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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농부·조광피혁 불편한 동거]주식농부의 제안, 엑시트 목적 시세조정 논란③조광피혁에 주당 12만원 블록딜 요청, 자사주 매입 후 무상증자+소각 반대급부 제시도

조영갑 기자공개 2023-08-30 07:21:28

[편집자주]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주식농부)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화와 같은 존재다. 슈퍼개미로서 연 수익률 50%를 넘어서며 한때 자산가치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투자의 귀재다. 반론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투자 패턴을 거듭하고, 법의 경계에 서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특히 조광피혁 투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출구(엑시트)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더벨은 주식농부와 조광피혁의 불편한 동거 2막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투자는 시간과 동맹을 맺는 싸움이다. 짧게 대하면 시간은 적이 되고, 길게 대하면 시간은 우군이 되어준다."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주식농부)가 그의 투자철학을 집대성한 저서 '주식투자 절대원칙'에서 인용한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뉴욕대 교수의 말이다. 갤러웨이 교수는 미국 비즈니스계에서 브랜드 전략과 트렌드 예측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분석가로 꼽힌다. 투자를 할때 거대한 시류를 보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라는 요지다.

박 대표가 주창하는 '농심(農心) 투자' 역시 유사한 궤다. 농부가 시기를 골라 파종을 하고, 매일 밭에 나가 작물을 돌보듯 애정을 갖고 길게 투자를 하라고 권유한다. 실제 짧게는 3~5년, 길게는 20년 이상 투자 기업과 함께 호흡하며 투자했다. 대동공업(현 대동), 조광피혁 등도 마찬가지다.

◇씨 뿌리고 밭 가는 농부처럼 기업과 동행 '장투 대명사'

그는 당장의 이익보다 회사의 발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책에는 2020년 조광피혁 주총에 참가해 주주제안(감사위원 추천)이 부결되고, 발언이 제한되는 수모를 묘사하면서 자신의 결심을 전하고 있다.

"배당도 제대로 주지 않고, 주주들을 홀대하는 그런 회사 그만 투자하라고 다들 말립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 회사는 내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이 회사를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현재의 가치보다 두 배는 족히 평가받을 수 있는 좋은 바탕을 가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업입니다."

실제 박 대표는 주요주주로서 다양한 주주제안, 장부열람, 검사인 지정 등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주주행동을 진행했다. 그가 꾸준히 주장했던 주주배당 실시 같은 안건들은 오너의 철학과 재무 상의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관계사 ㈜조광과의 임가공 거래 등은 회사 측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불식하기 위해 중단하기도 했다.

주주행동 와중에도 박 대표는 개인 투자자로서 보유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 조광피혁 측에 여러 차례 '블록딜'을 제안하는 등 엑시트 시기를 가늠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투자회사인 스마트인컴 보유 지분을 포함해 조광피혁의 지분 총 14.79%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개인 1대주주에 올라서며 이연석 현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조광피혁 측에서 파악한 박 대표의 주식 매매평균단가는 2만1000원 수준이다. 현재 조광피혁의 주가는 5만원 언저리다. 보유주식의 평가액은 50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엑시트를 해도 우수한 수익률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에이밍(노림수)는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조광피혁과의 미팅을 통해 '주당 12만원' 선의 블록딜을 선제안했다고 전해진다. 조광피혁에 따르면 박 대표는 3월 말 자신과 스마트인컴이 보유한 주식 중 약 3분의 2 가량인 65만주(혹은 전량)를 이연석 대표 혹은 회사가 주당 12만원 꼴로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목은 박 대표가 스스로 설파하고 있는 투자철학에 위배되는 제안을 했다는 점이다. 조광피혁에 따르면 해당 미팅에서 박 대표는 △회사가 호응해준다면 12만원까지 주가를 올릴 수 있으며 △회사의 장부가치를 봤을 때 12만원까지 주가가 상승해도 시장에서 문제를 삼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걸로 파악된다. 인위적 주가 부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회사의 묵인 하에 적은 비용으로 주가를 12만원까지 끌어올린 후 자사주를 활용해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 시세조정이며, 주가주작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사주 매입 후 무상증자, 소각 카드 제안 '도마 위'

이후 4월 17일에 이어진 미팅에서 박 대표는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더 담대한 제안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2004~2005년에 이뤄진 동서산업(현 아이에스동서)의 주가 부양 사례를 참고 모델로 제시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동서산업은 대주주 손바뀜 이후 소액주주 대상 공개매수를 진행해 물량을 거둬들인 뒤 자사주(81.12%) 소각 검토→무상증자를 진행해 대주주 지분가치를 단기간에 3배 이상 끌어올렸다. 자사주는 무상증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주가만 뒷받침 된다면 대주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활용한 사례다.


박 대표가 동서산업 사례를 제시한 목적은 역시 '엑시트'다. 조광피혁이 막대한 현금을 지출해 자신의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자사주를 활용한다면 주가 상승시 대주주 지분가치는 크게 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엑시트를 위한 반대급부로 대주주 지분가치 제고를 제시한 셈이다. 박 대표가 제안한 블록딜이 이뤄질 경우 조광피혁은 약 1170억원(주당 12만원 기준)을 지출해야 한다.

박 대표가 조광피혁에 반대급부로 제시했다는 안은 이렇다. △조광피혁이 박 대표 측 주식 전량(14.79%) 및 소액주주 주식을 매입해 자사주 65%를 확보 △자사주 확보 후 무상증자 단행 △자사주 소각 및 액면분할 등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잔여 유통수 중 상당 부분을 매집, 주가를 블록딜 협의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제시안대로 65%의 자사주를 확보한 조광피혁이 약 2배수의 무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권리락 후 주식수는 현 665만주에서 1995만주로 늘어난다. 자사주는 무상증자 제외다. 이연석 대표가 무상증자 후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은 총 672만주로, 주가 12만원(무증 후 4만원)을 대입하면 지분 평가액은 2688억원 가량이 된다. 현재 평가액 대비 5배 가량 뛰는 셈이다. 이후 자사주를 소각하면 배수효과를 더 누릴 수 있다.

조광피혁은 박 대표의 해당 제안을 '시세조종'이자 주가조작의 일환으로 보고 거절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및 사법당국을 대상으로 적절한 조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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