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45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존 오웬의 영성’을 주제로 3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발표자로, 김홍만(한국청교도연구소)·이은선(안양대) 박사가 논평자로 각각 참여했다.

김남준 목사는 이날 ‘존 오웬과 신자에게 내재하는 죄’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목사는 “존 오웬이 다루고 있는, 신자에게 내재하는 죄에 대한 교리는 그의 인간론의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며 “그리고 그의 신학에 있어서 인간론은 창조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교리는 바로 이러한 창조론과 인간론 사이의 연결이 된다”며 “다시 말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도록 창조된 것이 인간의 본래 자리지만, 인간 스스로는 그 자리로 돌아갈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은 바로 이러한 인간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즉 타락으로 인해 잃어버린 인간 존재의 신적 목적으로 인간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또 “하나님께서 죄로 말미암아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는 것은 본래의 창조 목적으로 돌아가 하나님을 섬기게 하시기 위함”이라며 “존 오웬의 신학에 있어서 이 주제에 대한 논의는 중생한 신자와 성화와의 관계의 맥락에서 다룰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존 오웬은 중생 안에 성화의 경향이 있고 성화의 실행 안에 중생의 씨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구원받은 신자라 할지라도 여전히 잔존하는 죄가 경향성으로 내재하고 있기에, 그가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새로워지기까지는 끊임없는 죄와의 투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존 오웬은 어디에서도 이러한 인간의 의무 참여가 죄를 죽이고 은혜를 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면서 “신자에게 내재하는 죄를 죽이는 일의 주인공은 성령님 자신이시며, 의무에 대한 인간의 순종은 도구일 뿐이다. 인간은 타락함으로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성화의 과정을 통해 회복하게 되는데, 죄와의 끊임없는 싸움과 성화에서의 진전은 바로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이 본래 창조하셨던 자리로 돌아가게 하고 그 인간 본연의 존재의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게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러므로 오웬의 인간론의 맥락에서 보자면 인간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할 당시에 의도하셨던 인간됨을 회복하는 것이며, 하나님이 본래 인간에게 위탁하셨던 소명을 따라 사는 것”이라며 “타락한 이후 스스로 이러한 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인간을 위해 구속 계획이 성취됐으며, 구원받은 인간은 참된 신자가 되어 감으로써 참으로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다. 오웬의 인간론의 맥락에서 성화는 이러한 명제로 집약된다”고 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홍만 박사, 김남준 목사, 김영한 박사, 이은선 박사. ⓒ김진영 기자

김 목사는 “존 오웬은 죄의 실재성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악을 선의 결핍으로 보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담론을 따르고 있다”며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영적 선을 행하는 것은 은혜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만 악을 행하는 것은 악한 의지를 통해서인데, 이것은 곧 선한 의지의 결핍이며 은혜의 결핍이라고 보았다”고 했다.

그는 “오웬에 따르면, 은혜의 결핍을 통해 역사하는 죄의 힘은 은혜의 결핍의 단순한 결과가 아니다. 이것은 죄 자체가 인간의 마음 안에 역사하는 강력한 힘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서 신자라 할지라도 여전히 부패한 죄성이 남아 있는 무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은혜가 거두어지거나 혹은 약화될 때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죄의 경향성의 힘이 발휘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훌륭한 신자에게 가장 치열한 성화의 실천을 강조하는 것도 오웬의 신학에서는 정당성을 얻는다. 왜냐하면 성화된 신자의 거룩한 생활과 선한 경향성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의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목사는 “오늘날 종교개혁의 대의인 ‘이신칭의’ 교리가 안일한 구원의 개념을 양산하고 성화에 대한 태만으로 오용되는 질병적 상황에 대한 치유책을, 오웬의 성화론에서 발견할 수 있다”며 “신자에게 내재하는 죄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은 지상에서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끊임없이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죄가 신자의 마음 안에서 우세해지는 것을 막고 오히려 은혜의 지배 아래 사는 일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해 신자는 진리의 빛 아래서 명징한 지성과 하나님의 아름다움으로 말미암는 선을 행하고자 하는 충만한 의지의 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한편으로는 부지런한 은혜의 수단에 참여하는 경건의 실천이 필요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지혜로서의 성경적이고 통합적인 기독교 사상을 함양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한 박사는 개회사를 통해 “오웬은 성령을 통한 중생을 강조한다. 중생이란 세례의 외적 표시와 외적 생활의 변화로 이뤄지지 않고, 성령의 내면적 역사를 통해 이뤄진다”며 “성화는 중생한 신자의 인격 속에서 성령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행하시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죄를 죽이는 성화의 주체는 인간의 경건의지가 아니라 성령이라고 한 오웬의 성령론은, 성화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그의 성령론은, 오늘날 정통주의를 하나의 교리나 이론으로만 받아들이고 성령의 은사를 신비주의로 간주하고 죄 죽이기를 태만히 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