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진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사망자가 2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진에 취약한 벽돌로 지은 낡은 집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고,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이 많아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인명 구조에서는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추가 수색과 구조 작업이 더뎌 세계가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 현지의 참혹한 현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부상자도 2400명 이상 발생한 가운데 이 중에는 중상자 수도 상당하다. 영국 BBC 방송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진앙과 가까운 곳에 있는 한 마을은 전체 주민 200명 중 거의 절반이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도 부상으로 병원에 실려 간 상황이다. 모로코 당국은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상자가 더 늘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지진 발생 시각은 모로코 현지 시간으로 8일 밤 11시(한국시간 9일 오전 7시) 무렵이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우리 시간으로 12일 오전 7시까지다. 현지에서는 필사적인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구조대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은 피해지역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으로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에 국제사회가 나서 즉각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때마침 인도네시아·인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세션 연설 자리를 빌어 “모로코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모로코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도 모로코 정부 및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해 현지에서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즉각 지원 절차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미 백악관은 모로코에서 발생한 강진과 관련해 모로코 정부에 ‘중대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세계 정상들도 모로코의 불행에 연대와 애도의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특히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모로코에 대한 애도와 연대 의사를 표했다.
전 세계가 재앙적 재해를 당한 모로코에 하나같이 연대를 표하는 것은 세계 어느 곳도 이런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질학적으로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 사이에 있는 모로코는 간헐적으로 지진이 일어나는 곳이다. 서남부 지역은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1900년 이후 없었고, 이번 지진이 120년 만에 가장 강력했다. 평소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고 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정이 어떠한가. 근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가 거듭 제기됐다. 최근 약 10년 동안 국내 발생한 지진은 연간 60회에 달한다. 특히 2016년 경주에서 진도 5.8, 2017년 포항에서 진도 5.5의 지진은 기상청 관측 사상 역대 첫 번째와 두 번째를 기록했다. 당시 경주 지진으로 23명의 부상자와 110억 원의 재산피해가, 포항은 피해가 더 커서 부상자 92명과 551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지난해 경주 지진의 정확한 원인을 분석·발표한 연구진은 새롭게 발견한 단층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앞으로 이 단층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모로코 강진은 진도 6.8이었다. 우리나라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공동체 안전에 대해 국가와 정부는 무한책임이 있다. 모로코 지진이 보내는 경보를 무시하지 말고 지나칠 정도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재점검해야 한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