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연대, 3.1절 시국성명서 발표

“민족의 분단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 질서를 회복하는 일이 기미독립선언문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이사장:박종화 목사‧이하 평통연대)는 3월 1일 서울시의회 회의실에서 3.1절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평화통일연대는 시국성명서에서 적대적 대립 관계로 빠져든 한민족의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남한 정부는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 등으로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또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통연대는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기 전에도 3.1절마다 한반도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한 시국성명서를 발표해 왔다.

시국선언문 발표는 박종화 이사장을 비롯해 역사학자 이만열 교수와 김회권 교수, 강경민 조성기 목사가 참여했다. 선언문 발표에서 앞서 박종화 이사장은 “현 시국은 내우외환의 상태”라며, 박근혜 정부의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로 혼란한 국내 상황과 국제적으로 트럼프 푸틴 시진핑 아베 등 강성 지도자들의 등장을 우려했다.

박종화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작은 국가이다. 그러나 3.1정신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넘어 동북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런 의지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작지만 강한 강소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파악해서 이 나라와 세계에 그 뜻을 알려야 한다. 이런 의미로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통연대가 시국성명서 발표를 진행하는 동안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탄핵반대 집회에 목회자와 성도들도 대거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3.1운동에 앞장섰던 교회가 탄핵반대에 동참하는 것도 지적을 했다.

이만열 교수는 “3.1운동이 중요한 것은 독립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세울 나라를 제국이 아니라 민국으로 천명했다는 것이다. 이 3.1독립선언의 정신을 오늘까지 이어오면서 우리가 전제적 행동이나 독제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화 정신을 수립했기에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다며, “3.1만세운동은 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지금 기독교회가 불쌍하게도 반대의 대열에 서있다. 탄핵을 반대하는 중심지에서 오늘 평화 통일의 메시지가 나왔다는 것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총무를 역임한 조성기 목사는 단상에서 “같은 교단의 목회자가, 제가 존경하고 따랐던 목사님이 변한 것을 보면서 정말 혼란스럽고 고통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목사가 언급한 인물은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서경석 목사와 인명진 목사이다. 그는 “제가 역사의식을 갖고 살도록 격발했던 친구와 선배가 지금 탄핵반대의 중심에 서 있다. 탄핵반대의 주축이 목회자와 성도라는 것에 정말 고통스럽다. 이번 시련을 통해서 교회가 개혁하는 은혜가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들이 시국발언을 한 후에 평통연대 청년위원 정국진 김한나 씨가 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평통연대 3.1절 시국성명서

 

평화통일연대는 냉전의 종주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이 탈냉전시대를 천명한 1989년 이래로 28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에서는 냉전 질서가 해소되지 않았음을 통한하게 여기며 3.1절 98주년을 맞아 우리의 다짐과 요구를 성명서로 발표합니다. 무엇보다 평화통일연대는 기미독립선언문에 천명된 나라의 독립과 자주적 국민의 자유를 실현하는 일이 민족의 적대적 분단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 질서를 회복하는 일임을 고백합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민간인 국정 농단 사태로 말미암아 불붙은 애국 시민들의 촛불 민심은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을 뿐만 아니라 가짜 통일론으로 후퇴한 평화적 민족 통일 과업을 앞당겨야 한다는 데에 있음을 믿습니다.

 

1. 경색된 남북관계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하며 남북한 정부의 역대합의는 이행되어야 합니다.

1991년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이후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며 2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통일시대를 향해 전진하던 남북 관계가 다시 냉전 시대의 적대적 대결 관계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은 남북 화해를 천명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 왔던 모든 노력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수십 년 남북 관계 발전의 소중한 산물인 개성공단 폐쇄 결정도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정파를 초월하여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 역대 정부의 평화 통일 노력을 계승 발전시켜야 합니다.

 

2. 한반도에서의 전쟁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불사를 주장하는 전쟁 옹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잊은 듯이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 역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미명 아래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냉전 질서가 구축된 한반도에서 불안한 정전협정으로 인해 고통 가운데 살고 있는 남북 주민들의 삶을 개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쟁 발생의 긴장을 강화시키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며, 한반도가 전쟁터로 전락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3. 북한은 국제 사회에 대한 적대적 대결 의식을 내려놓고 신뢰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우려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발생한 김정남 피살사건으로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 실현에 진정성을 보여야합니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도 독재 권력은 영구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고립을 자초하는 행태를 즉각 멈추고 정상적인 국가 발전을 추구해야 합니다. 또한 무너진 남북 관계의 복구를 위해서 비난과 적개심을 자제하고 건설적인 민족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4.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 체제 수립을 위해서 협력해야 합니다.

트럼프 정부출범 이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순차로 방문하며 굳건한 동맹 관계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냉전 시대의 전유물이었던 한미일-북중러 3각 동맹의 강화를 우려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남한과 정상적인 국가의 관계에 있습니다. 이제 미국과 일본 역시 북한과 수교함으로써 냉전 시대의 적대적인 대립을 청산해야 합니다. 국제 사회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0년 페리 프로세스,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등 수차례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북한이 더 이상 악명을 떨치지 않고 정상적인 국가로서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남북한이 민족적인 분단의 비극적 역사를 청산할 수 있도록,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 공동체가 평화에 이를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5. 평화통일연대는 용서와 화해, 정의와 평화의 정신으로 민족의 평화 통일,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공존을 위해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평화통일연대는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의 전제라고 믿으며, 민족 상생의 점진적인 평화 통일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평화통일연대는 용서와 화해, 정의와 평화의 정신만이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정부와 시민 사회에 대해서 다음을 촉구합니다.

 

하나,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즉각 재개하라.

하나,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 사업을 복구하기 위해서 즉각 협상하라.

하나, 시민사회는 남남 갈등의 해소와 남북 화합을 위해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중지하라.

하나, 시민사회는 분단을 악용해서 정치적인 이해를 얻으려는 정치 세력을 분별하고 물리치라.

2017년 3월 1일

평화통일연대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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