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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아포리아]소통보다 중요한 문화 공유

 

“앞니 빠진 ○○○. 우물가에 가지 마라. 붕어 새끼 놀란다”

여러분은 이 동요를 부를 때 ‘○○○’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당연하게 표현했던 ‘그것’이 지난 추석 당일 저녁 오랜만에 모인 가족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왔다. 아이를 보며 부른 동요에 아이보다 어른이 크게 웃으며 말한다. “도대체 ‘금강새’가 뭐야? ‘갈가지’ 아니야? 노래를 이상하게 부르네?” 노래를 부른 사람은 민망하다. 앞니 빠진 어린이를 당연하게 ‘금강새’로 부른 자신이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갈가지? 태어나서 그런 이상한 말은 처음 듣는다!” 어떤 어르신은 갈가지의 어원을 말하며 금강새가 틀렸다고 한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정작 앞니 빠진 아이는 자신이 ‘갈가지’로 불리든 ‘금강새’로 불리든 관심없다. 아이가 “어? 어린이집 선생님은 ‘중강새’라고 하던데?”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 덕에 지역마다 다르다는 결론을 내며 논쟁을 끝냈다.

같은 한글을 사용해도 지역과 세대마다 같은 뜻의 다른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같은 사건에 대해 정치 성향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역, 세대, 성향 차이 등 다른 사람과 차이를 발견한다.

인간의 언어를 기호로 파악한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기표(記標·기호의 겉모습)와 기의(記意·기호 안에 담긴 의미)의 결합관계는 자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대상을 표현하는 기표는 시대, 지역, 사람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 기표는 그대로이지만 기의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계집, 영감 같은 단어가 예전과 현재의 의미가 다르다. 그렇다면 개인, 집단 사이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 차이는 부부 사이에도 발생한다. 차이를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진다.

기호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아포리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우리가 생각해 볼 부분은 바로 ‘문화’이다. 사람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잘 통한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젊은 사람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동년배보다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편하다. 결혼했더라도 미혼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많다면 그들과 소통한다. 자신이 속한 지역이 무엇이든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대화가 잘 된다. 서로 사용하는 기호가 같기 때문이다. 만약 기호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대화하기 어렵고 자꾸 부딪힌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와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인 부부가 전체 부부의 30.9%를 차지했다. 30분에서 한 시간 미만 대화하는 부부는 34.5%나 차지했다.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도 부부의 대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론 부부가 함께하는 절대적 시간이 줄어드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 부부가 대화시간을 만들려는 노력도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의 발생 이유는 부부가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유하는 문화가 다르면 기호가 달라지고 다른 기호를 사용하면 대화가 힘들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른 기호를 사용하고 있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많이 시도하는 것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취미가 아니라 취미를 통해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같은 기호를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소통은 같은 기호를 사용할 때 가능하다.

추석 귀향길이 힘들어도 가족이 모이는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경우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다가 만나기 때문이다. 부부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면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 독서, 춤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부부가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문화를 공유하면 같은 기호의 소통이 시작된다.

부부 행복을 위해 ‘대화 시도’보다 ‘함께 하는 활동 시도’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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