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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일의 기술


직장 내에서 “일머리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심하게는 “짬밥을 똥구멍으로 먹은 인간”이란 험악한 비난도 나옵니다. 직장이란 협업을 통해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군가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거나 제 일이 어렵다고 농땡이를 피우면 결국 팀 자체가 고생을 하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일 안하고 시간 때우다가 월급 받는 걸 평생의 직업관으로 갖고 있는 분이 아니라면 어떤 직장인이든 일을 멋지게 잘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도 너무 많고, 숙련되기 전에 직무가 재배치되거나 선배님들이 말해주는 과거 자기의 무용담은 엄청 멋지던데 잔뜩 기대하고 들었더니 뭐 하나 알려주는 것 없이 그저 열심히 하면 다 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죠.


이 장에서는 직장인들이 실무를 하면서 알고 있으면 좋을 팁, 잘나가는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비밀무기들을 슬쩍 엿보려고 합니다.


남이 두 시간 걸릴 일을 한 시간에 끝내고, 누구는 손사래 치고 마다하는 까다로운 일을 별 어려움 없이 소화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의 기술을 여러 가지 탑재 할수록 과로로 인한 육체적 피로에서 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가 만들어내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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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직장인의 글쓰기


Journal[dƷɜ:rnl] : 저널, 신문, 잡지, 학술지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해충이라며 사람들은 기득권에 빌붙다가 이제는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린 언론을 비토합니다. 말이 갖는 휘발성과 달리 글은 계속 남습니다. 이런 부담 때문인지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빅 브라더는 과거의 신문기사나 저널들을 삭제하거나 바꾸는 일을 수시로 합니다.


부정적인 예를 들었지만 글의 힘은 참으로 강합니다.


사실을 왜곡해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글쓰기, 힘 있는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손가락만 빌려주는 글쓰기, 그저 지면을 채울 목적으로의 글쓰기를 하는 언론은 욕먹어 쌉니다. 그렇지만 저널리스트가 아닌 직장인이라도 이 기준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신규 사업 런칭의 부담을 지기 싫어서 애매모호하게 거절될 신제품 기획안을 쓰는 기획자, 소비자가 이해하기 힘든 전문용어와 종결어미도 애매한 문장의 매뉴얼을 쓰는 개발자, 떨어지든 말든 아무 말 대잔치로 빈 칸만 채워서 제출한 정부자금지원 신청서를 써서 내는 자금담당자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직장인에게 남는 건 문서 밖에 없습니다. 어떤 문서는 문서보존년한에 따라 영구적으로 직원들에게 읽혀지며, 정부제출 문서는 인터넷에 게시됩니다. 잘 써진 보고서는 가다듬어져서 저널에 실리기도 합니다.


매일 키보드를 난타해 수없이 생산해내는 문서들이니 이건 글이 아니라고 할 순 없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글을 씁니다. 품의(기안)를 작성하고, 시시때때로 사안별로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자신의 직무에 따라 제품 매뉴얼을 쓰기도 하고, 계약서를 쓰거나, 제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꼼꼼한 SW개발자는 주석 하나도 함부로 달지 않습니다. 아무리 글쓰기를 안 하는 것 같아도 요즘 세상에 이메일을 쓰지 않는 직장인은 없습니다. 모든 직장인은 글을 씁니다.


이 장에서는 직장인들이 흔히 쓰는 문서들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문서만 만들라고 하면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한 숨을 쉬는 분들이나, 복붙(Ctrl+C, Ctrl+V)할 소스가 없으면 당황스러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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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고서 작성의 테크닉

양식이 정해져 있는 품의(기안)나 출장복명서 수준의 문서 작업은 최근 과감하게 양을 줄이거나 표 형태로 압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기술에 대한 리뷰나 시장 분석, 신상품 기획, 영업실적분석 등의 보고서는 어떤 마법을 쓰더라도 간단한 양식으로 압축할 수 없습니다.


이런 보고서들은 다양한 근거 자료와 통계, 분석 자료, 보고자의 통찰을 드러내기 때문에 보고서다운 보고서를 쓰게 되는 시점은 신입사원일 때는 요원하고 직장 내에서 나름 일꾼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시기부터입니다. 조직의 브레인으로 인정받는다는 뿌듯한 기분도 들지만, 이 보고서를 망쳐 버리거나 대충 짜깁기와 아무 말 대잔치로 끝내 버리면 도리어 기대에 부응 못하는 못난이가 되어 버리죠.


이런 보고서를 작성할 때 유념해야 할 점 3가지를 꼽아보면 이렇습니다.


(1) 게으름과 싸우자

폰트 10짜리, 줄 간격 100의 텍스트가 깨알같이 빡빡한 보고서를 읽을 때 성인의 반열에 오른 인내심을 갖지 않은 이상 누구나 화가 끓어오릅니다. 어떤 상사는 보고서를 읽는 것은 관두고 문서를 작성한 직원의 인사파일을 열어서 얘가 어쩌다 이렇게 성장한 건가 자기소개서를 다시 읽기도 합니다. -_-;


도표와 그래프 등을 삽입하는 이유는 읽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상대가 최대한 많이 습득하게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도표를 넣으면 페이지 나눔이 불편하고, 수정도 귀찮고 하니 그냥 다다다 자판만 두들기는 게으름의 노예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지금 예시로 도표를 넣으려니... T.T)


한번 비교해 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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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닮아 게으른 보고자는 조사 내용을 일일이 기재하기 귀찮아 ‘등’이라는 표현으로 품목을 하나만 쓰는 꼼수를 폈고, 태안군의 상황을 보고할 때는 지리적표시단체표장에 등록된 달래가 지리적 표시에도 등록됐다고 썼으나 자세히 읽지 않으면 태안군은 단순히 4개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도록 썼습니다. 도표로 정리한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죠.


문서작성자가 보이는 게으름과 불성실함은 이렇듯 곳곳에서 정보전달의 오류를 만들어 냅니다.


(2) 요약문(Executive summary)를 쓰자

나름 사전기획, 조사, 검증, 퇴고의 과정을 거친 보고서인데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참 슬픈 일이죠. 그래서 보고서 작성이 끝나면 요약문을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얌체같이 보고서는 다 안 읽어 보고 요약문만 보고 사안을 파악하겠다는 상사가 밉겠지만 요약문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필요합니다. 보고자가 보고서를 쓰다가 분량조절에 실패해서 정말 읽기 어려운 방대한 양이 되는 경우도 있고, 조사하고 쓰는 과정에 새로운 쟁점이 나와서 난해해 지기도 하고, 또 보고서를 쓴 이후에 중간보고 라인에서 검토를 받는데 유리하기도 하거든요.


최근에는 한 장 보고서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해서 회사마다 교육프로그램에 많이들 추가하고 있는데요. Executive summary, brief (report), 요약문 이라고 불리는 이 한 장짜리 보고서는 방대한 양의 보고서에 비해 읽자마자 쟁점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보고서 검토에 할애하기 임원진들이 특히 선호합니다.


하지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그냥 한 장짜리 보고서만 탐닉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기승전결의 과정과 디테일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장짜리 보고서는 되려 독이 될 수도 있거든요. 혹시 상사가 촉박한 기한 내에 한 장짜리 보고서로 작성하라고 하더라도 보고자는 상세보고서를 개별적으로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3) 보고자의 의견을 반드시 넣자

라면에 계란 안 넣어주는 분식집 사장님 참 얄밉죠? 삼겹살 시켰는데 마늘값 비싸다고 마늘을 포를 뜬거처럼 3쪽 주는 식당 사장님도 그렇지요. 보고서를 쓰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직원이 딱 이만큼 얄밉습니다.


길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이거다 싶은 일은 경영진이 판단하고 바로 실행합니다. 하지만 누가 이 사태를 책임져야하는거지?,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정말 없을까?, Go해야 하나? Stop해야 하나?와 같은 곤란한 상황이기에 경영진은 보고서가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보고자가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보고서를 써 갖고 오면 경영진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해서 소리치죠. “그래서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괜히 선명하게 의견을 드러냈다가 상사가 싫어하거나 틀리면 큰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맞아요. 내 의견이 틀리든 맞든 하겠죠. 그런데요. 잘못된 판단은 아프고 쪽팔리지만 계속 곰곰이 씹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게 해줍니다.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면 자존감이 차오르고 더 큰 도전, 더 넓은 영역을 헤쳐 나갈 용기를 줍니다. 하지만 틀리지도 맞지도 않겠다는 생각으로 일하다보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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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일상적인 글쓰기와 문서작성 돌아보기

전략적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매일매일의 업무에서 만들어지는 글과 문서도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몇 가지 챙겨보겠습니다.


(1) 프레젠테이션 문서

일반적인 업무환경에서는 매일같이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지는 않죠. 정기적인 일이 아니다보니 반복되는 실수들이 있습니다.


우선 페이지 번호를 빼먹는 경우인데요.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안서 발표장에서 발표를 마치고 심사위원이 “장표 중에 보면, 중국 시장조사 한 부분 있죠? 거기 다시 한 번 봅시다.”라고 했는데 발표자가 그 장표를 얼른 찾지 못한거에요. 게다가 그날 발표장에서 받은 프레젠테이션용 포인터라 사용도 익숙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심사위원이 원한 페이지로 화면을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심사위원은 들릴 듯 말 듯 ‘왜 페이지 번호를 안 넣는 거야? 기본 중에 기본인데.’라고 투덜대고 발표자는 결국 페이스를 잃었는지 그 다음 질의응답도 엉망으로 끝냈습니다. 결국 페이지 번호 하나 때문에 이런 사단이 난거죠.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많이 가져보지 못한 신입사원들이나 나름 짬밥 좀 먹었다는 사람들도 자만하다보면 실수하는 것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멋진 슬라이드 디자인을 하려고 검은색 배경으로 자료를 만들어서 발표 전에 미리 제출했는데 주최 측에서 토너가 아깝다고 모아 찍기를 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페이지에 두 장의 장표가 모아 찍혀 있다 보면 글씨가 작아지잖아요. 그런데 마침 발표장에 오신 분들은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이었습니다. 원래도 폰트 10짜리 크기의 작은 글씨가 많았는데 그게 모아 찍기가 되어 있으니 어르신들이 보일 리가 없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때 폰트의 크기를 너무 작게 하다보면 이렇듯 예상치도 못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내가 직접 인쇄, 제본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두운 배경의 슬라이드는 배경을 삭제해서 인쇄본을 따로 만든 후 주최 측에 따로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공공기관 제출 자료

인트라넷의 발달과 클라우드 상의 앱들을 이용해 업무를 하는 세상이다 보니, 공공기관에서 요구하는 답답한 서식이나 또 아래아 한글 기반의 양식은 생경한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공공기관 제출 자료는 대부분 정부지원사업 수혜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라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은 크고 서식과 워드프로세서는 낯서니 스트레스가 배가 되는데요.


그뿐인가요? 금융감독원 제출 자료나 특허청 제출 자료 같은 경우에는 전용편집기를 설치해서 쓰는 경우도 있어 처음 접해 본 분들은 아주 머리가 지끈지끈 거릴 겁니다.


우선 정부지원사업에 응모하는 경우에 보고서를 쓰실 때 유의할 점은 읽는 심사위원의 입장을 생각해 보시라는 겁니다. 심사위원들은 보통 하루에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의 신청서를 검토합니다. 수백페이지를 넘어서 천 페이지 넘는 서류를 보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문서 작성 시에 요점이 되는 사항을 굵게,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쳐서 시선이 머물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게 강조를 주다보면 도리어 집중해서 보기 어렵게 되니 강조색상은 파란색 하나 정도만 쓰는 게 좋습니다.


요즘 공공기관들은 문서파일을 업로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웹 페이지에서 직접 입력을 하는 시스템도 많이 보급되어 있는데요. 이런 직접입력방식 작업을 할 때는 입력할 텍스트와 자료를 따로 저장해 두어야 합니다. 기관별로 예산의 차이, 징그러운 액티브 엑스 문제 등등으로 기껏 입력한 자료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3) E-mail 성격설의 대두

저는 혈액형이 그 사람의 성격을 단번에 파악하게 해준다고 믿지 않는 AB형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몇몇의 사람들은 E-mail 성격설을 믿습니다.


「Re:Re:Re:재회신:회신 회신 드립니다.」 와 같은 이메일을 받으면 저처럼 소심한 사람들은 저 거래처 사람은 나를 되게 하찮게 여기나봐 하면서 눈물을 머금게 되죠. 반면 「[(주)워크] 컨설팅 보고서 제출」 과 같이 항상 메일의 송신처가 잘 구분되는 말머리와 짧고 정확한 제목의 메일을 보내는 분을 보면 내심 감탄하곤 합니다.


메신저 플랫폼이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라 자체 메신저 시스템을 쓰거나 카카오톡과 같은 일반적인 메신저로 업무연락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전자 우편이 업무연락에 사용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전자 우편 보냈는데요. 못 받으셨어요?”, “아! 그 자료가 언제 보내 메일이냐 하면요.~” 가 수시로 반복되고 있다면 어떻게 하면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고민해 볼입니다.


그리고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 소기업의 경우 한 사람의 이메일을 전 직원이 함께 쓰는 경우도 있으니 친한 사이라도 딴 사람 험담하지는 마시구요. ch**kim1004@hanmail.net과 같은 경우 특히 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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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Back to the basic

무술을 연마한 무예가는 흰 도복띠가 검은색이 됐다가 다시 헤져 희색이 됩니다. 프로 야구의 타자들은 리틀 야구 시절부터 수십 년을 타석에 섰지만 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단 기본을 잊지 않습니다. PGA를 석권한 챔프들도 성급히 고개를 들지 않는 기본을 말하죠.


보고서 작성의 달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읽는 사람의 연령대를 생각해 폰트 사이즈를 조정하고, 항상 작성 날짜와 페이지를 빼먹는 법이 없습니다. 업계에서 선두기업이라는 회사들의 보고서와 자료들을 보며 시간이 없으면 최근 문서 디자인의 흐름이라도 익혀 두려고 합니다. 항상 문서를 작성하면 워드프로세서의 맞춤법 검사 기능으로 점검을 하고, 행여 해외로 나갈 문서라면 여러 가지로 섞여 있는 한글 고유폰트를 빼고 영문 기본 폰트로 바꾸는 작업을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합니다. 언제 시급히 보고서를 써야 할지 모르니 신문 기사에서 봤던 통계자료를 별도의 이미지로 저장해 두고, 정부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백서들은 발간 시점 마다 모아둡니다. 중요한 제안 발표나 행사가 있었을 때는 강평회를 통해 되풀이 되는 실수는 없는지, 아쉬웠던 점들은 없는지 동료들과 다시 살펴봅니다.


이메일, 품의(기안), 보고서, 사용자 매뉴얼, 백서, 연설문, 기고문, 브로슈어, 홈페이지, 업무편람... 직장인은 수 많은 종류의 문서와 다양한 글을 씁니다. 신경 써서 잘 하고자 한다면 수 없이 많은 준비를 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게 마땅하고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멀리하고 싶고 문서를 만드는 것 자체가 괴롭다면 직장은 매일매일 끔찍한 8시간을 선사할 뿐이죠.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군량과 군수들을 적어 놓은 장들이 가끔 나옵니다. 난중일기가 이순신장군의 개인적인 일기이면서 공무의 기록일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가끔 군수품들까지 등장하는 게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장계를 쓰고 공문을 쓰기 위해, 또 다른 기록을 남기기 위한 기초자료가 있었어야 했겠죠. 당신께서 처한 혼란스러운 전란의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이 보이는 대로 일단 적어둔 것이었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왜 써야 하는가? 내가 만든 이 문서가 어떤 가치를 갖는가? 라는 회의를 갖는 직장인이라면 난중일기를 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떠올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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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이래요


“어?! 한 번도 연차휴가를 안 썼는데 휴가를 신청하니 연차휴가가 3일 밖에 안남았다네요!”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근로기준법 상에서 정한 유급휴일은 주 1회의 휴일(꼭 일요일이 아니더라도)과 근로자의 날(5월 1일) 뿐입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빨간 날은 정부가 정한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정부기관과 공기업, 공기관 등이 쉬는 날이죠.


“어? 우리 회사는 빨간 날에 다 쉬는데요?”라는 질문을 하실 수 있는데, 잘 관리되는 조직이라면 빨간 날에 쉬는 회사들은 취업규칙에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공휴일은 회사의 휴무일로 한다.’와 같은 조항이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연차휴가를 신청한 모모 씨에게 회사가 한 번도 안 쓴 연차휴가가 3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통보한 사연은 ‘연차휴가의 대체’에 의해 발생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공휴일에 자연스럽게(?) 쉬게 했지만 사실은 근로기준법상의 휴일이 아니니 연차휴가를 써서 쉬는 것으로 하자고 노사가 정한 것이죠.


물론 이 ‘정함’은 회사가 맘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노사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취업규칙도 없고 합의도 없이 제 멋대로 회사에서 이렇게 했다면 잘못된 일이지요. 바로 국번 없이 1350으로 전화해서 고용노동부의 도움을 요청할 일입니다.


노사합의에 의해 연차휴가 대체를 통해 공휴일을 쉬는 것은 현재까지의 법체계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서면합의여야 하고 ‘특정’되어야 합니다. 기업 혼자서 근로기준법 운운하며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란 거죠.


취업해서 첫 출근한 날 회사는 취업규칙을 설명하고 노동자는 이를 확인하는 일이 당연시 되는 사회가 된다면 오늘 소개한 사연들은 없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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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용법 1 : 회사의 종류

회사 사용법 2 : 구직자의 회사 살펴보기

회사 사용법 3 : 사장(CEO)이라는 사람과 자리

회사 사용법 4 : 계륵 같은 사내정치

회사 사용법 5 : 퇴사, 직장을 떠나기 전 고려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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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용법 번외 : 우리 회사는 제대로 된 회사일까

회사 사용법 번외 : 우리 회사 사장은 왜 점점 변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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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경영을 잘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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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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