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교계 결산] 연합운동·목회·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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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교계 결산] 연합운동·목회·학술
  • 특별취재팀
  • 승인 2013.12.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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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갈등은 안 돼” 자성의 목소리 대두

연합운동
교단 외면한 연합은 불가능 … 진보 보수 모두 혼란

WCC 총회 성공개최 불구 한국 교회 양극화 심각
한기총 ‘이단해제’ 보수권 및 군소교단 외면 불러와

올해 한국 교회 연합기관들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낀 한 해였다. 자기주장만 앞세우고, 자기 이익만 내세우며 사분오열되는 연합운동이 한국 교회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내부 갈등은 복음주의권도 에큐메니칼도 예외는 아니었다. WCC 10차 총회는 외형적으로는 성공리에 끝났지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으며,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 속에 보수 기독교계는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연합기관의 타락이 불러온 이단의 해제는 미래의 한국 교회를 암울하게 만든다. ‘회복과 연합’이 시급한 때다.

2013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WCC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연초가 시작된 1월 13일 김삼환 목사의 대표회장 복귀와 함께 ‘범 에큐 및 복음주의 연합 준비’라는 WCC 한국준비위원회의 기치는 결국 공동선언문 파동을 낳고 말았다. 한기총과 함께 발표한 공동선언문은 WCC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이 선언문에 참여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가 집행위원장직을 사임하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대형교회가 주도하지 않고는 거대한 총회를 치룰 수 없다는 ‘물량론’이 결국 에큐메니칼 진영을 짓누른 가운데 1950년 이후 한국 교회를 지배한 극단적 보수주의와 근본주의 목소리가 되살아나면서 WCC 한국준비위원회는 엄청난 고초를 겪기도 했다. 에큐진영과 복음주의권이 함께 준비하는 총회를 모색했지만 결국 복음주의권의 외면과 비난 속에 일부 대형교회만 참여하며 WCC를 후원했다. 에큐메니칼 진영을 배제하는 상임위원회 구조에 대한 불만은 WCC 회원교단들의 불만으로 이어졌으며, 진정한 ‘일치와 연합’의 정신을 찾지 못한 채 WCC 총회는 마무리 됐고,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벡스코에서 펼쳐진 열흘간의 WCC 총회 일정은 한국 교회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성숙한 회의 문화와 개교회가 할 수 없는 범지구적인 과제들, 성경을 기초로 한 정의와 평화 그리고 선교에 대한 논의는 교회가 추구해야할 미래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인선과정에서부터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삐걱거렸고, WCC 총회 역대 가장 성대한 총회를 후원하고도 정작 한국준비위는 연말까지 결산도 하지 못한 채 재정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WCC를 용공, 다원주의, 동성애 옹호 집단으로 몰아가며 보수세력 결집을 꾀했던 한기총도 ‘WCC 이슈몰이’로 명맥을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뒤에 이어질 후유증은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 WCC 총회 기간 중 WEA가 선교선언에 동참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고,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총회를 개최하겠다며 내년 WEA 총회 유치와 개최를 선언한 한기총은 WEA와 WCC의 신학적 연관성을 어떻게 희석시켜 나갈 것인지 깊은 고민을 안게 됐다.

여기에 교단들의 탈퇴와 행정보류 등으로 군소교단의 연합체로 전락한 한기총이 이단 해제 등으로 그나마 남아 있는 회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 더 이상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심지어 대표회장 임기를 횟수 제한 없는 연임으로 개정하는 안건 등을 다루며 시대에 역행하고 있어 주무관청인 문화관광부가 아예 제동을 거는 웃지못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 한기총은 교단들의 외면 속에서 대표회장 임기 횟수 제한을 없애고 이단을 해제하는 등 독자적 행보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2년 한기총의 역사에 동참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던 예장 합동도 다락방에 이어 박윤식 목사까지 풀어주는 한기총에 더 이상 힘을 보탤 수 없는 상황. 이미 지난 9월 총회에서 한기총 행정보류 결의가 나왔지만 안명환 총회장을 중심으로 임원진이 지지 의사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이단 해제 앞에 길자연 목사까지 한기총과 거리두기를 시작하는 등 한기총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책임론과 현 정권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진보진영은 연말 시국선언과 기도회 등으로 본연의 색채를 드러내며 정의와 평화를 외치고 있다. 분명한 것은 WCC 총회 이후 에큐메니칼 그룹이 외형적으로는 갈등을 겪고 있지만 신앙과 신학적 정서만큼은 성경적 정의와 평화에 집중하는 ‘진보’적 흐름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현주>

목 회
힐링이 대세? … 목회현장도 치유와 상담에 집중

그동안 목회자들의 관심이 리더십, 교회의 건강성, 재충전 등이었다면, 올해 목회는 ‘치유’, ‘상담’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런 흐름은 교회는 물론 사회적 트렌드와도 그 맥을 같이 하는데, 사회적 관심사 또한 치유와 상담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모 방송사의 TV 인기 프로그램조차 그 초점이 ‘힐링(치유)’에 맞춰졌을 정도다.

가정과 사회에서 받은 상처는 물론 교회생활에서 입은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받기를 원하는 성도들로 인해 목회자들은 곤혹을 치렀고, 교계 기관들은 앞 다투어 목회자와 평신도들을 위한 치유와 상담 프로그램들을 쏟아냈다.

각 신학대학들과 전문 기관들도 여기에 가세해 치유와 상담 전문 과정을 잇따라 개설하고 전문가들을 교육했다. 일부 교회들은 교회 내에 상담센터를 설립, 전문 상담사를 상주시켜 성도들의 고민과 신앙의 문제들을 해결해 호응을 얻고 있다.

‘교회 부흥’과 ‘성장’에 대한 열망 또한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식지 않는 관심사.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세미나가 이를 입증했다.

교회 성장 세미나들은 이론으로만 그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목회에 도입할 수 있는 대안들과 함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질문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체험 위주의 세미나들이 도입되면서 목회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공종은>


학 술
세속화된 사회 신학적 반성 깊어
WCC 총회 앞두고 날선 공방 학술계에서도 나타나

교회 일치와 공동선교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대표 기구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올해 부산에서 개최된 가운데 학술계에서는 WCC에 참여하는 교단과 참여하지 않는 교단간 첨예한 신학적 입장 차를 보였다.

에큐메니칼 진영은 세계 기독교의 거대기구인 WCC의 총회 유치를 통해 한국 기독교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특히 총회가 개최된 이후 한반도의 과제를 모색하는 한편 분단된 현실 앞에 평화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반면 보수주의 진영은 종교다원주의, 세속주의, 용공주의라는 극단적 비판으로 WCC 총회에 대한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복음주의 진영은 신학적인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비판적인 고찰을 하면서도 열린 자세로 배워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교회세습, 금권 선거, 목회자 윤리문제 등 각종 논란에 얼룩진 한국 교회의 과제를 성찰하고 ‘공공성’의 회복을 목표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기독교학술원은 ‘청교도의 영성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월례발표회에서 한국 교회의 세속화와 낮은 윤리성을 지적하는 한편 “사회 속에 있으면서도 세속화되지 않고 높은 도덕성을 보이며 하나님 나라를 증거했던 청교도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진화론 교육의 보편화와 종교 다원주의의 흐름으로 창조론이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창조신학을 재조명하는 노력도 전개됐다. 몇몇 학회에서는 창조신학과 교회의 사명을 진단하고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통해 창조신학의 올바른 방향을 설명하고 한국 교회의 지평을 넓히는 자리를 가졌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복음주의 신앙을 전제로 다양한 창조론자들의 열린 대화를 통해 선교지에서 창조과학을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접촉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정전 60주년을 맞은 한반도 분단의 현실 앞에 평화통일을 촉구하는 학회도 잇따랐다. 기독교통일학회는 ‘갈등, 화해,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움에서 남북의 갈등의 골을 매우고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교회의 회개와 자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이념적 갈등을 겪고 있는 남북의 진정한 치유는 대결과 불신에 대한 화해에서 시작된다고 전제하며 통일을 준비하기에 앞서 많은 물질적 자산을 갖고 우월의식에 젖어온 한국 교회의 회개를 촉구했다.

또한 자살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구원론에 입각해 자살에 대한 조명을 하는 심포지엄들도 눈길을 끌었다. 자살자 유가족 위로예배 및 문화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는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자살예방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신학적 논란을 넘어서 자살로 구원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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