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은 11일 부산역 광장에서 소속 교단 지도자, 기독교인 등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2013 WCC 부산총회 반대 전국대회’를 열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WCC 부산총회를 5개월 여 앞두고 한국교회 구도가 점입가경이다. 올 초 23억 원의 정부 예산을 책정 받으며 순항을 예고했던 WCC부산총회호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먼저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WCC 반대 집회가 서울과 부산 등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또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KHC)’와 함께했던 NCCK는 별도로 WCC 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13일 NCCK는 지난 실행위원회에서 구성하기로 결의한 ‘WCC 협력위원회’를 처음으로 소집했다.

◆진보진영 WCC협력위원회 구성했지만… 회원 간‘ 불협화음’

NCCK 회원교단 총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협의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KHC의 업무 처리 방식에 반기를 든 것이다.

사실 NCCK는 지난 1월 13일 WCC공동선언문 사태 이후 KHC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NCCK 내부 협의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날 위원회에 참석한 회원교단 총무들 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회의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김영주 NCCK 총무는 KHC와 별도로 일을 진행하기보다는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의도를 밝혔고, 이에 대해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은 즉각 반기를 들었다. 그동안의 KHC의 불통 업무 처리행태를 눈감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KHC는 개최지를 부산에서 서울로 옮길 수도 있다는 의도를 보여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KHC는 장소를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재정리했다. 이에 NCCK 다수 회원교단들은 WCC 부산총회협력위원회가 KHC에 대응해야 한다고 맞섰다. 아울러 KHC에 총회 프로그램을 맡길 것이 아니라 위원회가 나서서 총회내용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장 통합 측은 김영주 총무가 다시 KHC에 합류해 주도권을 잡은 후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영주 총무는 KHC에 복귀하지 않겠다며 위원회를 통해 에큐메니컬 운동을 펼칠 것이란 뜻을 밝혔다.

이에 위원회는 KHC와 당분간 평행구도를 그리며 회원교단 간 합의점 도출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 개신교계 진영에서는 지난 8일에도 KHC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있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준비와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에큐메니컬 연대(에큐연대)’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KHC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KHC 준비위원장인 김삼환 목사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KHC에 대해서는 본래 직임인 영접의 일만 감당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사전대회와 에큐메니컬 대화 등 총회 내용을 에큐연대와 NCCK, WCC 부산총회협력위원회가 준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진영 한기총 등 WCC총회 반대 측 반대 움직임 거세

WCC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의 움직임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부산역에서 한기총과 ‘국민의소리’가 주최한 ‘2013 WCC 부산 총회반대 전국 대회’가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증경회장인 길자연 목사, 안명환‧오관석‧정학채‧박석기 목사 등 보수 개신교계 목회자 및 수천 명이 결집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한기총은 WCC 부산 총회를 반대하는 성명문을 통해 WCC에 대해 ▲공산주의찬양 ▲개종전도금지주의와 혼합주의 ▲동성연애 용인 ▲종교다원주의라고 평가하고,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아울러 한기총은 WCC 총회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파견할 사절단을 결성했다. 사절단은 WCC 반대 입장을 직접 가서 알릴 예정이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특별헌금을 모금했다. 사절단에는 길자연, 오관석, 조경대 목사 등이 포함됐다.

한기총은 지난 3일에도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내고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한기총은 50여 년 전 한국교회에 들어온 WCC가 교계를 이간질시키고, 크나큰 분열의 상처를 입힌 원흉이라고 공격했다.

이들은 올 해 초 ‘1.13 공동선언문’을 파기한 NCCK와 WCC를 맹비난했다. 공동선언문을 쓰레기라며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발언 등을 서슴지 않았던 데 대한 반감이 크다. 한기총은 KHC가 일간지 광고를 통해 반대세력에 대해 비판한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국내외 이목 집중하는데… “신앙인들의 영적 바람 농락 당해”

WCC 부산총회는 국제적인 행사로 국내외 종교계는 물론 정치‧사회적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7일 개최된 제45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WCC 부산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고, 정부는 23억 원의 예산을 지원금으로 책정했다.

이러한 WCC 부산 총회가 자칫 ‘빛 좋은 개살구’ 격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거듭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WCC 부산총회 준비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전 세계 1000여 명의 인사들이 모이고, 한국사회에서도 물리적 비용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투입된다”며 “많은 신앙인들의 총회를 향한 영적 바람이 준비 과정에서 농락을 당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하나님이 우리를 부른 뜻에 얼마나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신앙이 허비되고 있다”고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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