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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돌아온 명연출의 작품들, 윤호진의 뮤지컬 ‘영웅’과 고선웅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Culture Board]

입력 2017-01-19 07:00 | 신문게재 2017-01-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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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_조씨고아

 

‘믿고 보는 연출’(이하 믿보연) 윤호진과 고선웅이 한날한시에 돌아왔다. 18일 윤호진 연출의 뮤지컬 ‘영웅’(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고선웅 연출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2월 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이 개막했다.

윤호진 연출은 ‘명성황후’, ‘영웅’ 등으로 명장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 대표 연출가다. 그가 진두지휘한 뮤지컬 ‘영웅’이 8번째 무대로 돌아왔다. 2009년 초연돼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 중국 하얼빈 환구극장에서도 호평받은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웅’은 대중성과 한국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인물 안중근, 대중적 소재에 어울리는 캐스팅으로 무장했다. ‘영웅’ 출연으로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 제1회 예그린어워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정성화와 2010년 이후 7년만에 돌아온 양준모가 안중근으로 캐스팅됐다.
 

안중근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에 캐스팅된 정성화(왼쪽부터 시계바늘), 이지훈, 양준모, 안재욱.(사진제공=에이콤)

 

더불어 한류스타 안재욱, 가수 출신 이지훈이 안중근으로 새로 합류했다. 외모로는 큰 형님이지만 안중근 중 막내인 양준모는 성악가 출신으로 오는 3월부터 일본 ‘레미제라블’ 30주년 공연에 장발장으로 캐스팅된 실력자다. 

 

고독한 조선 여인 설희는 세 시즌 연속 함께 하고 있는 리사를 비롯해 걸그룹 주얼리 출신의 박정아,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등의 정재은이 연기한다. ‘단지동맹’, ‘그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이 함성이’, ‘동양평화’, ‘장부가’ 등 독립을 향한 비장한 행보를 담은 안중근의 넘버와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내 마음 왜 이럴까’, ‘이것이 첫사랑일까’ 등 난세에도 피어나는 순정과 그리움을 담은 설희·링링의 곡들이 심금을 울린다.  

 

고선웅 연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고선웅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

셰익스피어 ‘맥베스’의 새로운 해석 ‘칼로맥베스’, 오페라 ‘맥베드’, 가무극 ‘홍도’,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 ‘아리랑’ 등으로 믿보연으로 자리매김한 고선웅 연출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2017년을 시작한다.

 

2015년 박민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관람 후 감명을 받아 블랙리스트에서 고선웅 연출의 이름을 제외하도록 건의했다고 알려진 그 작품이다. 

 

고 연출은 5.18 사건을 다룬 2011년작 ‘푸르른 날에’로 일찌감치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중국 원나라 때의 잡극 작가 기군상(記君祥)의 ‘조씨고아’(趙氏孤兒)를 고선웅 연출이 각색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춘추시대 조씨가문의 사건을 기군상이 재구성한 작품으로 중국은 물론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2015년 한국초연 후 고선웅 연출은 제52회 동아연극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10월 28, 29일에는 원작의 나라 중국 국가화극원(國家話劇院) 대극장에서 공연돼 호평받기도 했다. 

 

단출한 무대 벽에 길게 늘어뜨린 커튼, 하늘에 매달린 소품들, 바닥에 뚫린 왕궁·냉궁 등의 성문 등은 자유자재로 오르내리고 접혔다 펴지는가 하면 열렸다 닫히며 상징성과 함축성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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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사진제공=국립극단)

 

진나라의 주군 영공(이영석) 시절, 권력에 눈 먼 장수 도안고(장두이)는 영공을 부추겨 정치적 적수 조순(유순웅·김정호)의 9대를 멸족할 음모를 꾸민다. 도안고의 칼부림에 스러져간 가솔들 300명 중에는 조순의 아들 조삭(김도완)과 결혼해 임신 중이던 공주(우정원)도 있었다.

정치적 음모에 휘말리게 된 떠돌이 의원 정영(하성광)은 조순의 손자인 조씨고아(이형훈)를 살려 복수하기 위해 45세에야 겨우 얻은 자신의 늦둥이 아들, 아내까지 희생시킨다. 필부 정영의 신의로 지켜낸 조씨고아가 이룬 20년만의 복수는 분명 권선징악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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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정영영 하성광.(사진제공=국립극단)

하지만 마냥 통쾌하지가 않다. 비장한 음악과 정서, 그에 반하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몸짓, 수많은 의미를 내포한 시조와도 같은 말장난 등으로 무장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는 몇 가지 가슴에 와 박히는 대사들과 표정들이 있다.    

 

“제가 어찌 믿을 수 있나요”라는 정영의 의심에 지체 높은 공주는 물론 공손저구(정진각), 하장군 한궐(호산)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신의를 증명하는 아이러니가 그렇고 “그깟 약속이 뭐라고! 그깟 의리가 뭐라고! 그깟 뱉은 말이 뭐라고!”라는 정영 아내의 한서린 일갈이 그렇다.


“도안고도 9족을 멸하실 건가요?”
 

복수 후 정영의 물음에 돌아온 “그래야 공평하지”라는 영공의 대꾸와 한껏 복잡했던 정영의 마지막 표정을 자꾸만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자신의 아들과 지체 높은 집안의 복수를 위해 살려야할 조씨고아. 정영의 상황이 극단적이긴 하다. 하지만 누구나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필부 정영처럼 권력과 부에 떠밀린 삶이, 극 중에서 시시때때로 외치는 “이 세상은 꼭두각시들의 무대”라는 말이 꽤 오래 여운으로 남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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