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시장 확대 선봉장 역 부정할 수 없어
짝퉁 적발 5년 새 6배, 그 중 99.9%가 중국산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한국 시장 공략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순위에서 티몬과 위메프를 제치고 단숨에 5위에 올라섰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단순히 ‘값 싸고 좋은 물건’이 아니라 ‘짝퉁’을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알리 측에서는 짝퉁을 차단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어쩐지 공허한 약속에 그치는 것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상적인 제품의 유통질서를 흐리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 막 태동하는 국내 명품의 앞길도 방해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알리 측의 선의만 바라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더욱 난감한 게 사실이다.
▲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
알리, 1년 동안 두 배 성장 국내 4위 온라인 쇼핑몰로 등극
지난 8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온라인 쇼핑몰의 순위를 보면 알리는 551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99%가 늘었다. 이로써 쿠팡, 11번가, G마켓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1년 동안 5단계를 뛰어오르면서 티몬과 위메프, 옥션, GSSHOP을 가볍게 제쳤다.
G마켓의 이용자가 60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알리와의 격차는 50만 명 남짓에 불과해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이 수천억 원을 투자해 몇 년에 걸쳐 확보한 경쟁력을 1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이뤄낸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고속 성장 뒤에는 알리 측의 적극적인 투자도 있었다.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을 세계에서 5번째에 해당하는 핵심시장으로 보고 투자를 늘려왔다. 한국과 가까운 산둥성에 대규모 물류창고를 확장하고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배송 기간을 5일 이내로 단축했고 반품절차도 개선했다. 또 유명 배우 마동석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적극적인 광고도 병행했다.
알리, 해외 명품은 물론 K패션까지 짝퉁 천지
알리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라고 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것이 바로 짝퉁이다. 알리에서 ‘나이키 조던’을 검색하면 짝퉁이 쏟아져 나온다. 100만 원이 넘는 조던 시리즈 제품이 대부분 10만 원에 올라와 있다. 모두 짝퉁인 것이다. 이밖에도 에르메스, 구찌 등 명품 브랜드의 의류는 물론이고 스피커, 스마트 워치와 같은 전자 제품도 어렵지 않게 짝퉁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알리에서는 K패션 짝퉁도 판매되고 있다.한동훈 법무장관이 입어 화제가 됐던 ‘IAB STUDIO’의 후드티 경우 정품 가격은 20∼30만 원이지만 알리에서는 1∼2만 원에 팔리고 있다. 또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열어 화제가 된 우영미 브랜드의 ‘꽃 로고 티셔츠’도 정품은 50만 원대이지만 알리에서는 1만8000원짜리 가품이 팔리고 있다.
알리, 한 달 전 짝퉁 근절 약속했지만 바뀐 것 없어
알리가 급성장하면서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산 짝퉁 제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로 반입되다가 통관검사에서 적발된 짝퉁은 6만2326건으로 5년 전에 비해 무려 6배가 증가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중국산 짝퉁은 6만2132건으로 99.9%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알리가 국내 시장을 넓히면서 중국산 짝퉁이 급격히 밀려들어 왔다는 얘기다.
이러한 짝퉁 문제를 알리 측도 잘 알고 있다. 레이 장 알리 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12일 짝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짝퉁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가지고 있고 지적재산권 보호 정책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KOTRA등과 협력해서 짝퉁을 막겠다고도 했다. 더불어 판매자가 제품을 올릴 때부터 짝퉁이 아닌지 필터링하고 필터링이 안 되는 제품은 삭제하거나 스토어 계좌를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짝퉁은 여전히 검색 첫 화면에서 찾을 수 있다. 공허한 약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짝퉁 근절대책 필요
곰곰이 되짚어 생각해 보자. 만약 알리에서 짝퉁 제품을 구할 수 없다면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알리에 들어가 짝퉁을 찾는 사람은 짝퉁인지 알고 구매한다. 무려 50분의 1의 가격에 구매하면서 정품이기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 넘어야 될 가장 큰 장애물이 소비자가 자신들의 앱을 다운로드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알리는 짝퉁을 앞세워 이 과정을 너무도 쉽게 돌파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알리 코리아 대표를 국회에 불러 따지고 대책을 종용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짝퉁의 책임을 무겁게 물려야 한다. 비록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라 하더라도 국내 법인을 개설하도록 하고 그 국내 법인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 물론 이러한 원칙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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