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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SiOx?...다 같은 실리콘음극재 아닙니다 [테크다이브]

이건한 기자
포스코퓨처엠 세종공장에서 생산되는 음극재 [ⓒ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세종공장에서 생산되는 음극재 [ⓒ 포스코퓨처엠]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전기차용 배터리 성능 개선을 위한 실리콘음극재 연구, 사업화 시도가 활발한 요즘입니다. 실리콘은 기존 흑연에 소량만 섞어도 에너지밀도, 충전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마법의 소재라 할만한데요. 관련 기술을 뜯어보면 양극재가 NCM, NCA, LFP 등으로 나뉘듯 종류와 특성이 상이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 시 양극에서 오는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사용 시 방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로 충전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리튬이온을 한번에 얼마나 많이,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요. 현재 음극재 소재로 널리 쓰이는 흑연은 가격이 싸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탄소 6개당 리튬이온 1개를 저장할 수밖에 없어 에너지밀도와 충전속도 개선에 한계가 있죠.

반면 실리콘은 원자 1개당 리튬이온 4.4개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론상 음극재에 실리콘을 많이 섞을수록 성능 개선 폭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흑연 음극재에 4~5% 정도만 섞여 쓰이는 이유는 실리콘이 쉽게 부풀어 오르는 단점 때문입니다. 이는 배터리 수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실리콘 팽창 제어 기술의 고도화는 업계에서 무엇보다 앞선 과제로 이야기됩니다. 팽창 문제를 해결해야 실리콘 비중도 10% 이상으로 늘릴 수 있고요.

이를 위해 현재 여러 실리콘 소재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실리콘 탄소 복합체(SiC)와 실리콘 산화물(SiOx)이 있습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건 SiC입니다.

SiC는 탄소 복합체란 이름처럼 실리콘과 탄소가 결합된 소재입니다. 실리콘과 흑연의 용량 특성이 동시에 발현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실리콘 소재 중 상대적으로 연구와 가공 난이도가 낮은 것으로 꼽힙니다. 아직 초기단계인 실리콘음극재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SiC를 채택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SiC는 다른 소재들보다 초기 충방전 효율이 높고, 가격은 후술할 SiOx보다 낮습니다. 초기효율은 배터리 제작 후 첫 충전과 방전 후 실제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이 얼마나 남는지를 나타냅니다. 예컨대 100mAh 용량의 배터리 초기 효율이 80%라면 이 배터리는 사양과 별개로 실제로는 80mAh의 용량을 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히 초기효율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 효율도 늘어나죠. 흑연 음극재의 초기 효율은 약 94% 정도로 알려져 있고, 실리콘 계열은 아직 90% 미만입니다.

SiOX는 실리콘에 탄소를 복합한 소재입니다. 고온, 고압 공정이 수반되는 기상증착 등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해 SiC보다 단가가 비싸고 가공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대신 입자크기가 SiC보다 10배 이상 작습니다. 이는 실리콘음극재의 최대 난제인 팽창 문제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데요. 동일한 실리콘을 투입한다면 개당 입자크기가 큰 실리콘의 팽창도가 훨씬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실리콘음극재를 실제 상용화된 차량에 납품 중인 곳은 SiOx 계열의 대주전자재료가 유일합니다. SiOx는 대신 산화물 특성상 산소가 리튬이온에 결합해 이동성이 낮아지므로 SiC보다 충방전 및 초기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따릅니다. 단가 경쟁에서도 불리한 측면이 있죠. 반면 SiC 계열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고 있는 만큼, 실사용성은 아직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에 질화규소 실리콘(SiNx)도 있으나 음극재로 연구되는 경우가 드물고, 실리콘만 사용하는 퓨어실리콘도 있으나 팽창 억제 기술 발견 전까지는 상용화가 어렵습니다.

NBM이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 전시한 메탈 실리콘 기반 음극활물질
NBM이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 전시한 메탈 실리콘 기반 음극활물질

또다른 사례로는 메탈실리콘(MG-Si)을 사용하는 네오배터리머티리얼즈(NBM)라는 회사도 있습니다. MG-Si는 SiC보다 저렴한 가격과 SiOX보다 단순한 공정이 특징인 소재입니다. 초기효율도 높은 편이라, 상용화에 성공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실리콘음극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입자가 고르지 못해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균일하고 세밀한 코팅 기술 확보가 필수입니다.

이처럼 각각의 실리콘 소재 장단점은 뚜렷합니다. 현재 SiOx가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지만 SiC를 연구 중인 기업도 많아 향후 경쟁 구도를 예단하긴 일러 보이네요. 올해만 하더라도 엘앤에프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각각 해외 업체들과 손잡고 SiC 실리콘음극재 사업화에 뛰어든 바 있습니다. 각자의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기술 경쟁의 선순환, 메기 효과를 기대해봅니다. 배터리 업계에 실리콘음극재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건 2026년 정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음극재 시장이 지난해 75억달러에서 2030년 219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30년 실리콘음극재 비중은 약 25%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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