수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면세점 이하에 속하는 대다수 노인들은 기초연금 수급액 전액을 가지게 되지만 고소득 노인들로부터는 소득수준에 따라 6.6%에서 46.2%에 달하는 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로 기초연금의 일부를 환수할 수 있게 된다. 아동수당도 월 20만원 내지 30만원으로 증액하되 과세소득화하여 고소득층으로부터는 일정 부분을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조언하고 싶은 게 있는가?

= 문재인 정부가 전쟁 위기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평화와 화해의 전기를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전반적인 국정운영에 관해 세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 포용적 국정운영이다. 청와대가 모든 일을 다 결정해서 집권여당과 장관들에게 하달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대통령이 직접 여당 대표와 총리 등과 국정을 협의해야 한다. 장관들 대면보고도 자주 받고, 나아가서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 소속 의원들과도 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 몇 가지 어젠더는 총리에게 맡기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 

둘째, 정책능력을 제고하여 아마추어 국정운영이란 말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호만 있고 정책은 없어 보인다. 최저임금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및 탄력근로제 도입 등에 있어서 사전에 자세한 실태파악과 정교한 대책 수립 없이 너무 쉽게 결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집행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허둥지둥한다. 

또, 도처에서 을과 을의 싸움을 만들어내었다. 사립유치원 문제도 문제제기는 잘 했지만, 대책마련에서는 허술하고, 시간강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사법도 오히려 피해를 줄 우려가 크다. 정책 수립과정에 학자들과 관료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개혁적이면서도 현실성이 있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촛불정부의 초심을 간직하여 개혁의지가 후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경제민주화, 정치개혁 등 모두 공약에서 후퇴하고 있어 보수층 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가운데서도 점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이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던 공약에서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 좋겠다.  

- 향후 주요 연구계획은.

= 나의 주된 연구 관심사는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신뢰와 부패 등 사회, 정치적으로 미치는 악영향과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정책에 있다. 그동안은 전자에 연구의 촛점을 두었는데, 이제부터는 후자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특히 조세, 재정과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연구에 주력하고자 한다.

- 사회보장에 대해 어떤 연구를 할 계획인가?

= 최근 한국사회정책학회지에 기본소득의 재정적 실현가능성과 재분배효과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앞으로 부분기본소득의 범주에 들어가는 아동수당, 기초연금과 청년수당, 농민수당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연구를 할 생각이다. 또한, 기본소득의 변형인 참여소득과 근로장려금 등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며, 기초연금 강화와 연계하여 국민연금 개편방안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생각이 있다.

기본소득에 연구의 촛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불안정노동과 근로빈곤이 급증하고 나아가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 등을 고려할 때 사회보험(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장기요양보험, 산재보험 등)과 공적 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와 같은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로 소득불평등과 빈곤문제를 해결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보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다만, 기본소득을 도입하더라도 일거에 할 수는 없고 부분적,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며, 또 기존의 사회보험과 공적부조 등의 제도를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부분적 대체와 보완의 관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또한 이를 위한 재원마련이 필수적이므로 증세와 비효율적인 재정지출 절감 방안을 동시에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 비경제학자로서 조세, 재정정책에 대해 어떤 연구를 하려고 하나?

= 하버드대학교의 정책학 학위과정에서 경제학과 양적 방법론에 대한 훈련을 경제학 박사과정에 준하는 수준으로 훈련받았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든지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든지 지금보다 복지재정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증세와 재정개혁이 필요하다. 

토지보유세 강화와 탄소세, 빅데이터세, 로봇세 등 세원발굴과 함께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의 조세지출(조세감면)을 대폭 축소하면 상당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소득세의 소득공제는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훨씬 더 큰 감세혜택을 주므로 이를 기본소득 형태로 전환하면 조세정의 실현은 물론 소득재분배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또한 창조경제, 혁신성장 등의 이름으로 눈먼 돈을 나눠주는 것이나 R&D, 중소기업 지원, 농어업 지원 예산 중에 비효율적인 예산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아동수당과 같이 복지급여중 중상위층에게 혜택이 더 가는 역진적 지출에 대해서는 이를 과세소득화하면서 수급액을 증액하여 저소득층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주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소득과 재산, 복지급여 등에 대한 제대로 된 데이터이다. 국세청등 행정자료의 통합, 나아가서 가구조사 데이터와의 통합이 필요하다.

소득과 세금을 개인정보로서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경향이 문제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국가들처럼 개인별 납세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르웨이에서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소득, 재산, 세금 등 정보를 다 볼 수 있을뿐 아니라 누가 자신의 정보를 검색해봤는지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투명하게 공개하니 부패가 낮고 사회적 신뢰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으며 GDP의 40%가 넘는 세금 부담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납세자 정보공개운동을 시민운동으로 전개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다.

- 2006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12년간 미국과 호주에서 가르치다가 이렇게 늦게야 귀국한 이유는?

= 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바로 모국에 들어와서 일하고 싶었으나, 국내 대학들은 나를 뽑아주지 않았다. 국내 대학10군데 넘게 지원했지만 단 한번도 1차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채용시 나이를 묻지 못하게 되어 있고 나이에 따른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미국과 호주에서는 내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없었다. 

고령화시대에 한국도 미국처럼 정년을 없애거나 최소한 일본에서 논의하는 것처럼 정년을 70세 이상으로 늦추고 나이에 따른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늦게나마 가천대학교에서 나에게 일할 자리를 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봉사하려 한다. 사회정책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데, 지금 2019학년도 전기(야간) 석사과정 신입생을 모집중이다. 공무원이나 시민단체, 복지기관 종사자들에게는 상당한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기 바란다. http://www.gachon.ac.kr/major2/kp/sub03/01.jsp

<유종성 교수 약력>

유종성 교수
유종성 교수

전북 정읍 출생, 서울 중앙고등학교 졸, 서울대 사회계열 입학(1975), 동 사회복지학과 졸업(1984), 재학중 민주화투쟁으로 긴급조치9호와 계엄법 위반으로 3회 투옥, 2회 제명 및 복학, 한국YMCA전국연맹 간사/부장(1982-88), 국회 문동환의원(광주특위위원장) 보좌관(1988-90),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사무총장(1990-99), 하버드대학교 행정학 석사(2001), 동 정책학 박사(2006), 동 불평등과 사회정책 펠로우(2002-06),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2006-14), 호주국립대학교 정치사회변동학과 부교수(2014-18), 현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사회복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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