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유치해서 이제 좀 외면하고 싶으나 그러지를 못하게 하는 진드기 같은 사태가 있다.

바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관련 소식들이다. 그동안 권력과 거짓에 가려져 있던 부패와 타락의 실상들이 자고나면 밝혀지고 있다. 종교, 그 중에서도 기독교의 비종교적 행태가 지금까지 얼마나 이 사회와 종교세상을 지배하고 좀먹어 왔는지를 실감나게 하는 요즘이다.

한기총의 자중지란(自中之亂) 즉, 합동(길자연 목사)과 통합(이광선 목사)의 권력싸움에서 비롯된 이광선 전 대표회장의 금권선거 관련 양심선언은 그 발로(發露)야 어찌됐든 수많은 목회자들의 양심선언으로 이어지며 급기야 한국교회의 뿌리 깊게 곪아 썩어있던 병폐를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공방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길자연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정지’라는 판결을 얻어 냈으며, 나아가 의식 있는 종교인들로부터 한기총이라는 조직 자체를 없애라는 해체 운동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금번 한기총 사건은 SBS 방송을 타면서 비종교인들도 놀랄 ‘10당5락’이라는 치욕스런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타락한 한국교회 금권선거의 진면모를 과시했다. 드러난 곳이 한기총이지만 사실은 온 교회와 교단이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게 다수의 생각이다.

사회보다 악한 이러한 조직이 그동안 한국종교와 기독교 나아가 정권과 하나 되어 정치 종교 사회를 넘나들며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휘둘러 왔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기총 해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손봉호 교수를 의식한 길자연 목사의 발언이 나와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길 목사는 “한국교회의 지성이라는 사람이 국가나 가정이나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해체해야 되느냐”는 식으로 손 교수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필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책망하고 싶다.

길 목사는 기독교 교인을 말씀으로 인도하는 인도자요 지도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 속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없음을 손 교수를 향한 원망을 통해 알게 된다. 즉, 경(經)의 말씀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범죄한 아담세계는 조금 남은 씨로 노아의 8식구를 제외하고는 물로 쓸어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또 가나안에 입성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린 하나님의 명은 가나안 7족을 씨도 남기지 말고 멸하라 하신 사실도 깨닫지 못하고 한국교회와 교인들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 하시면서 인간세상을 진멸이라는 방법을 통해 심판을 하셨을까. 그것은 또다시 악(惡)의 사상에 물들어 악과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세상 말에도 고름이 피 된다는 말은 없다고 하지 않은가. 환부가 있으면 도려내 근원까지 없애버리는 게 종교나 세상이나 하늘이 정한 이치임을 알기를 바란다.

게다가 한기총은 작금에 밝혀지고 있듯이 종교에 목적을 둔 게 아니라, 정치에 목적을 두고 설립된 세상조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즉, 태생적으로 이미 종교가 아님을 알리고 있으니 마땅히 해체돼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양심선언에 가세한 김화경 목사(한기총 제21회 스포츠 위원장)는 추가 폭로를 통해 합동 측에선 부장도 300만 원은 써야 당선되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서 오늘날 교계지도자들을 향해 말씀과 상관없는 ‘귀신 들린 자’라고 성토하며, 교계언론을 향해서도 “파벌을 형성해 진실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계 전도지나 홍보지나 주보나 목사나 기관의 대변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의 교계 언론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 나라가 살 수 있는 길은 종교가 살아야 한다. 또 종교가 살 수 있는 길은 종교 언론이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소홀히 여긴 책임은 분명히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함께 깨달아야 하는 것은 오늘날 기독교의 문제가 한기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모든 교단과 교파 또한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종교현실을 깨닫고, 묵은 것은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이 시대는 애타게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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