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마이스 人] 부산 ITU 전권회의 이성득 동시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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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행사 많은 부산, 통역시장 전망도 밝아요"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국제행사인 '2014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의 통역을 맡게 돼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부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뿌듯했죠. 부산의 마이스 산업이 잘 돼야 제가 하는 일도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국제행사가 부산에 유치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산 출신 이성득(사진) 통역사는 지난 7일 폐막한 'ITU 전권회의'에서 공식 기자회견과 방송 인터뷰 동시통역 등을 맡아 진행했다.

"올해 3월부터 부산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현장에 와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견스러웠죠, 제자들이. 이런 행사들이 더 많아져야 부산의 통역 시장도 넓어질 거라 기대합니다."

부산외고, 부경대 출신인 그는 6년간 헤드헌팅 업체에 근무하다 서른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서울외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다.

"직장인으로 주경야독 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원 입시 공부를 했습니다. 삼수 끝에 수석 입학, 수석 졸업을 했죠. 교수님께서 가족들 데리고 아예 서울로 올라와서 일하라고 권유하셨는데, 저는 부산에서 뛰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부산에서 열리는 큰 행사들을 서울 업체, 서울 인력들이 내려와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부산은 마당만 내주고, 돈은 서울로 가는 현실을 개탄하다가 '나라도 부산에 남아 일해보자' 마음먹은 거죠."

그는 대학원 졸업 뒤 부산시 국제협력과 통역사로 1년간 근무했다. 허남식 전 시장과 김종해 전 행정부시장의 통역을 전담했다.

"프리랜서로 독립할 때 주변에서 시에 소속돼 있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많이 말씀하셨는데,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저한텐 즐겁습니다. 통역이라는 게 어떤 업계에서 일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되거든요. 금융, 의료, 자동차, 해양·항만, 문화 등 각 분야를 폭넓게 알 필요가 있죠."

영어만 잘 해서는 제대로 된 뜻을 전달하기가 어려운 만큼 전 분야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일이 통역이다. 그래서 그는 대학에서도 숙제 많이 내주는 교수로 유명하다.

"처음에 일 시작할 땐 사실 경상도 사투리도 콤플렉스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건 내용이지 억양이 아니더라고요. 영남권에서는 남자 동시통역사는 제가 거의 유일하니까 희소성도 있고요. 'ITU 전권회의'를 지켜보니 앞으로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지로는 서울보다 부산이 유리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벡스코 인근 해운대 일대에 특급호텔들이 모여 있어 상대적으로 숙박이나 관광에 강점이 있거든요. 부산이 마이스 행사 개최 역량을 더 키우고, 지역 인재들이 실력만 갖춘다면 앞으로 시장 전망은 밝을 거라 확신합니다." 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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