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목사가 ‘제10차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KHC) 상임위원장임에도 WCC 총회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폐회식 공식석상에서 WCC 총회 결의를 뒤집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13일 한기총 대표와 공동선언문을 발표함으로써 한 차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김 목사는 전날 WCC가 공식채택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문’의 내용과는 정반대의 발언을 함으로써 그의 ‘오락가락 행보’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삼환 목사는 이날 “저는 이번 대회를 통해서 다음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먼저 한국교회는 대한민국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훌륭한 통치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마다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자신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지지한다고 해 논란이 됐다. 김삼환 목사는 한국교회의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도 아니다. 또 정치적 입장이 다양한 교회의 현실 속에서 모든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이러한 지지표명을 한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어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유엔이 결의한 북한 경제제재 조치가 적절하고 훌륭한 결정임을 알고 존중하고 우리 한국교회는 북한이 하루속히 개방되고 그 인권억압에서 그 민족이 자유롭게 되어 주님의 평안으로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은 WCC가 공식 채택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문’과 정반대의 입장이어서 국내 에큐메니칼운동 세력은 물론 WCC 총대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전날, 같은 자리에서 WCC 총대들이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 해제를 촉구하자고 결의했지만, 한국준비위원회를 대표하는 인물이 오히려 WCC가 채택한 공식 성명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반도 선언이 채택한 것을 번연히 알고 있는 김삼환 목사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당국의 비공식적인 반응에 스스로 몸을 낮춰 ‘저와 WCC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뜻을 전하기 위한 ‘면피용 발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언문이 채택되기 전날에도 김 목사는 이와 관련 이해하지 못할 태도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KHC 내부 인사들에게 격노한 태도를 보임과 동시에 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에게도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WCC의 문서채택 과정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 있지만, 이를 알면서도 자신에게 향해질 정부 및 보수권의 비난화살을 피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WCC의 문서채택은 개인이 좌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WCC ‘공공의제위원회’(Public Issue Committee)의 초안을 전체회의에서 다루고, 미진할 경우 다시 이 위원회로 되돌리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김삼환 목사의 행동에 대해 한국측 인사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초 이 문서 초안작성에 참여한 바 있는 조헌정 목사(NCCK 화해통일위원장)는 “아무리 생각해도 김삼환 목사의 폐막식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우리 위원회 차원에서 다루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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