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한기총 '공동 신앙고백문' 발표 합의
상태바
KHC-한기총 '공동 신앙고백문' 발표 합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09.12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오전 양측 대화모임... 성도 혼란 잠재울 신앙관 논의


WCC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를 50일 앞두고 한국준비위원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또다시 손을 잡았다. 한국 교회 전체가 수긍할 신앙고백을 양측이 다시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양 측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교회 신앙과 역사적 전통 안에서 진보와 보수 모두가 수긍할만한 공통의 신앙고백문을 만드는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논란이 됐던 1.13선언문은 사실상 폐기될 전망이다.

12일 오전 7시 잠실 롯데호텔에서 모임을 가진 WCC한국준비위 상임위원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들은 합의문을 통해 ‘1.13선언문에 대하여 WCC 상임위원회는 폐기나 결의한 바가 없다’고 밝히고 ‘신학자 4인을 선정하여 양쪽 2인씩 추천하여 한국 교회 앞에 우리의 신앙관을 발표하기로 한다’는 내용에 서명했다.

WCC 한국준비위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와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참여한 이 모임에는 한기총 측에서 이건호, 김성광, 길자연, 이강평, 이승렬 목사가 참석했으며, WCC상임위원회에서 장상, 박종화, 김인환, 이광선, 손인웅, 이영훈 목사, 박경조 주교 등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의 대화가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처음 공식 석상에서 만난 양측 관계자들은 한 시간 이상 날선 대화를 나누며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총 측에서는 “지난 1월 13일에 합의한 선언문 4개항을 지금이라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당시 이 선언문이 폐기된 것인지, 유효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대해 상임위원회에서는 “공식 안건으로 올라온 바 없기 때문에 결의도 폐기도 하지 않았다”며 1.13선언문이 상임위 공식문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상임위원은 “교리와 신학이 다른 한국 교회 정서상 각론으로 들어가면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교리만 가지고 대화를 하면 한기총 안에서도 다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 상임위원은 “그러나 현재 WCC 총회를 앞두고 한국 교회가 갈등하고 있고 성도들이 혼란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보수권이 우려하는 바를 이해했다”며 “한국 교회의 신앙적 전통이 담긴 고백문을 내자는 제안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한기총과의 대화모임 후 공식 브리핑을 가진 상임위원회 서기 손인웅 목사 역시 “한국 교회가 공유할 수 있는 신앙 선언을 채택하고 발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극단적인 부분을 지양하고 모두가 찬성하고 동의할 수 있는 내용만 싣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기총과 다시 합의문을 작성하게 된 것에 대해 손 목사는 “우리나라에서 WCC 총회를 하는데 여전한 반대가 있다. 우리가 반대그룹을 찾아가 만나고 부족한 것은 이해시키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잔치다. 평소에 원수졌던 사람들도 옆집에서 잔치를 하면 도와주는데 마음이 언짢아도 그렇게까지 반대하지는 말아달라는 간곡한 마음이 담겨있었다”고 오늘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모임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일단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자는 뜻을 나눈 자리 정도로 풀이된다. 한기총에서도 WCC를 주최하는 그룹에서 기본적인 신앙고백도 내놓지 못한다면 반대그룹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1.13선언이 아니라면 그에 상응하는 공통의 신앙고백으로 한국 교회 성도들을 안심시키자는 것.

홍재철 목사는 “오늘 모임은 WCC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고, 일단 예수 십자가와 부활만 생각하자. 순교자적 정신과 한국적 신앙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모임의 분위기를 전한 한 상임위원은 “아직도 WCC를 다원주의 집단으로 보는 고정관념 때문에 대화가 쉽지는 않았지만 한국 교회를 걱정하고 오랜 신앙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그들의 순수한 신앙적 보수성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었다”며 합의에 이른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 정도였을 뿐, 앞으로 반대를 하지 않겠다는 확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양측은 공동 신앙고백문 발표를 위해 비교적 온건한 신학자들을 선정하기로 했다. ‘조속한 시일’ 내 찬반을 떠나 한국 교회 모두가 공감할 신앙고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이번 합의는 WCC 총회를 50일 앞둔 시점에서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보수권과 WCC에 대해 왜곡된 시각과 우려를 표하는 성도들을 설득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풀이된다.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는 지역교회까지 확산된 WCC에 대한 음해와 왜곡을 파헤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WCC를 통해 분열을 경험했던 교계로써는 극단적 진보와 용공의 상처를 쉽게 씻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을 중심으로 WCC 반대운동이 계속되자 부담을 느낀 상임위원회는 반대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만남을 주선했고, 3시간의 대화 끝에 신앙고백 발표에 합의하며 일단 한 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 신앙고백이 원만하게 발표될 수 있을지, 에큐메니칼 정신과 WCC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양 측은 지난 1월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지만 ‘개종전도 금지 반대’ 등의 문항이 WCC가 추구하는 선교와 상반되는 내용으로 알려지면서 에큐메니칼권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당시 이 일로 선언문에 서명했던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집행위원장직을 사임했고, 교회협은 이 선언을 폐기했다. 상임위원회에서도 1.13선언문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김삼환 목사가 상임위원장 사퇴의 뜻까지 밝혔으나, 공식적으로 상정된 안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