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팝의 전설이 재탄생하는 뮤지컬 무대

입력 2015-01-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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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

지난해 브로드웨이 뮤지컬시장의 가장 핫한 아이콘은 신디 로퍼와 그녀의 ‘킹키부츠’였다. 환갑 나이의 신디 로퍼가 인생 이모작이라도 하듯 뮤지컬 작곡에 도전해 전 세계 뮤지컬 종사자들의 로망인 토니상을 거머쥐고 흥행 고공행진까지 누렸기 때문이다.

‘킹키부츠’는 드랙 퀸(여장 남성)들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강철 굽 부츠를 의미한다. 팝스타인 동시에 패션 아이콘이기도 했던 신디 로퍼다운 뮤지컬 소재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망해 가는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아들의 고군분투 성장 드라마로 신디 로퍼의 파워풀한 음악뿐만 아니라 소재, 대사, 메시지까지 잘 다듬어진 뮤지컬이다.

지금 브로드웨이의 또 다른 화제작은 뮤지컬 ‘더 라스트 십’(The Last Ship)인데 이번에는 ‘스팅’이다. 세계적 팝 싱어송라이터 스팅의 팬이라면 스팅이 지난 2013년 10년 만에 발매한 신곡 음반 ‘더 라스트 십’을 들었을 거다. 백파이프, 아코디언, 피들러 등 목가적 악기를 잘 살린 영국 전통 포크와 재즈·팝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음반과 똑같은 제목의 뮤지컬이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것. 음반에 이어 스팅이 직접 뮤지컬의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데다 며칠 전까지 무대에 직접 서기도 했다. 스토리도 조선소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스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15년 만에 마을로 돌아온 남자가 자신이 버린 여인을 찾고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배를 만든다는 희망적인 휴먼 스토리다.

‘킹키부츠’와 ‘더 라스트 십’. 이 두 브로드웨이 신작 공연의 공통점은 세계적 팝스타가 환갑을 넘긴 나이에 뮤지컬에 도전했다는 점, 그래서 내공이 깃든 완성도 높은 음악, 스스로의 삶을 작품에 반영한 소재,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주제 등 많다.

나이 60을 넘긴 세계적 두 팝스타의 뮤지컬 무대를 향한 자유로운 도전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결국 놓치고 말았지만 스팅이 출연할 때 달려가 브로드웨이 현장에서 기립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뜨겁게.

그러다 문득 또래 동료들과 작은 공연 기획사를 운영하던 1997년이 떠오른다. 당시 한국 뮤지컬시장의 기반을 다진 삼성영상사업단에 창작뮤지컬을 만들자고 용기 있는 제안을 했고 결국 9억원의 제작비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창작대중가극 ‘눈물의 여왕’을 만들었다. 지금처럼 뮤지컬 전문 배우도, 전문 스태프도 거의 없을 때여서 결국 영화배우 이혜영, 전도연, 조민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는데 뮤지컬 전문 음악감독과 작곡가는 더 문제였다.

㎘고민하다가 한국 록의 전설인 신중현씨를 찾아갔다. 서울 문정동의 지하 스튜디오에 무조건 들이닥쳐 떼를 쓰듯 뮤지컬 작곡 의뢰를 한 젊은 기획자를 정성으로 맞이하고 뮤지컬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당시로는 엄청난 작곡료를 제시해 결국 신중현 선생의 뮤지컬 작업은 불발되고 말았는데 돌이켜 보면 거절이나 자존감을 에둘러 정중히 표현한 것인 듯하다. 2003년에는 또 창작뮤지컬 ‘페퍼민트’ 제작을 끝내고 성공적 결과에 고무되어 산울림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김창완씨 측과 저작권에 로열티 협의까지 했다.

그러나 곧바로 대학 교수의 삶을 살게 되면서 한국 팝의 역사인 거장들과의 뮤지컬 작업은 여전히 박제된 꿈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한국 팝의 거장들의 음악과 삶은 뮤지컬의 훌륭한 원천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조용필, 김창완, 들국화는 살아서 전설이 되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대명사다. 그들의 음악은 몇 십 년 동안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했고 한국인을 위로해 왔다. 그 음악적 저력이 뮤지컬 무대 위에서 또 다른 힘으로 한국인을 일어서게 하고 즐겁게 해줄 수 있기를 꿈꿔 본다. 어떤 프로듀서든지 좋으니 누구라도 그들의 전설을 뮤지컬 무대에서 현실적 생명으로 새로 탄생시켜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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