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 배제 2년여 만에 입지 확대 도모…'사법리스크·주담대 부담' 조현범 옥죄기 돌입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우군 확보로 지분경쟁 수반되는 자금력 상쇄

"창업주의 후손이자 회사의 대주주들이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사실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회사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고자 사임 의사를 밝힌다" 지난 2021년 3월 후계구도에 밀리며 경영일선 후퇴를 피력했던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이 재기의 움직임을 시도하고 나섰다. 


동생인 조현범 회장과의 분쟁에서 패하며 경영일선에서 밀려났던 조현식 고문은 조현범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심화한 상황 속 반(反) 조현범 세력을 결집하며 '판 흔들기'에 돌입했다. 다시 한 번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지피는 모양새다.


경영권을 놓고 촉발된 한국앤컴퍼니그룹 총수일가의 내홍은 약 3년6개월 전에 발생했다. 앞서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말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23.59%(2194만2693주)를 획득하며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그러자 남매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2020년 7월 말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조양래 명예회장이 자발적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조현식 고문(장남·당시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은 조 이사장과 궤를 같이하며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과 날을 세웠다.


반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에 자신의 추천 인사를 선임하는데 그쳤다. 그가 추천한 인사인 이한상 전 사외이사의 경우 지난 2월 임기 1년을 앞두고 자진사임하면서 조현식 고문의 그룹 내 영향력은 더욱 위축됐다. 이후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에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전량(701만9903주·5.67%)을 증여하면서 조현범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룹은 점차 조현범 회장 체제로 변화해갔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2021 말 그룹 정기 인사를 통해 조현범 회장 선임과 더불어 기존 조양래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고, 이들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한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은 고문에 위촉했다. 이를 기점으로 조현식 고문은 대표이사, 이사회의장, 부회장의 직함을 잃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룹 경영에서 배제된 조현식 고문은 이후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엠더블유앤컴퍼니'를 기반으로 활로 모색했다. 하지만 이전 그룹 내 입지와 비교하면 간극은 클 수밖에 없었다.


조현식 고문은 적절한 시기를 가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지난 3월 구속 기소된 조현범 회장은 지난달 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여전히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식 고문은 조현범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심화한 상황에서 MBK파트너스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며 조현범 회장을 압박하는 전략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조현식 고문 측은 '주주간 계약 체결 및 특별관계자 변동에 따른 신규 보고'를 통해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을 29.57%로 밝힌 상태다. 


조현식 고문(18.93%)과 자녀(조재형·조재완),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10.61%) 씨를 비롯해 신양관광개발(0.02%)도 가세했다. 비주거용 건물임대업을 영위하는 신양관광개발은 조현식 고문이 지분 44.12%, 조희경 이사장이 17.35%, 조희원 씨가 5.88%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범 회장의 신양관광개발 지분율은 32.65%다.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 확보할 경우 해당 규모는 자연스레 확대된다. 실탄도 넉넉하다. 공개매수자인 투자목적회사 '벤튜라'(MBKP SS가 지분 100% 보유)는 공개매수에 필요한 약 5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 상태다. 


조현식 고문과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에 성공해 지분 50% 이상(최대 약 57%)을 확보하면 조현범 회장의 지분을 넘어서게 된다.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3990만1871주·9월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인 25.51%를 담보로 대출(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평균 5%에 달하는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지배력 유지를 위해 주담대를 통해 부족한 자금력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좌)과 조현범 회장.(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