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낙동강전투서 순직 “결코 잊지않아요 나야 대령님”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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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6 07:36  |  수정 2018-06-06 07:36  |  발행일 2018-06-06 제6면
대구 범어공원에 기념비
수성구청 올해도 참배식
6·25 전쟁 낙동강전투서 순직 “결코 잊지않아요 나야 대령님”

제63회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공원. 산책로 입구에 ‘나야 대령 기념비’라고 적힌 안내 나무 팻말이 눈에 띈다. 오솔길을 따라 70m쯤 올라가자 돌 기단 위 1.4m 높이의 비(碑·사진)를 만날 수 있었다. 기념비의 주인공은 인도 출신 고(故) 우니 나야(Unni Nayar) 대령. 어째서 인도에서 수만리 떨어진 이곳 대한민국, 그것도 대구에 그를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졌을까.

나야 대령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7월 국제연합한국위원회 인도 대표로 파견됐다. 그는 낙동강전투가 치열했던 같은 해 8월12일 칠곡 왜관 근처에서 전선을 둘러보던 중 뜻하지 않은 지뢰 폭발 사고로 안타깝게 순직했다. 당시 그의 나이 38세. 인도에는 그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던 아내와 두 살 난 딸이 있었다. 하지만 전쟁 중이라 유해마저 본국 송환이 어려웠고, 그는 지금의 기념비가 있는 자리(범어동 산 156)에 화장돼 묻혔다. 같은 해 12월7일 조재천 경북도지사가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기념비를 세웠다.

나야 대령의 미망인 비말라 나야 여사는 1967년 10월15일 남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처음 이곳을 방문했다. 나야 여사는 그로부터 19년 뒤인 1989년 5월18일 주한 인도 총영사와 함께 다시 이곳을 찾아 세상을 떠난 남편을 추모하고 돌아갔다. 이후 기념비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이곳은 한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에 수성구청은 1996년부터 기념비 주변 단장과 보수공사에 나섰고, 매년 현충일 참배식을 갖고 있다. 2003년에는 국가보훈처로부터 국가현충시설로 지정받았다.

2011년엔 한국의 유엔 가입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나야 대령의 조카사위인 비제이 남비아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장이 부인과 함께 기념비를 참배하는 등 한국을 찾는 인도인의 주요 방문 코스로 자리잡게 됐다. 2012년엔 더욱 뜻깊은 일이 있었다. 2011년 나야 여사가 “남편 곁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과 함께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 8월24일 고인의 유가족과 지역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비 앞에서 나야 여사의 영현 안장식이 거행된 것. 현재 기념비 앞 안내게시판에는 ‘불멸의 사랑! 인도와 한국을 잇다, 나야 대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수성구청은 올해 현충일에도 기념비 앞에서 나야 대령의 참배식을 거행한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평화와 자유를 위한 나야 대령의 숭고한 희생, 홀로 평생 그를 그리워하다 영원을 함께한 나야 여사의 불멸의 순애보는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준다”며 “앞으로도 매년 고인의 넋을 기리고 나야 대령 기념비를 주민과 학생 등을 위한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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