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글로벌 선도기업] 에스엘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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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9 07:32  |  수정 2018-08-29 07:33  |  발행일 2018-08-29 제17면
작년 매출 1조4천억…램프·섀시 기술로 車산업 세대교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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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5월 삼립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설립된 에스엘은 현재 중국과 북미, 인도 등 해외 17개국에 자동차 램프와 섀시 등을 수출하는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로 성장했다. <에스엘 제공>

삼성증권은 지난해말 국내 자동차산업이 최악의 시기를 지나 세대교체를 통한 격변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대교체는 단순한 신차 사이클을 넘어 파워트레인, 가격정책변화를 동반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인력구조 개선 및 사업 재편 등 전면적인 교체로 이어지면 수익성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자동차 업종의 예상 순이익은 향후 2년간 53% 성장하고, 핵심부품업체는 내년에 사상 최대이익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증권이 자동차부품업체 가운데 주목한 곳은 자동차용 램프제작업체인 에스엘이다.

◆차세대 자동차산업의 선두주자 에스엘

삼성증권은 에스엘의 매출처가 다변화되며 성장 모멘텀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디자인·효율성이 우수한 LED램프의 성장과 더불어 자율주행의 핵심센서인 카메라 칩이 램프에 내재화되면서 판매가격(ASP) 상승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에스엘의 매출 비중은 2016년 기준 현대차 54%, GM 23%, 중국로컬 6%다. 올해부터 상해차나 장성차 등 중국 로컬 고객을 확보해 2020년까지 현대차 매출 비중은 45%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에스엘이 눈에 띄는 이유는 수소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는 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가 등장함에 따라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의 흐름을 바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동차용 조명 사업이 손꼽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용 조명 시장은 245억달러(약 28조원) 규모다. 2020년엔 290억달러(약 33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처 다변화로 성장 모멘텀”
삼성증권이 주목한 車부품업체

차세대 車 광원램프 기술 주도
관련 특허출원의 20.1% 차지
인공지능형 전조등도 국내 최고
로테이팅 실드, 미국특허권 획득
레버·페달·무선충전시스템 등
섀시·무선전력전송기술도 두각

노조설립 후 50년간 노사분규 ‘0’
협력사·지역과 상생에도 최선


특히, 헤드램프는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LG전자도 최근 오스트리아에 본사가 있는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전문제조업체인 ‘ZKW’를 11억유로(약 1조4천440억원)에 인수, 자동차 램프시장에 뛰어들 정도다. 자동차 차세대 광원램프(LED·레이저·OLED 램프) 기술은 에스엘이 주도한다. 에스엘의 광원램프 관련 특허출원 비율은 20.1%로 현대모비스(14.2%)를 훨씬 상회한다.

에스엘은 인공지능형 전조등(AFLS)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에스엘의 AFLS는 회전시 전조등을 회전하는 기술을 개발해 야간 주행시 안전성을 높였고 곡선로에서 차량 조명의 각도를 주행 방향으로 미리 변경할 수 있다. 또 교차로에서 좌우 측면 별도 램프도 켤 수 있다.

자동차램프 기술은 미국에서도 인정받았다. 에스엘은 2011년 HID Full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에 적용 가능한 로테이팅 실드(Rotating shield) 구조 및 윗실드 & 로테이팅 실드(Wet shield & Rotating shield) 구동구조 등에 대해 미국 특허권을 획득했다.

Full AFLS는 도로환경에 따라 램프 조명 패턴을 자동으로 변경시켜, 운전 편의와 안전을 모두 고려한 부품이다. 기본 조명 패턴에서 고속주행 시에는 보다 멀리 조명이 나가고, 곡선도로에선 조명 패턴이 곡선에 따라 자동회전하는 등 주행상태·날씨·도로상황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조명 패턴이 변한다.

또 로테이팅 실드 구조는 회전 실드면에 조명 패턴에 대응하는 차광판을 각각 만든 뒤, 차광판 일부분을 연결한 방식이다. 하나의 실드를 회전시키는 것만으로 복수의 조명 패턴이 가능한 기술이다.

◆새시와 무선 충전 분야서도 두각

에스엘이 자체 개발한 ‘투샷 사출 공법을 이용한 자동차 헤드램프 비구면 렌즈’는 올해 제31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자동차 헤드램프 밝기를 조절하는 핵심 부품인 비구면 렌즈의 경우, 기존엔 플라스틱 사출 공법으로 만들어 두께가 24㎜로 두꺼웠다. 그만큼 제작시간도 길었다. 에스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사출을 두 번으로 나눠 비구면 렌즈를 만드는 공법을 개발했다. 금형설계·가공 연구를 통해 비구면 렌즈를 삼등분 후 사출하고 접합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시간은 20분에서 4분으로 단축됐다. 에스엘이 개발한 투샷 사출 공법을 이용한 자동차 헤드램프 비구면 렌즈는 올 1월부터 기아자동차 K3·카니발과 미국산 쏘렌토 등에 적용됐다.

에스엘은 섀시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섀시사업부의 주력 제품은 변속레버, 파킹레버, 페달 및 무선충전시스템이다. 에스엘에서 생산하는 변속레버는 최근 1~2년새 전자식 변속레버로 다수 적용되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미리 대비해 신성장 산업의 흐름을 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무선전력전송기술(WPT)을 활용한 제품 개발도 눈에 띈다. 에스엘이 WPT를 활용해 출시한 첫 제품은 차량용 스마트폰 무선 충전 모듈이다. 2015년 국내 최초로 기아 K5와 스포티지에 적용했다. 니로와 아이오닉 등 전기차에도 탑재하고 있다.

에스엘의 무선 충전 모듈은 주파수 고정 방식이다. 차량 내 다른 부품과의 전자파 간섭을 최소화했다. 알루미늄 하우징에 방열핀 개수를 최대로 늘려 방열 효과를 극대화해 내구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소비자 편의성 증대를 위해 차량에 스마트폰을 두고 내렸을 때 이를 알려주는 알림 기능도 무선충전 모듈에 적용했다.

또 유도 방식의 무선충전기술을 탑재, 충전 패드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기만 하면 충전이 가능하다. 앞으론 유도 방식과 공진 방식이 동시가능한 혼합형 제품을 개발, 충전 패드에서 일정 거리 떨어져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혼합형 제품은 다수의 스마트폰을 동시 충전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에스엘은 자동차 램프 및 전자식 변속 레버 전원 공급을 와이어링 대신 무선전력 전송으로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1986년에 설립한 에스엘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매년 수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들여 WPT를 활용한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선행 개발하고 있다.

◆인간제일주의로…50년간 노사분규 ‘0건’

지난해 에스엘의 매출액은 1조4천854억원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거의 없는 지역에선 괄목할 만한 매출 성과다. 그만큼 처우가 좋은 편이다.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는 에스엘의 연봉과 채용 정보를 묻는 질문이 넘쳐난다. ‘대구에선 금융권을 제외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댓글이 종종 달린다. NICE 기업정보에 따르면 에스엘의 평균 연봉은 5천만~7천만원 미만(2018년 6월 기준)이다.

1968년 노동조합 결성 이후 지난 50년간 단 한차례도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노사대표 워크숍을 열고 있고, 사측은 노조에 회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런 우호적인 노사 관계로 에스엘은 2004년 ‘新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됐으며, 2015년에는 ‘노사문화유공 금탑산업훈장’도 수상했다.

협력사와의 상생협력도 눈에 띈다. 2010년 상생협력 실천식을 선포한 에스엘은 1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협력사와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공정거래의 날때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경영철학은 ‘인간 제일주의’다. 인재 채용에선 겉으로 드러난 스펙보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중시한다. 매년 10월 정기 공채를 통해 에스엘의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는다. 서류심사·인터뷰·지원자 합숙 워크숍을 통해 채용한다. 2012년과 2016년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올해에는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충곤 에스엘 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006년 에스엘서봉재단을 설립하고 총 300억원을 출연했다. 에스엘서봉재단은 지난해까지 12년간 57억여원에 이르는 금액을 장학사업과 저소득·취약계층 대상 의료·문화지원사업에 진행했다. 경북대 등 전국 8개 대학 학생에 31억원, 경북고 등 고교생에 5억원 등 총 36억원을 지급했다. 연구발전기금으로 영남대·계명대·포스텍 등 19개 대학,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등 5개 기관에 13억여원을 지원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료 지원 사업과 문화·체육 사업 등에도 8억원을 지원했다.

이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 왔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가 더욱 밝고 건강해지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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