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 도중 평화열차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조헌정 목사) 주최 ‘2014 한반도 평화통일 심포지엄’이 27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WCC 부산총회 이후 평화통일 운동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됐다.

김영주 NCCK 총무는 심포지엄에 앞서 “이번 WCC 부산총회는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서 개최되어 세계교회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분단 상황을 알게 하고,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부산총회 이후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협력 속에서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인 ‘평화와 통일’은 최우선 과제”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성명옥 목사(예장통합 이주민선교협의회 공동대표)의 ‘평화열차 체험기’ 발표 이후 조헌정 목사(향린교회)가 ‘분단된 한반도에서 개최된 WCC 총회의 의미’, 노정선 명예교수(연세대)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선언의 내용과 의미’, 김용복 박사(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가 ‘기독교 통일운동을 위한 제언(1)’, 이재정 신부(전 통일부 장관)가 ‘기독교 통일운동을 위한 제언(2)’을 각각 발제했다.

조헌정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본다면 이번 총회의 특별행사 중 하나는 주말을 맞아 총대들이 임진각을 방문하고 여러 교회에 흩어져 교인들 집에 하룻밤을 머무는 일이었다”며 “향린교회에도 외국인 총대 6명이 교인들 집에서 머문 후 주일예배에 참석했고, 이들은 돌아가면서 세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기도함으로 세계적 안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총회 유치와 관련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만약 애초 WCC가 의도했던 대로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총회 장소가 결정됐다면 지금과 같은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마스쿠스로 결정됐다면 당연히 WCC는 내전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전쟁이라는, 결코 반복돼선 안 될 내전을 겪었던 우리로선 못내 아쉬운 역사의 한 단면”이라며 “엄격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부산총회는 수십만 명의 목숨과 수백만 명의 난민을 맞바꾼 총회였고, 남한 교회는 세계 평화에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한반도의 남쪽 끝인 부산으로 (장소를) 결정한 것도 특별한 이유가 없고, 벡스코라는 남한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국제회의장 시설과 그 주위에 있는 세계 최대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는 S백화점과 모두 눈이 둥그레질 수밖에 없는 거대한 H매장을 비롯한 즐비한 쇼핑상가, 해운대의 최고급 호텔들이 부산으로 선택된 이유였다”며 “편리와 욕망이라는 시장자본주의적 입장에서 선택된 가장 호화스런 총회로, 역대 총회는 대체로 작은 도시의 대학교 시설을 이용하여 진행돼 왔으니 이렇게 비싼 시설에서 해야 할 이유가 뭐냐고 하는 총대들의 불만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심포지엄 발표자들이 자리한 모습. ⓒ이대웅 기자

조헌정 위원장은 “부산총회는 십자가 처형 안에 담긴 자유와 해방을 향한 변혁과 저항의 복음의 본질을 다시 한 번 회복하고 특히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세계 교회에 천명하고 저들의 지지를 확고하게 끌어내는 카이로스의 사건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불행하게도 시작부터 NCCK를 배제한 채 소수의 교회성장론자들이 좌지우지해온 총회 영접위원회는 남한교회의 모순과 갈등만을 더욱 드러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부산총회의 긍정적 결과라면 반대자들이 비난하는 바, 교회간 협력과 일치를 향한 대화운동인 에큐메니칼 운동과 초대교회의 재산을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나눠 쓰던 공동체 정신에 기초하여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좀더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열림과 대안의 자세, 그리고 이웃종교와의 만남을 통한 평화운동이야말로 NCCK 회원들이 더욱 힘써 노력할 부분임을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총회 주제인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가 지시하는 바를 따라 예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하라는 명령만을 좇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노정선 교수는 WCC의 한반도 평화통일 선언을 분석한 후 그 장점에 대해 △휴전협정(armistice)을 평화협정(peace agreement)보다도 더 강력한 의회비준을 득해야 하는 평화조약(peace treaty)으로 전환하라는 것 △유엔 등의 대북 경제제재를 중단하라 △전세계의 핵무기를 다 폐기하라, 그리고 나서 비로소 한반도의 핵무기를 폐기하라 △핵발전소도 폐기하라 △외국 군대와 외국 국가들은 한반도에 간섭하지 말고, 침략을 가지 말아야 하며, 점령하지 말아야 한다(intervention, invasion, occupation) △북한인권이 더욱 신장되려면 경제제재를 취소해야 한다 △북측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개발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등을 꼽았다.

김용복 박사는 ‘기독교 통일운동’을 위해 △WCC와 제휴하여 북·남미,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대만과 아시아, 태평양, 서아시아·중동, 아프리카 교회들과 연계해 글로벌 평화 컨퍼런스(Global Peace Conference)를 연례행사로 구상하고 △독일 평화통일의 교훈을 배워 통일로 진행되는 민족사회를 구상하며 △팔레스타인과 중동, 남미 콜롬비아와 동아프리카 평화운동 등 범세계 시민사회 평화포럼에 적극 참여하면서 한국종교평화포럼을 범기독교 세계평화포럼에 연계하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 운동의 세계화를 위한 세계적 지평을 가진 사상적 기반을 재구축하고 국제적 인재 양성과 세계평화재단 형성 등을 제언했다.

이재정 신부는 현재 한반도에 대해 ‘북측보다 남측의 변수가, 중국보다 미국의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평화체제 및 평화협정 실현을 위한 구체적 운동을 전개하고 △NCCK 산하 ‘한반도 평화통일행동’의 상설화를 통한 국내외 기독교 통일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심포지엄 후 참석자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우리의 주장’을 성명서 형태로 발표했다. 이들은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군사훈련을 중단돼야 한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지정한 대북 경제봉쇄를 즉각 해제하고, 유엔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 △남북한 당국은 이 모든 일에 앞서 조건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