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숨진 학생의 부모는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져 온 SNS상에서의 비방과 집단 따돌림이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면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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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로 한 쪽으로 작은 추모공간이 자리했습니다.
지난 달 8일,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교 1학년 A 양을 추모하기 위한 겁니다.
숨진 A 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왕따와 학폭을 주도한 학생들과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고, 이후 학교 안에서 가해 학생과 계속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숨진 A 양 아버지 : (가해자와 분리가 안 됐던 것은) 학교 폭력을 정식으로 접수하지 않았으니까…. 모든 학폭 피해자들 다 똑같이 생각할 겁니다. 두렵고 무서우니까… (학폭 신고를 하면) 또 다른 폭력과 왕따, 그러면서 그 모멸감과 굴욕감을 또 견뎌야 하니까요. ]
문제는 고통받은 사람은 있지만 그걸 입증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A 양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물리력에 의한 폭력이 아닌 SNS, 그것도 주로 익명 앱으로 이뤄져 가해자를 특정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A 양이 죽기 직전, 직접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자살 암시와 함께 가해자의 책임까지 명시했지만, 고통의 정도를 증명할 A 양이 떠나버린 상황입니다.
[ 숨진 A 양 아버지 : 물리적인 피해와 피해로 인한 고통의 척도를 정량화 하지 않으면 (형사사건 진행이) 어렵더라고요. 그러니까 죽어도, 자살해도 입증할 사람이 없으니 어렵다는 거예요. ]
어버이날 부모 곁을 떠나버린 A 양.
학폭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사건 한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남겨진 가족들은 여전히 확대 재생산되는 A 양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에 또 한번 고통받고 있습니다.HCN뉴스 최면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