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외면 신송식품 부진 행진…역대급 실적 CJ·대상·샘표 등과 '엇갈린 행보'

간장 등 장류 제품 판매로 성장한 신송그룹이 오랜 침체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속 부진 요인 중 하나로 사업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적은 연구개발(R&D) 비용 집행이 문제로 지목된다. R&D 투자 기반으로 제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주력하는 경쟁사들과 상반된 행보다.


◆ 연구개발 매년 5억원 내외…무형자산 빈약


신송홀딩스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약 5억원 안팎으로 수 년째 큰 변화가 없다. 매년 2000억원 수준의 연결 매출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투자 집행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R&D 비용은 4억5000만원 정도에 그쳐 총 매출 2094억원 대비 비중이 고작 0.2% 수준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던 10년 전만 해도 신송홀딩스는 8억원 상당 R&D 비용을 집행했다. 당시 6억5000만원 정도로 나가던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줄더니 지난해 2억5000만원으로 절반 이하가 줄었다. 이는 연구개발 전문 인력의 유출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R&D 활동의 후퇴는 기업의 무형자산 빈곤으로 이어진다. 무형자산은 통상 영업권이나 특허권 등 가치를 나타내는 역량 지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송홀딩스가 보유한 무형자산은 16억원으로, 유형자산(183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투자부동산 자산 1800억원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으로 빈약하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신송그룹의 연구개발 투자 차이는 현격하게 드러난다. '해찬들' 브랜드를 운영하는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187억원의 R&D를 집행했다. 같은 기간 '청정원, '순창'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대상은 347억원을 투자했다. 신송식품의 오랜 맞적수로 불리는 샘표식품도 지난해 R&D에 129억원 쓴 것으로 확인됐다.


R&D 투자 외면은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최근 10년간 신송홀딩스의 연구개발 활동이 제품 출시로 이어진 경우는 8개 사례에 불과했고, 신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시도보다 저염식 제품, 천연 조미료, 소스 개발 등 기존 제품군 보강 위주였다. 10년간 공시에서 확인된 보유 특허는 2016년 개발한 발효 기술 관련 1건뿐이다.


공격적인 연구개발로 신제품 라인업을 넓힌 경쟁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한 해 동안만 살펴봐도 CJ제일제당은 미국 출시를 겨냥한 고추장 발효 활용 핫소스 '비비고 갓츄'를 출시했다. 대상은 청정원 '크림로제 떡볶이양념'과 '사과초모식초', 샘표식품은 폰타나 브랜드 소스 5종과 티아시아 탄두리 소스 등을 출시했다. 이중 '청정원', '순창' 등 브랜드 가치 향상에 집중하는 대상은 최근 연구소 확장을 위해 1200억원까지 투입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대상 이노파크' 연구소를 확장하고 R&D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구상이다. 해당 시설은 연면적 3만5000㎡에 10층 규모로 식품연구소에선 전통 장류 신제조 기술 등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신송홀딩스, CJ제일제당, 대상, 샘표식품 연구개발(R&D) 투자 활동 추이(정부 보조금 제외).


◆ 해찬들·청정원·샘표 훨훨 나는데…나홀로 역성장 '굴욕'


그간 신송식품의 행보는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다. 신송그룹의 식품 사업을 책임지는 신송식품은 모회사 신송홀딩스가 상장했던 10년 전만 해도 경쟁사 CJ제일제당, 대상, 샘표 등 전통 장류 경쟁사들보다 성장성이 주목 되던 기업이었다. 신송식품의 점유율 확장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컸다.


신송홀딩스는 상장하던 해인 2013년 연매출이 전년(1660억원) 대비 64.2% 뛴 2725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견인엔 신송식품의 기여가 주효했다. 같은 해 신송식품은 회사 출범 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신송식품은 당해 매출 1015억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은 소폭 하락했지만 65억원을 거뒀다.


신송식품의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매출 1427억원의 성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부진의 길로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엔 매출 622억원에 머물며 전성기의 '반토막' 이하 성적을 냈다. 5년간 영업이익도 39억원에서 29억원 규모로 줄었다.


물론 매출 하락이 단순히 식품 부문만의 부진으로 볼 수는 없다. 신송식품은 장류 등 식품 사업 외에도 부동산 임대 사업과 곡물 수입 대행 사업 등을 펼쳐 왔는데 2020년 해당 수입 대행 부문을 신송산업에 이관했다. 그럼에도 2017년 식품부문 매출이 886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553억원으로 급감한 것은 사실이다.


앞서 몇 년에 걸쳐 감소했던 재고자산이 최근 다시 증가한 점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2019년 114억원 수준이던 신송식품의 재고자산은 2020년 103억원, 2021년 87억원 등 감소 추세였다가 지난해 다시 93억원으로 늘어났다. 식재료 유통 기업의 특성상 재고자산의 상승은 제품의 신선도 하락으로 인한 손실 리스크를 수반한다.


지난해 신송식품의 상품 재고 규모는 8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제품 생산 단계에서의 재고가 대폭 늘었다. 생산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재공품이 소폭 증가한 12억원, 원재료 재고가 33억원에서 4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재고 평가충당금 규모도 전년 대비 53.7% 늘었다.


신송식품이 부진하던 최근 6년간 경쟁사들은 눈부신 호황기를 누렸다. 샘표식품은 1351억원 매출 규모에서 지난해 3712억원까지 증가했다. 대상은 2조원대에서 지난해 4조841억원을 달성하며 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다. CJ제일제당은 처음으로 매출 30조원을 돌파했다. 3개사 모두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이었다.


결국 저조한 R&D 투자로 신송식품이 타사와의 경쟁에서 시장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사가 막대한 R&D 투자 활동을 기반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 삼아 매출 극대화를 꾀하는 동안 신송식품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현재로선 해법 마련 차원에서 R&D 등 투자 확대를 위한 여유 자금도 없다. 지난해 신송홀딩스에게 배당금 35억원을 지급한 신송식품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고작 1억원(별도 기준)만 남긴 채 곳간이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기타유동자산 10억원을 포함해도 당장 현금화 가능한 돈은 11억원 정도가 전부다.


신송홀딩스 관계자는 "2020년 신송식품 해외사업 부문의 영업 양도에 따른 결과로 매출 감소 등 영향이 있었다"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식품사업 부문 매출은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내실 경영 덕에 수익성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신송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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