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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된 아시아나…합병 관건 '화물사업' 운명은

임주희 기자 ㅣ ju2@chosun.com
등록 2023.10.20 16:18

EU 집행위, 화물사업 매각 담긴 시정안 요구
아시아나 이사회, 이달 30일 화물사업 매각 여부 결정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함께 있는 모습./뉴스1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에 화물사업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합병 완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아시아나 이사회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 화물사업 매각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데 최대 쟁점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양사의 합병으로 한국과 유럽 화물 노선에서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라는 시정 조치안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의 요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계획을 포함한 시정 조치안을 이달 말까지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화물사업을 매각하면 아시아나항공이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화물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출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다만 팬데믹 특수성이 줄어든 현재, 화물사업의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0% 미만으로 회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25.7%의 비중이다.

또한 여객기 하부 공간에 탑재하는 화물인 여객기 밸리 카고의 비중은 전체 화물의 20% 수준이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의 총매출에서 온전히 화물기로만 일궈내는 매출은 15%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에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국부 유출의 우려도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부채는 1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자비용만 연 3819억원이다. 화물사업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냈던 2022년 영업이익이 7416억원이었는데 그중 60% 이상을 이자비용으로만 지불했다는 의미다. 돈을 벌어도 이자로 내고, 갚아야 하는 돈은 산더미라 이른바 '밑빠진 독에 물붓기' 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인수가 불발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다른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부채가 많고 산업 경쟁력도 떨어지는 아시아나항공의 3자 매각이 이뤄지긴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3자 매각이 안 된다면 급격한 실적 상승이나 KDB산업은행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둘 다 어려운 얘기다. 게다가 국민의 혈세가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 오면 아시아나항공의 긴축 경영과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파산도 배제할 수 없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EU에서 합병 승인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걸었기 때문에 그것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된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는 무역 등 전체적인 관계 형성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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