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언제부터 마약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대략 1만 년 전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마약은 주로 샤먼이나 제사장이 초월적 체험을 하거나 종교적 의식에서 신탁을 받기 위해 사용했다.
마약 가운데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된 것은 바로 대마다. ‘칸나비스’ 또는 ‘마리화나’라고도 불리는 대마는 기원전 4000년경부터 중국에서 재배됐고, 중국 신화에 나오는 삼황오제 중 한 사람으로 농업과 의약의 신인 염제 신농씨가 ‘신농본초’라는 책에 대마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아편(opium)의 경우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양귀비가 재배됐다는 기록이 있고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에서는 아편을 진통제 등 약용으로 썼다는 기록이 문헌에 남아 있다.
남미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인 코카인도 기원전 3000년경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잉카의 신은 양손에 코카나무 잎을 든 것으로 묘사됐다. 그래서인지 16세기 남미를 정복한 스페인 ‘콩키스타도르(정복자)’가 원주민들이 코카나무 잎을 씹는 것을 본 뒤 유럽에 전파됐다.
마약의 폐해가 알려지기 전에는 강력한 진통 작용 때문에 국내에서도 양귀비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재배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외딴 시골이나 섬에서 양귀비를 키우다 적발되기도 한다.
이러한 마약의 해악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바로 영국이 청나라를 상대로 일으킨 ‘아편전쟁’ 전후 청나라에서 벌어진 상황에서다.
18세기 영국에서 청나라산 차 소비가 확산돼 불과 40여 년 만에 차 수입 대금이 100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비단과 도자기 수입까지 늘어나자 영국의 대청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국은 식민지 인도에서 생산된 아편을 청에 팔아 무역적자를 메우려고 했다.
원래 중국에 아편을 팔던 것은 영국이 아닌 포르투갈로, 인도에서 생산된 아편을 고아항을 통해 마카오로 운반해 팔았다. 영국은 이를 더욱 체계화하고 확대시켜 동인도회사에 아편사무국을 설립해 인도의 아편 생산과 수출을 독점토록 했다. 그러자 1770년대 연평균 200상자에 불과했던 청나라의 아편 수입량은 1780년대엔 연평균 1000상자로 늘었고 아편전쟁이 벌어지기 직전인 1838년에는 한 해에만 4만 상자 이상이 들어왔다.
이러한 물량이 쏟아지자 청나라의 아편 중독자 수도 크게 늘었다. 청나라 황족은 물론 자금성의 신하들과 민간인 등 다양한 계층에서 아편을 즐겼다. 당시 청 중앙 정부 관리의 10~20%, 지방 관리의 20~30%가 아편을 피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죽하면 건륭제의 손자이자 아편전쟁 당시의 황제였던 도광제도 즉위 이전에 아편을 피운 적이 있었고 아들 3명을 아편으로 잃었을 정도다.
이에 청나라 조정은 1798년 아편 밀수입과 거래를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했고 1816년에는 아편 흡연까지 금지했다. 하지만 이미 부패한 청나라에서 이러한 조치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1840년과 1856년 두 차례의 아편전쟁에서 패하면서 20세기 초 중국의 아편 중독자 수는 약 4000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의 일종인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청·장년층 사망원인 1위로, 연간 7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펜타닐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중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펜타닐 원재료 수출 금지를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은 인권·대만 문제 등과 관련한 미국의 공격이 있을 때마다 단속을 헐겁게 해 결과적으로 미국 내 펜타닐 유통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중국과 미국의 갈등을 ‘신(新)아편전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모든 곳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터시가 검출된 하수처리장도 지난해 27곳에 달했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50년 동안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약 투약자에 대한 처벌에만 급급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재복용을 근절하도록 하는 대책 마련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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