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주년을맞이한한국그리스도인의선언준비위원회(준비위)'는 8월 10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선언문을 발표하고 한국교회와 단체들의 서명 동참을 촉구했다. 한국 기독교 사회 선교 단체와 교회가 중심이 돼 평화통일과 사회·생태 정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이다.

선언문은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전 국사편찬위원장)의 제안으로 작성됐다. 이번 선언문은 6월 27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발표한 '분단 70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임진각 선언문'의 연장선에 있다. 이만열 교수는 "한국교회와 사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제대로 된 광복 70주년 관련 문안이 없는 것에 안타까움과 필요성을 느껴 선언문을 작성하게 됐다"고 했다.

준비위는 이번 선언문이 갖는 의의가 보수와 진보,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 진영이 뜻을 같이한 데 있다고 했다. 선언문 작성에서부터 기자회견에 이르기까지 양 진영의 목회자들이 함께했다. 이만열 교수를 비롯해 방인성(함께여는교회)·박득훈(새맘교회)·강경민(일산은혜교회)·이문식(광교산울교회) 목사 등 복음주의권 목회자들과 양재성(예수살기 총무)·진광수(고난함께 사무총장) 목사, 이은선 교수(세종대·전 여성신학자협의회 공동대표) 등 에큐메니컬 인사들이 참여했다.

▲ 이만열 교수는 "동포와 사회, 세계를 향해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우리의 지향하는 바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선언문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강경민 목사는 "나는 50년 넘게 보수적인 교단에 몸담아 왔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와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만나 보면 그리스도 안에서 다 같은 형제다. 이 선언문은 '진영을 떠나 모두 한 형제'라는 인식에서 만들어졌다. 보수와 진보가 평화통일이라는 큰 담론을 위해 함께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선언문에는 해방 70년이 되도록 남북이 대치 상태에 있는 데에는 통일을 방해하는 '분단 고착 세력'들에게 책임이 있음을 전제하면서도, 그리스도인들 또한 그동안 맡은 역사적 소명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하나님나라의 용서와 정의, 평화만을 기준으로 삼고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타파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선언문에는 해방 70년을 맞아 사회문제인 양성 평등 문제, 생태 환경 문제, 경제 정의 문제들도 함께 다뤘다. 이은선 교수는 이 선언이 사회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개인의 영역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이 지금까지 통일 문제를 비롯해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을 회개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함께해 나가기 위해 목회자들이 모여 선언문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박득훈 목사, 윤환철 사무총장(미래나눔재단), 박찬희 교수(서울신대)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한국 사회와 교회가 해야 할 '10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역대 정부가 이룩한 4대 합의(7·4 공동 성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공동 선언, 10·4 선언) 존중 △휴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 △한반도 비핵화 △DMZ 생태 평화 공원 지정 및 한반도 생태계 안정화 등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 △양성 평등 확립 △사회정의 및 경제 균형 발전 △사회적 약자 배려 강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해방 등 사회에서도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환철 총장은 8월 10일 자정을 기준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총 1,302명이 선언문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서명은 8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윤 총장은 오는 8월 16일 광화문광장에서 '한국 그리스도인 광복절 연합 예배'를 열고 서명자들의 이름을 담아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아직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서명은 아래 링크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바로 가기: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한국 그리스도인의 선언' 서명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한국 그리스도인의 선언

동포여, 해방의 새날을 맞이하자

역사를 주관하시는 창조주 하나님께로부터 해방의 역군으로 부름을 받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는 죄와 사망의 쇠사슬로부터 인류를 해방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불의와 독재와 분단의 고통에서 우리 민족을 해방시키시려는 그리스도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소명이라 믿는다.

한민족은 70년 전 일제 36년의 식민지 억압에서 해방되었으나 강대국의 횡포와 우리의 죄로 인해 분단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남북한 권력자들은 분단이 야기한 적대적 공생 관계를 활용하여 독재 체제를 구축하고, 시대착오적 권력 세습을 감행했으며, 왜곡된 이념적 대립과 물신주의와 성공제일주의의 쇠사슬로 우리를 얽어매고 있다. 조국 해방을 위해 생명을 바친 선열들의 기대와는 달리 광복 70년을 맞는 이 시점에도 외세의 간섭은 더 심화되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한 일이 아닌가!

먼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한민족이 분단의 고통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이념 대립에 편승하여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는 죄를 범했다. 우리는 교회 성장을 빙자하여 세속적 물신주의와 성공제일주의를 추종했으며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윤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역사적 길잡이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는 건전한 기독 시민의 양육에 실패했고 양극화를 정당화시키면서 한국 사회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데에 일조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 민족 앞에 범한 죄악을 통절히 회개하면서 진정한 민족 해방의 역군이 될 것을 선언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용서와 화해와 일치의 모범을 보여 주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평화통일을 선도하고자 한다. 분단 고착 세력들은 분단 비용이 통일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닌데도 통일 비용을 과대 포장하면서 통일 의욕을 꺾으려 하는가 하면 핵무장과 전쟁의 공포를 확대재생산하면서 증오와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민족 분단의 고통스런 현실을 권력과 부의 증진 기회로 삼으려는 세력들에게 단호히 맞서고자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북한 동포와 제3세계 민중들에게 빚진 자임을 고백한다. 억압과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은 모든 약소국 민중들의 염원이자 하나님의 명령이다. 한반도에서 이루어질 새로운 해방은 아직도 강대국의 횡포와 패배주의로 인해 절망에 빠져 있는 약소국의 민중들이 같이 누려야 할 기회요 희망이다. 

우리는 세상의 어떤 이데올로기도 절대화하지 않으며 오직 하나님나라의 용서와 정의와 평화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원칙이야말로 분단 고착 세력들에 의해 조성된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타파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이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다. 하나님나라의 용서와 정의와 평화에 입각하여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열망한다.

인류가 살고 있는 하늘과 땅과 바다는 하나님께서 지으셨고 영원히 보존해야 할 삶의 보금자리다. 그러나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은 창조 질서를 파괴했으며 만물을 끝없이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맹목적 경제성장의 이데올로기와 시대착오적 전체주의에 찌든 한반도에서 생태 정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지금 한반도의 모든 피조물들은 착취와 파괴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그리스도의 자녀들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해방 70주년을 맞아 남북 동포들과 함께 이렇게 외치고자 한다.

"보라, 희년의 새 아침이로다. 동포여, 우리를 얽어맸던 모든 억압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함께 건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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