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교회가 지난 17~19일 스위스 제네바 보세이에서 ‘한반도 정의, 평화, 화해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올라브 트베이트 WCC 총무, 강명철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 리종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부위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사진출처: 연합뉴스)


NCCK-조그련 ‘평화통일 기도주일’ ‘청년교류’ ‘교회방문’ 실천 합의
천주교, 교황 집전 평화미사에 북한 신자들 참여 희망… 공식 답변 無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여는 열쇠로 ‘종교’가 떠오르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내걸고 남북 종교계가 교류를 이어가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최근 개신교계는 스위스 보세이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국제회의에서 남북교회의 협력 관계를 이끌어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을 앞두고 천주교계도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강명철 위원장)은 지난 17~19일 스위스 제네바 보세이에서 열린 ‘한반도 정의, 평화, 화해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NCCK에서 김영주 총무와 조헌정 화해통일위원장 등 22명, 조그련에서 강명철 위원장과 리정로 부위원장을 비롯한 4명이 참석했다. 남북 교회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기로 선언했다.

스위스 국제회의에서 남북교회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의 날’을 정하고 공동으로 기도문을 작성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은 기도문에 ‘한반도 평화조약을 통해 전쟁이 종식되게 하소서. 약탈과 지배, 죽임의 군사문화를 종식시키고 사랑을 통한 생명의 역사를 세우게 하소서’ 등의 내용을 담았다.

NCCK는 27일 회원들에게 이메일 서신을 보내 이번 회동에 대해 “북측 교회의 새로운 지도력은 한국교회에 깊은 인상과 긍정적 반응을 이끌었다”며 “(조그련) 전임 故 강영섭 위원장이 지속해왔던 NCCK와의 공조와 WCC 안에서의 논의 진전도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교회적인 바탕도 선명해, 교회 선교와 관련한 부분도 두드러진 교감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 남쪽 내부의 긍정적 반응”이라고 전했다.

◆남북교회, 내년부터 해마다 협의회 개최

이번 국제회의에서 강명철 위원장 등은 “다양한 국가의 형제자매들이 참여한 이번 회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강한 열망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열린 WCC 부산총회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우리는 비록 참가하지 못했지만 총회에서 채택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WCC 부산총회에서 채택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성명서’에는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주일 지정’ ‘남북한 젊은이 교류의 장 제공’ ‘남북한 교회방문 프로그램’ 등의 실천적인 교류내용이 담겼다. 양측은 이 선언을 실천하는 데 동의했으며, 내년 8월부터 해마다 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교회와 함께 에큐메니컬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의회는 남북 정치 상황에 상관없이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NCCK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 첫 협의회를 북한 금강산이나 개성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스위스 보세이 회의는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된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의 후속 사업으로 진행됐다. 남북교회 지도자들의 만남은 지난 2011년 평양에서의 회동 이후 3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 측으로서는 2012년 1월 故 강영섭 조그련 위원장이 작고한 후 현 강명철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위원장은 2012년 작고한 조그련 강영섭 위원장의 아들이다. 3대가 기독교 집안이며 강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강양욱 목사는 김일성 주석의 친모인 강반석의 아버지 강돈욱 장로와 6촌 관계이다.

올해는 1984년 WCC가 남북교회를 초청해 일본 도잔소에서 개최한 ‘동북아평화·정의에 관한 국제회의(도잔소 회의)’의 30주년이 되는 해로 남북교회에는 의미가 깊은 해이다.

◆“교황 집전 미사에 北 신자 참여희망”

천주교계 내에서도 오는 8월 14~18일까지로 예정된 교황 방한 일정과 관련해 북측의 참여를 직‧간접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염수정 추기경이 방북해 북측 인사들과의 회동을 가졌고, 이달 17일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가 평화방송 라디오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북한 신자들이 참여한다면 전 세계와 우리 사회에 평화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이번 교황 방문에서 제일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북한으로부터 공식적인 참여에 대한 답변은 없다”고 전했다.

교황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에 대해 큰 관심을 표출해왔다. 즉위 직후인 지난해 3월 부활절 메시지에서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기원하는 등 평소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해왔다.

지난 1월 주 바티칸 외교사절단에 한 신년 연설에서도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 한국인들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도 염수정(71) 추기경을 안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교황의 방문을 놓고 이웃종교들도 환영하고 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회장단(대표회장 자승 스님)은 지난 9일 환영메시지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날 것을 기원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한반도 화해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또 “점차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에도 진정한 평화의 기운이 싹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 일정 중 8월 18일에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이 자리에는 국내 7대 종단 수장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KCRP는 교황 방한 직후인 오는 8월 25∼29일 인천 송도에서 아시아 종교인평화회의(ACRP) 제8차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 북측 종교계가 참석할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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