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된 개신교·불교계, 국가정책마다 정치권과 갈등 양상 심화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내년 대선과 총선을 겨냥해 진보 개신교계가 정치적 행보를 걷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종교계 모임을 결성했다. 또 최근 서울시가 추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일부 대형교회에서 투표 참여를 장려하는 등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려는 분위기가 일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불교계도 또한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문제 등으로 정부·여당 인사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는 등 정치권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 국민들로부터 종교의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계는 올해 초부터 이슬람 채권법 반대와 여권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등 정부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관련하려는 목소리를 내 사회적으로 뭇매를 맞았다.

지난 2월 개신교계의 원로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이슬람채권법을 계속 추진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금권선거 논란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지난 3월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통성 기도를 인도하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게 해 개신교뿐만이 아닌 타종단으로부터 심한 질타를 얻어맞아 곤욕을 치렀다.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정부 들어 불교계는 해를 거듭할수록 정치권과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서울 시청광장에서 수만 명의 스님과 불자신도들이 모여 현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을 질타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해 말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되자 불교계와 정치권이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최대 종단 조계종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의 이유를 들어 ‘전통문화를 스스로 보존하고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정부·여당과의 대화 거부를 선언, 전국의 사찰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표를 의식한 정부·여당 인사들이 조계사에 방문해 108배를 드리고,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의 전통문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등 정치권에서 불심을 달래기에 적극 나서므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7월말 추진된 정부정책인 ‘새도로명 새주소 도입’과 관련해 불교계는 수백 개의 불교지명이 사라진다며 이유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결국 이 정책은 2년 연기됐다. 정부에서 수십조 원을 들여 추진하는 핵심 정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놓고서도 종교계는 정부와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이를 두고 종교계 내부에서도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군사정권의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종교계 인사들이 생명을 걸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며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종교계가 대형화되고 조직화되며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헌법은 종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는 있지만 세속화돼 가는 종교계가 정치권을 견제하지 못하고 중립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는 24일 언론을 통해 “인권 유린 등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정책을 정부가 세웠을 때는 종교계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종교는 정부 정책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서 종교계의 정치 개입을 반대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도 “현 정권이 기독교 정권이라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독교계는 스스로 일련의 사건을 되돌아보고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