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김충구의 캄보니아 통신] 영리한 캄보디아, 브라보

[김충구의 캄보니아 통신] 영리한 캄보디아, 브라보: 2016.11.25 12:58 입력

<p>[위드인뉴스 김충구]</p><p><br> 캄보디아에서는 달러 사용이 가능하다. </p><p><br></p><p>씨엠립에서도 물론 가능하다. ‘비자런’(관광비자를 1년짜리 체류비자로 전환하기 위해 제 삼국으로 출국했다가 되돌아오는 임시방편적인 행위를 말합니다)을 위해 방콕에 들렀을 때나 베트남에 일주일 체류했을 때에도 현지 화폐로 환전해야 했다. 그런데 씨엠립에선 식당이나 마트, 심지어 재래시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p><p> <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_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4800474030323.jpg"><div id="news_caption">▲축복기도할 때 향과 함께 태우는 모조미화.</div></td></tr></tbody></table></p><p><br> 마트보다 재래시장 물건 값이 싸다고 해서 망고를 사러 갔다가 상당한 문화충격을 받고 말았다. 우기인 탓에 시장 바닥이 질퍽했다. 그리고 야채와 생선과 기타 상품들이 발산하는 원초적인 냄새로 호흡이 불편하기도 했다. 망고 가게 아주머니 복장이 잠옷이었다. 아주머니 뒤편의 흔들거리는 해먹에선 아기가 새끈새끈 잠들어 있고 그 안쪽 공간엔 잠자리로 사용했던 흔적을 보고 나는 ‘아침 이른 시각이었으니 아주머니는 방금 전 기상했을 것이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_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4800472760374.jpg"><div id="news_caption">▲관광지 씨엠립 재래시장 상인에겐 전자계산기는 필수품</div></td></tr></tbody></table></p><p><br></p><p>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잠옷을 입고 장사를 하시나 하는 의혹이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나의 이런 의혹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잠옷 허리춤에 매달린 전대 속에서 카시오 전자계산기를 스윽 꺼내 날렵한 손놀림으로 탁탁 두드린다. 파란색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20,000.” 이만 리엘. 4,000 리엘이 1 달러니까 물건값은 5달러인 셈이다. 십달러짜리 지폐를 내밀고 1 달러짜리 다섯 장을 잔돈으로 받았다.</p><p><br> 내가 어렸을 때 달러 지폐를 손에 쥐어본 적이 있다. 그 지폐에선 ‘양냄새’(풀 뜯는 양이 아닙니다)가 났다. 우유 냄새나는 그 지폐를 집안 어딘가에 숨겨놓았다가 결국은 실종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일전에 미국으로 이민갔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친구가 우리집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다. 밤새 대회를 나누고 아침 일찍 스케쥴을 소화해야 한다면서 서둘러 작별인사하던 그 친구는 대학생이던 내 딸 아이에게 100 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넸다.</p><p><br></p><p>딸은 한동안 귀하게 모시고 있었다. 나의 한국의 일상에선, 더욱이 재래시장에선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던 특별한 화폐가 캄보디아의 질퍽한 시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는 이 풍경을 나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세계 최빈국인 나라의 재래시장 한 귀퉁이에서, 내가 내민 달러 지폐를 섬세한 손놀림으로 받아 간 아주머니의 무심한 표정을 대면하는 순간, 아주 먼 옛날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혼내 놓고 나서 나중에 혼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밀려왔던 그 후회감과 열패감을 맛보게 된 것이다. 문화충격인가? 물론 아주머니의 구겨진 원색의 잠옷도 그리고 앙증맞은 계산기도 한 몫 했겠지만. </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_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4800473771406.jpg"><div id="news_caption">▲파고다행렬 속에서 오방낭 형태의 달러화를 발견하다. 시줏돈.</div></td></tr></tbody></table></p><p><br> 망고 아주머니에게 치른 5달러는 당시 환율로 따지면 20,350 리엘이었다. 환전소에서는 당시 1달러를 4,070 리엘로 바꿔준다. 시장에선 환율과 상관없이 4천리엘로 계산한다. 당시 망고 살 때 나는 350리엘을 손해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는 자연스럽게 달러를 리엘로 바꾸어 경제생활을 하게 되었다. 지난 여름에는 달러화가 강세이더니 십일월 들어선 약세로 돌아선 모양이었다. 11월 시세가 달러당 4,020이 되었다. 그래도 리엘을 사용하면 손해는 안 본다는 생각에 열심히 달러를 환전했다. </p><p><br> 달러의 뭉게구름이 걷히고 캄보디아의 장사꾼들의 진면목을 목격하게 된 것은 씨엠립 생활 육개월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정확히 11월 16일 씨엠립 럭키몰에서 물건을 사고 값을 치렀다. 물론 리엘이다. 백달러를 환전하니 402,000 리엘이 되었다. 계산대의 눈이 예쁜 아가씨가 두드린 컴퓨터 계산기 스크린에는 8.12 달러와 34,100 리엘로 두 가지로 금액이 표시되어 있다. 두툼한 돈뭉치에서 호기롭게 1만 리엘짜리 네 장을 건네주고 잔돈과 함께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무심코 34,100 리엘을 4,000 리엘로 스마트폰 계산기로 나눠보았다. 4,199가 나왔다. 이상한 수치였다. </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_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4800473638555.jpg"><div id="news_caption">▲캄보디아 시장의 달러화에 익숙치 못한 외국인선교사들</div></td></tr></tbody></table></p><p><br></p><p>다시 해봐도 역시 동일한 숫자다. 매니저를 찾다가 문의를 했다. 지금 내가 환전한 환율보다 179 리엘이 더 많게 계산되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살결이 한국사람보다 더 뽀얀 작은 키의 여자 매니저는 은행에서 환전했냐고 묻더니 그렇다고 하니까 살포시 웃으면서 환율 적용이 자기네는 4,200원이란다. 멘붕이었다.</p><p><br></p><p>나는 와이, 와이 하면서 두어 차례 묻다가 그만 두었다. 그녀는 연신 미소를 지으면서 프놈펜 본사에서도 그렇게 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나는 계산할 때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아뿔싸!, 4,200이란 검은 숫자가 흰 바탕의 피켓 위에 웃고 있었다. </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_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4800474262307.jpg"></td></tr></tbody></table></p><p><br> 혹시나 해서 바로 옆에 있는 앙코르 마트로 갔다. 당장 필요없는 물건을 몇 가지 샀다. 6.34달러. 25,994 리엘. 스마트폰을 꺼내 두드렸다. 4,100이란 숫자가 찍힌다. 여기는 왜 4,200이 아니냐고 따질 계재가 아니었다. 시장에선 4,000, 환전소에선 4,020, 럭키몰에선 4,200 앙코르마트는 4,100. 이렇게 된 마당에 환전을 고집할 이유가 하등에 없게 되었다. 가장 합리적인 것은 주유소나 구멍가게 또는 시장에 갈 때엔 리엘을 준비하고 기타 주유소나 레스토랑, 특히 마트에서 신라면이나 청정원 간장 등속을 살 땐 달러를 가져가는 것이다. </p><p><br> 영리한 캄보디아, 브라보!<b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