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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가을맞이 총력기획 딴지일보 노동문제 컨텐츠 공모전]


당선작입니다





나는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에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직위원장이란 직책은 갖다 붙인 거고, 주로 노동 상담 및 '노동자의 미래' 사업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상담전화번호(02-867-2260)가 본인 핸드폰으로 연결되어 있어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이 상담전화는 민주노총 차원에서 설치한 전화를 우리 지역으로 옮겨온 것으로, 2011년도 개설하였다. 동네에서 나름 인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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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참세상>)


노동 상담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상담 방식

내방상담, 전화상담(상담 대표전화 02-867-2260), 야외상담(광장사업, 지하철 상담(복지센터)
주요 상담 유형: 권고사직, 체불임금, 연차휴가, 휴업수당, 실업급여, 연장 수당, 퇴직금, 산업재해, 노동조합 설립 등


상담 빈도

사업진행에 따라 상담빈도 차이가 있음. 지역 현수막 게시, 유인물 배포, 집중사업 등 진행 시 1일 5~10회까지 늘어남. 월 평균 30회 가량


상담 처리
① 체불임금, 각종 수당 미지급 등 진정 사건의 경우 정확한 근로기준법 위반 내용 확인 및 설명 후 진정 및 이후 임금 받아낼 수 있는 방법 안내. 사건이 복잡할 경우 상담자와 함께 노동부 방문 동행
② 해고, 산재 및 법적 쟁점이 복잡하거나 금액이 클 경우 노무사 연결(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원, 구로근로자복지센터 담당 노무사)
③ 노동조합 설립 등 조직상담은 반드시 방문상담 진행 후 1차 조직상담은 ‘'노동자의 미래'’에서 진행. 업종 및 사업장 특징 등을 파악하여, 금속노조 가입, 혹은 해당 산별 연락. 본격 노조 설립과정은 해당 산별과 진행하며 금속일 경우 남부지역지회 담당자 선임



상담자가 진정절차 등을 어려워하거나 쟁점이 복잡할 때, 근로감독관이 장난칠 거 같을 때는 진정조사에 본인이 참관하러 간다. 금속노조 조끼(본인은 금속노조 조합원)를 입고 가서 상담자 옆에 앉아있으면 감독관이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


상담내용을 보고 집단 상담이 필요할 경우엔 같이 사무실로 오시라 하고, 재직 중이라 진정 등이 어려울 경우에는 민주노총 이름으로 고용노동부 관악지청(구로, 금천, 관악, 동작구 관할)에 근로감독을 요구하기도 한다. 당연히 상담한 사람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 나름 개선 효과가 있다.


내가 딴지에 글을 쓴 이유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딴지일보의 일처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둘째, 구로공단에서 현수막 걸고 유인물 뿌린지가 벌써 6년째다. 그런데도 공단 현실은 바뀌지 않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동자만 힘들어지고 있다. 이 동네 사장들이 노무사들하고 짜고 어떤 식으로 장난을 치는지 함 보시길 바란다.


셋째, 딴지일보 독자 중에도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좀 보셨으면 한다. 당신 옆에, 당신하고 노동조합 만들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좀 알아줬으면 한다.


각설하고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내가 해온 상담을 토대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구로단지)의 노동실태를 쭉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최저임금 기준’는 2015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1) 권고사직


① 유형


공단 내 대부분 사업장에서 해고 대신 권고사직으로 노동자를 자르고 있다. 부서 폐지 등 복수의 노동자에 대해 해고를 할 경우에도 구두통보 후 사직서를 받는 방식이다. 문서로 해고를 통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해고라는 말을 언급하는 것도 드물다.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배치전환, 직장 내 따돌림, 원거리 발령, 일 안 시키기(대기발령), 손해배상 청구 협박 등.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라는 게 회사 측이 제시하는 유일한 보상일 때가 많다. 실업급여를 주겠다고 해놓고 이직확인서(회사에서 고용보험센터로 보내는 서류. 당사자는 확인할 수 없음)에 ‘자진퇴사’로 써서 실업급여 못 받게 하는 악랄한 경우도 있다. 해고 예고수당의 의미로 한 달 치 급여를 주는 곳도 가끔 있으나, 없는 데가 더 많다.


② 대응


'노동자의 미래'에서,


“권고사직, 노동조건 악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상담 받고 버티면 ‘끝’. 사인하기 전 꼭 상담하세요.”


라는 현수막을 지역에 게시했다. 권고사직은 현장에서 해당 노동자가 버티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일단 버티기만 하면 회사가 내보내기 위해 법적 해고를 하거나(채찍), 수당 지급 등으로 회유(당근)한다. 하지만 대부분 노동자가 끝까지 버티질 못한다.


노동조합 설립이 방법일 수 있으나 대부분 포기하거나 주변 동료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 상담자의 노동조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미지급 임금이 있으면 진정 등을 통해 받아내는 살풀이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2) 최저임금 위반


① 유형


일당제 하 연장근무로 최저임금 위반: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대놓고 최저임금을 위반하기도 한다. 대부분 시급제가 아니라 하루 일당제 형식으로 ‘하루 얼마X일한 날수’로 계산해서 월급을 지급한다. 8시간 근무기준으로는 최저임금이 넘지만 연장 근무 시에 이를 반영하지 않아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거다. 봉제사업장에서 두드러진다.


단기알바로 고용하고 수습기간 적용: 수습기간에 최장 3개월까지 최저임금의 90%만 적용할 수 있음을 악용하는 경우다. 한진택배 등 택배회사 내부에서 급격하게 물량이 오르는 명절 등에 초단기알바(10일 이내)를 고용하면서 최저임금의 90%만 지급한다. 단기알바로 채용해놓고 3개월까지 최저임금 90%만 지급, 근로계약서 미 작성, 혹은 수습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것도 모두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궁극적으로 ‘수습기간엔 최저임금적용 제외’ 규정을 없애야 한다.


포괄임금제 사업장에서 과도한 연장근로로 최저임금 위반: 월~금 3시간 연장근로를 하고, 토요일엔 5시간 근무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최저임금 기준 이 사람의 월급은 1,727,010원이고, 연봉은 20,724,120원이지만, 월급을 170만 원만 준다거나 연봉을 이천만원으로 계약할 경우 최저임금 위반이다. 문제는 월급계산 방식을 몰라 본인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노동시간을 입증하지 못해 최저임금 위반을 인정받지 못한다. 회사는 출근부 조작, 무조건 발뺌, 자발적 연장 근무 등을 주장하며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② 대응


일단 노동부에 진정한 후 근로감독관/회사와 싸워야 한다. 최저임금 위반 문제는 대부분 본인의 노동시간을 입증하는 문제라 만만치는 않다. 노동자가 본인 근무시간을 수기 등으로 기록해놓으면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나 최근 근로감독관들이 이를 ‘자의적 기록’이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이때는 감독관과 싸워야 한다.


수습의 경우 초단기라 금액이 크지 않아 상담자가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필요하나, 회사들도 단기알바들에 대해 자료를 남겨놓지 않아 개선이 어렵다. 지속적인 감독과 당사자 신고가 필요하다.



3) 체불임금


① 유형


공단 내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사업장에서, 업종구분 없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처벌이 미약하고 노동자 보호가 부족해 못 받기도 한다.


배 째라: 폐업, 부도, 법인 변경, 돈 빼돌리기 등으로 몇 개월씩 임금을 체불하고는 회사 망했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사업주와 연락이 안 되기도 하고, 연락 돼도 배 째라고 한다. 체불금품확인원을 수령한 후, 법률구조공단 통해 가압류하는 것이 돈도 안 들고 일반적인 방식인데, 이렇게 해도 못 받을 때가 많다. 체당금으로 갈 경우 노무사를 구해야 한다.


임금지급일 지연, 상습체불: 월급날을 매번 어겨서 임금을 지급한다. 5월 월급을 6월 말일에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상습체불을 이유로 노동부에 진정하거나 시정요구를 하는 것은 가능하나 당사자가 재직 중인 경우가 많아 진정이 어렵다. 노동부도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지연지급)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같이 고생하자는 의리파: 10인 미만의 IT 업종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좀만 더 함께 고생해보자’는 식으로 임금을 체불한다(사장은 따로 자기 몫을 챙겨놓기도 한다). 노동자들도 회사 전망을 보면서 고민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노동자가 당하는 사례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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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대응


많은 노동자들이 버틸 때까지 버티다 퇴사 후에 진정접수하거나 상담을 의뢰한다. 회사가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으면 크게 문제가 없지만 회사가 망해가는 상황이거나 채권단이 이미 들어온 상황이면 돈 받아내기가 만만치 않다.


상습적 체불, 혹은 임금지급일 상습 지연의 경우, 남부지구협 명의로 고발을 하거나 근로감독을 의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4) 연차휴가/연차수당 미지급


① 유형


사용자들이 의도적으로 자행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회사는 연차휴가 없다: 법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다. 연차휴가/수당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동의도 받지 않는다.


연차휴가 강제 소진: 물량이 없을 때 강제로 연차휴가를 소진시킨다. 일이 있어도 연차수당 주지 않기 위해 연차휴가 소진시켜버리는 거다. 휴업수당 70%도 안주고 연차수당도 안 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쓰는 꼼수다. 노동자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연차휴가 공휴일 대체: 현행법상 노동절을 제외한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모든 ‘빨간 날’들을 연차휴가로 대체해버린다. 일이 많을 때는 ‘빨간 날’에 일을 시키고 특근수당도 주지 않는다. 입사와 동시에 연차휴가가 마이너스가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연차휴가 소진제도 악용: 근로기준법상 회사가 제대로 ‘연차휴가 소진제도’를 쓰려면 2차에 걸친 절차를 지키고, 앞서 나온 연차휴가 강제소진 등을 해야 연차수당 지급의무가 면제된다. 그런데 이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하는 것이다. 공지로는 ‘연차휴가 쓰라’고 해놓고 막상 신청하면 현장관리자선에서 막아버려, 연차휴가를 쓰지도 못하고 수당도 못 받는다.


연차휴가 7개부터 시작, 연차수당 월급여로 지급 등: 노동자가 연차휴가제도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점을 악용해 온갖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연차휴가/수당을 미지급한다. 입사 1년 차에 연차를 7개로 시작해서 1년에 1개씩 늘리는 방식, 연차수당을 월급명세서에 끼워놓고 이미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방식, 2년이 안되면 연차수당은 없다는 경우 등이 있다(금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확인되었듯이 현재 공단은 단기근속자 비중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2년이 안된 노동자에게 미사용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회사입장에서는 거의 연차수당을 안 줘도 된다. 노동자들도 이 규정을 잘 모른다).


② 대응


연차휴가/수당은 노동자들이 민감해하는 문제지만, 조직결성의 근거로까지 확대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세일엠텍분회가 최초로 노조를 결성한 계기 중 하나가 연차휴가문제였음). 다른 문제들과 비슷하게 ‘그만두고 신고해서 받아야지’ 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개선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연차휴가/수당은 회사가 지급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받아내기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하지만 개별동의,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명시 등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문제는 노동부가 공휴일 연차 대체 등 연차휴가의 취지를 훼손하는 회사의 편법행위를 합법으로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전국적 차원의 투쟁이 필요한 사안이고 민주노총에서 시작을 하기는 했으나 투쟁이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5) 휴업수당


① 유형


물량 없으니 나오지 마라: 대놓고 휴업한다. 대부분의 제조업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소규모 뿐만 아니라 중규모 사업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사용자는 휴업수당을 줘야한다는 인식도 없고, 있어도 모른 척한다. 노동자는 일 안 하면 월급 못 받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 휴업수당에 대해 알고 있는 노동자들도 현실에선 잘 주장하지 못한다. 휴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선 본인 고용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휴업이 지속되는 것은 회사가 어려워지고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기에 퇴직금 등 받아야 할 돈이 있는 노동자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한다.


공단 내 제조업 사업장이 대부분 대기업들의 하청인 상황에서 비수기의 주기적 휴업과 성수기의 고강도 잔업특근은 일상화되어 있다. 휴업수당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고용을 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를 떠나 공단 내 기업들은 고용의 유연화를 거의 100% 달성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② 대응


노동자들이 휴업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상담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상담이 들어오면 급여내역 등을 가지고 진정 청구가 가능하며, 마지막 사례처럼 주기적 휴업이 반복될 땐 노조 설립까지도 고민할 수 있다. 다만 만만치는 않다.



6) 실업급여


① 유형


가장 많은 상담유형 중 하나. 단기근속자가 많고, 권고사직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실업급여 문의도 많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실업급여의 조건에 대해 상담한다. 다양한 조건(업무강도, 질병, 회사 이전, 가족사정 등)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으나 당장의 생계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거다. 회사와 협의가 되지 않아 실업급여 수급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부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고용 지원금을 받는 경우, 지원이 중단되거나 고용보험공단으로부터 감사를 받을 수 있어 실업급여 처리를 안 해준다.


② 대응


각종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한 조건을 찾아보지만, 정부의 실업급여 수급조건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잘 못 받는다. 대정부 투쟁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음 시간에 연장수당, 퇴직금, 무료노동 등에 대해 마저 다루겠다.




노동자의 미래 조직위원장 이규철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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