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9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강현창

khc@ekn.kr

강현창기자 기사모음




[마켓리뷰] 한국판 게임스탑이라던 카나리아바이오엠, 시장 퇴출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31 15:54

불성실공시법인 지적 누적으로 K-OTC 등록 해제 직전



경영진은 주가조작 구속…실적 악화로 계속기업 불확실



재무적·사법적 리스크로 카나리아바이오 그룹 전체 위기

image_9404875021647310333998

▲카나리아바이오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카나리아바이오엠이 K-OTC 시장 퇴출 위기에 몰렸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횟수 누적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주된 영업 사업도 다른 계열사에 넘기면서 회사는 주요 매출이 없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이미 회사 대표는 주가 조작으로 구속된 상태인 데다가 최근 반기보고서를 검토한 외부감사인은 카나리아바아이오엠이 회사의 부채 수준이 상환 능력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한때 시가총액 25조원을 넘어서며 이슈가 됐던 곳이다. 하지만 경영진의 주가조작과 무리한 계열사 지원과 인수합병(M&A) 등으로 위기에 몰렸다. 문제는 카나리아바이오엠 뿐만 아니라 카나리아바이오 그룹 전체로 그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 한때 시총 25조 카나리아바이오엠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금까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누적횟수가 5회에 달한다. K-OTC시장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한도는 6회다. 이에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오는 2024년 8월 29일 전에 한번이라도 불성실공시를 발생하면 K-OTC 등록이 해제된다.

가장 최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이유는 반기보고서의 늦장 제출 때문이다. 지난 29일까지 제출했어야 할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반기보고서는 시한을 넘긴 30일 오전에 공시됐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원래 두올물산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내장제 전문 업체다. 현재 대주주 측이 회사를 인수한 뒤 오레고보맙이라는 난소암 치료제 개발 관련 사업을 추가하고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대부분이 자동차 내장제 관련 사업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카나리바아이오엠은 자동차용 카페트와 휠가드, 언더커버 등의 생산으로 9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바이오 사업부문에서는 1원의 매출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카나리바아이오엠은 자동차 관련 사업을 코스닥 상장사 휴림에이텍(옛 디아크)에 넘겼다. 실질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이 없어진 셈이다.

K-OTC시장 운영규정 9조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K-OTC 등록법인의 주된 영업이 6개월 이상 정지돼 잔여사업 부문만으로는 실질적인 영업을 영위하기 어렵거나 영업의 전부가 양도되는 경우에는 해당 법인의 등록을 해제한다.

카나리바아이오엠은 이번 영업양도로 실질적으로 회사의 영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다보니 바이오사업을 남겨뒀지만 지금까지 해당 사업은 관련 매출이 전무해 명목만 유지하는 중이다.


◇ 재무적 위기도 심각…"부채 눈덩이"


시장 관련 규정만 문제가 아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유동성 상황은 비상사태다. 최근 공시된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반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회사는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1년 이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자산 대비 2056억원을 초과하고 있다. 이 부채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게 외부감사인의 판단이다.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도다.

결국 카나리바아이오엠은 이번 반기검토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받기는 했지만 회사의 정기보고서 최초로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계속기업가정’이란 사업의 청산 없이 기업이 계속해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이 부분이 불확실하다는 얘기는 반대로 기업이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정기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 불확실성을 기재받은 회사는 감사 의견이 적정 의견이더라도 향후 비적정 의견으로 바뀌거나 상장 폐지될 위험이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회사는 기재되지 않은 회사보다 1년 이내 상장 폐지되거나 비적정 의견을 받는 비율이 약 11배 높다.


◇ 보유 지분 이용하겠다는 회사


카나리아바이오엠은 계속기업 불확실성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과 자기사채 등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명처럼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현금화해서 해결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주식을 보유 중인 계열사로는 세종메디칼과 헬릭스미스, 리더스기술투자, 그리고 카나리아바이오 등이 있다. 단순 계산하면 보유지분의 가치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 3634억원 수준이다. 이중 3262억원은 카나리아바이오의 보유지분이다. 하지만 이는 매도가 어렵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일하게 남겨둔 바이오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가 카나리아바이오기 때문에 계열사 고리를 끓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나머지 세종메디칼과 헬릭스미스, 리더스 기술투자의 지분을 모두 현재 주가에 팔아도 371억원이 고작이다.

실질적으로 회사의 위기를 해결할 경영진이 사법 리스크에 걸려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기가 더 힘들다. 현재 카나리아바이오 그룹의 경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이창현 대표와 주변인들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재판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 그룹 핵심 카나리아바이오도 위기


한편 시장 퇴출이나 회사의 존속은 카나리아바이오엠 뿐만이 아니라 카나리아바이오에도 벌어진 상황이다. 카나리아바이오도 이번 반기 검토보고서에서 의견은 ‘적정’을 받았지만 계속기업가정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카나리아바이오는 반기순손실이 170억4100만원, 영업손실이 54억1100만원을 기록했으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86억600만원 순유출이다. 1년 이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1년 이내에 마련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090억4600만원을 초과했다.

이에 대해 카나리아바이오 측은 유상증자와 지배기업의 차입, 대여금과 매출채권의 조기회수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도 실질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지배기업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카나리아바이오 못지않은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어 도움을 주기 어렵고, 매출채권과 대여금을 합쳐봐도 400억원이 안된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주가 급등으로 한때 시가총액이 대기업 수준에 육박하면서 한국판 게임스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모두 거품이었다"며 "회사의 재무적인 위기에 더해 사법적인 리스크까지 해결이 어려운 상태다보니 카나리아바이오 그룹에 대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kh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