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사진, (b)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구조. 자료=한국화학연구원 
(a)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사진, (b)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구조. 자료=한국화학연구원 

[이코리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서밋) 의장국인 일본이 얇고 가볍게 접을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라고 불리는 필름형 태양전지의 기술개발 관련 각국과 협력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일본 NHK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두 개의 양이온과 하나의 음이온이 결합한 특이한 규칙적 입체 구조를 갖는 광물질이다. 태양광을 받으면 전기를 전달하는 전자와 정공을 만들어낸다.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와 비교했을 때 값싼 소재를 활용하고 저온에서 용액공정을 통해 제조할 수 있어, 기존 태양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이 페로브스카이트의 상용화에 서두르는 나라 중 하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일본은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며,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국토 면적당 태양광 설비 용량에서 세계 주요국을 크게 앞선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토가 넓지 않은 일본은 건물 벽면 등 기존 기술로는 태양광 패널 설치가 불가능한 장소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로 인해 유연성이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또 페로브스카이트 주재료인 요소와 납을 모두 일본 내에서 수급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희소금속 등 해외에서 고가로 수입해야 하는 재료가 불필요하다.  최근 희소금속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조달 리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가져다주는 큰 메리트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국내 기업의 페로브스카이트 대량 생산을 지원하고 공공시설·역·학교 등의 도입을 통해 공급 초기 단계부터 수요 창출과 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태양광 패널은 거의 전량 중국산이기 때문에 차세대 모델의 국산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늘날 발전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태양광 모듈은 중국에서 제조된 기존의 실리콘 기반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1950년대에 실리콘 전지가 발견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기술이다.  

일본의 경제 리서치기관인 후지경제에 따르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시장 규모는2035년에 7200억 엔(2021년 대비 48배)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22년 이후로 본격적 양산에 들어갈 것이며, 특히 기존 태양전지로부터 유발되는 옥외용도 대체 수요는 잠재적 시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한다.

향후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BIPA)를 포함한 건축자재 용도, 그리고 기존 실리콘 계통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얹어 태양광 파장 흡수폭을 확대해 발전 효율을 높이는 탠덤 타입의 양산화가 이뤄진다면 시장 수요 확대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 세계 기업들도 페로브스카이트 패널 상용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태양광 회사인 퍼스트 솔라(First Solar)가 유럽의 페로브스카이트 기술 회사인 이볼라(Evolar)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또 매사추세츠와 텍사스에 본사를 둔 큐빅피브이(CubicPV)는 2019년부터 탠덤 모듈을 개발하고 있으며, 후원사로는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가 있다. 이 회사는 모듈이 바닥 실리콘층과 상부 페로브스카이트층으로 구성돼 효율이 30%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미국  에너지부는 큐빅PV가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탠덤 패널 생산을 최적화할 새로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 센터의 업계 선두 참가자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큐빅 PV는 10기가와트(GW)의 새로운 실리콘 웨이퍼 공장의 미국 내 위치를 결정할 예정이며, 이는 탠덤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랭크 반 미엘로 큐빅PV 최고경영자(CEO)는 "탠덤은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추출해 모든 태양열 시설을 더 강력하게 만들고 기후 변화의 최악의 영향을 억제하는 세계의 능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안에 업계 전체가 탠덤으로 전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향후 5년 안에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나소닉 측은 최근 다양한 크기, 모양, 불투명도의 박막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생산할 수 있는 잉크젯 프린터를 개발했다. 창문, 벽, 발코니 및 기타 표면에 설치된 일반 유리에 사용할 수 있다. 

카네코 유키히로 파나소닉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테크놀로지 센터 총괄 관리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야구장 규모의 메가솔라 프로젝트를 매년 1300개씩 건설해야 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창문과 벽에 태양열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9년에 최초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를 만들었다고 보고한 요코하마 토인 대학교의 미야사카 츠토무 공학 교수는 "산업계는 2025년 이전에 태양 전지의 상업화를 위해 공장에 생산 라인을 세울 것"이라며 "실외 태양광 패널뿐만 아니라 실내 IoT 전력 소자도 사용할 수 있어 약한 조명에서도 작업이 가능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소자의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발전이 2030년에는 실리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벽과 창문과 같은 새로운 응용을 통해 태양 전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페로브스카이트 관련 한국 상황은 어떨까. 

페로브스카이트는 지난 2021년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에도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소개됐다.

국내 연구진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 개발도 활발하다. 

앞서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지난 2021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소재 기술 개발에 성공해 네이처지 표지논문에 선정된 바 있다. 

최근에는 화학연 연구팀이 200cm2 이상의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을 18.24%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따르면 종전 최고 효율은 일본 파나소닉 연구팀이 세운 17.9%로 국내 연구진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에너지소재연구센터 전남중 박사와 KAIST 서장원 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흡습성이 큰 도펀트를 대신해 우수한 용해성을 갖는 이온성 액체 형태의 도펀트를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 및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도펀트(Dopant)는 재료 또는 공정에 원하는 효과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불순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정공수송층에 포함돼 전기전도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동 연구팀은 신규 도펀트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200㎠ 이상 대면적에서 18.24%의 효율을 달성했다. 활성면적 기준으로는 19.91%로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제 공신력을 보유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차트인 'NREL 차트' 기준으로 200㎠ 이상 대면적에서 17.9%가 최고 효율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우리 기술을 국제 공인 뒤 NREL 차트 반영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정공수송층에 주로 사용되던 유기 단분자 소재인 스파이로(Spiro-OMeTAD)는 효율 확보에는 유리하나 열에 매우 취약했다. 반면 유기 고분자인 폴리트리아릴아민(PTAA)은 고온에서 매우 안정하지만 효율을 극대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 공동연구팀은 정공 전달물질의 전기적 특성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페로브스카이트 한계점을 보완해 효율 및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에 적용 가능한 신규 도펀트를 개발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산-염기 반응에 착안해 정공 전달 고분자 PTAA에 전도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산 물질과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의 결함을 억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아민 계열의 염기 물질을 반응시켜 신규 도펀트를 개발했다"며 "아민의 탄소 원자 수와 농도를 조절해 용액 내에 완전히 분산시켜 성공적으로 200㎠ 이상의 대면적에 코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18.24%의 세계 최고 수준 효율 달성 ▲연속광조사 1080시간 후 초기효율 대비 89% 이상 유지 ▲85도, 습도 85% 조건에서 초기효율 대비 90% 이상을 기록했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 셀의 크기와 유사한 200㎠ 이상 대면적의 세계 최고 효율 및 장기 안정성까지 확보, 저조도 사물인터넷(IoT) 제품형 태양전지,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 등의 상용화에 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해당기술에 대해 지난해 국내 특허 등록을 마치고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또 국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대면적 양산화 기술을 보유 중인 ㈜유니테스트에 기술 이전, 상용화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Energy Environmental Science'에 지난 3월 발표됐다.

차세대 태양광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페로브스카이트 투자도 활발하다. 

한화큐셀은 지난 16일 충북 진천공장에 1365억원을 투입해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기반 탠덤 셀(탠덤 셀) 및 모듈의 양산을 위한 파일럿 설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 설비는 진천공장에 들어서며 내년 하반기부터 시험 가동에 돌입한다.

한화큐셀은 연구개발(R&D) 목적으로 소규모 시험생산 라인을 운영 중인 독일 탈하임 R&D 센터와 협력해 오는 2026년 하반기부터 탠덤 셀을 본격 양산할 방침이다.

이번 투자로 경쟁 고효율 제품으로 꼽히는 탑콘과 헤테로정션 모듈보다 16% 이상 발전 효율이 뛰어난 탠덤 셀 기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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