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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나온 충암고 출신들의 여의도 금융인 모임으로 주목받은 '충여회' 회원들이 오히려 정부 출범 이후 잇딴 좌절을 겪으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여회는 2005년부터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충암고 동문의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다. 증권·금융인, 법조인, 언론인 등 회원이 50여명에 달했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김군호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사임해 이철순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증권가는 충격에 빠졌다. '한국판 블룸버그'로 불리는 에프앤가이드는 증권가에서 사실상 김 전 대표와 동실시돼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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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 전 대표는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마침 삼성그룹도 2000년 금융정보기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사내벤처로 에프앤가이드를 출범시켰다. 김 대표는 모두가 불확실성에 두려워하고 있을 때 안정된 회사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2000년부터 에프앤가이드의 경영을 맡았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당시에 데이터를 돈 받고 판다는 인식은 매우 약한 상황이었다. 설립 초기 삼성그룹이 댄 자본금 60억원이 금방 동났다. 이후 김 전 대표는 2004년 화천기계와 함께 삼성으로부터 에프앤가이드를 인수해 국내 대표 금융데이터 기업으로 키웠다.
2018년에는 경쟁사였던 와이즈에프엔을 흡수합병해 독보적인 지위의 금융정보업체로 발돋움했다. 같은 해에 마곡 사옥을 신축해 이전하기도 했다.
에프앤가이드는 현재 금융정보 서비스, 인덱스, 펀드평가,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금융테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20년에는 코스닥 이전 상장까지 성공시켰다. 코넥스협회장을 지내면서 회사의 인지도를 높였다.
올 상반기까지 연결 기준 에프앤가이드 영업이익은 25억원 수준으로 컸다. 김 전 대표는 블룸버그와 로이터와 더불어 글로벌 '톱 3' 금융데이터 업체로 회사를 키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설립 초기 어려운 시절 화천기계의 투자를 받았던 게 화근이 됐다. 김 전 대표의 지분율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0.65%로 이철순 대표(3.64%)를 크게 앞선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권형석 화천기계 대표(4.91%)를 비롯해 화천기계(4.54%), 화천기공(4.29%), 권영열 화천기계 회장(3.08%), 권형도(3.04%), 권형운(3.04%), 권영두(2.69%), 최석원(2.09%), 권영호(1.92%) 등 화천기계 일가의 지분율에 밀리고 말았다.
김 전 대표 사임 이전인 지난달 20일 권형석 대표는 유병진 전무와 김희수 전무를 사내이사로, 김기태씨와 이종승 IR큐더스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임시주주총회소집 허가를 남부지방법원에 신청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종승 대표는 이전 에프앤가이드에 근무할 당시 화천기계 측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윤 대통령(8회)의 충암고 1년 후배로 정권 출범 이전부터 높은 주목을 받았지만, 사상 최고 실적으로 내고도 오히려 자리에서 사실상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충여회 회원의 고난은 이 뿐 아니다. 앞서 김 전 대표의 충암고 동기인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는 지난해 12월 23일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19.20%의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65.64%)에 밀려 낙선했다.
지금까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금투협회장이 없었고 서명석 전 대표도 충암고 출신으로 정부와의 활발한 소통 등 당선 기대를 모았지만, 금투협 회원사 표심을 잡지는 못 했다. 서명석 전 대표는 출마 소견에서 정책당국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실이든 어디든 가겠다"고 말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현직에 있는 충암고 출신 금융인으로는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9회),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10회) 등이 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다른 인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충여회는 대선 이후 관심이 집중되면서 부담이 커지자 오히려 지난해 3월 결국 해산을 결정했다.
해산 당시 충여회 회장을 맡았던 조철희 아샘자산운용 전 대표는 지난해 연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탁이 예상됐던 정환 전 신한투자증권(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11회) 역시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한 충여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것 같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금융권 후배를 별로 챙기는 것 같지 않아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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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김지호 증권부 better502@asiatime.co.kr
입력 : 2023-10-10 17:22 수정: 2023-10-15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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