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앞두고 물러나…그룹 환경 변화 속 '조현식 대리인' 꼬리표 부담 추정
한국회계기준원장 등 새로운 직책 집중 성격도

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이한상 사외이사가 임기 1년을 앞두고 자진사임했다. 이 사외이사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이 과거 부회장 시절 추천한 인사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한상 사외이사는 지난 27일자로 자진사임했다. 지난 2021년 3월 말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로 합류한 그의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까지였다. 


그는 한국앤컴퍼니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장, 감사위원회의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왔다. 한국앤컴퍼니 이사회 내에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경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4개의 소위원회가 있는데, 대부분의 소위원회에서 활동한 것이다.


한국앤컴퍼니는 오는 3월29일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이 사외이사의 사임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그의 이사회 진입 과정과 최근 그룹을 둘러싼 이슈 등을 고려하면 변화한 환경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한상 사외이사는 조현식 고문이 부회장 시절 추천한 인물이다. 당시 조현식 부회장 측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를 내세웠다.


외관상 지분율에서는 조현범 당시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측이 우위에 있었지만, 이른바 '3%룰'이 변수로 작용하며 이 교수의 한국앤컴퍼니 이사회 진입은 성공했다. 상법 개정안을 통해 감사위원 최소 1인을 다른 사외이사와 분리해 별도 선임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주주별로 최대 3%까지 제한하면서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관건이었는데 이들은 조현식 부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조현식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그 이면에는 사퇴하더라도 이한상 교수를 통해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었다.


이한상 교수는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이전부터 줄곧 "조현식 대표이사(당시)와 친분관계도 없고, 대리인으로 활동하려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투자은행업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왔다. 


현재의 상황은 당시와 큰 간극이 존재한다. 먼저 조현식 고문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이후 그는 그룹 경영에서 배제됐다. 이후 조 고문은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엠더블유앤컴퍼니'를 활용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엠더블유앤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엠더블유홀딩이다. 엠더블유홀딩은 조현식 고문이 지분 75.96%를 쥐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조 고문의 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 고문 일가-엠더블유홀딩-엠더블유앤컴퍼니'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편 새로운 직책에 집중하기 위한 점도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한상 교수는 이달 말 기업 회계 처리 기준 제·개정과 해석 등을 담당하는 한국회계기준원의 제9대 원장으로 선임됐다. 그의 임기는 3월부터 시작된다. 임기는 3년이다. 회계기준원 원장은 회계기준위원회(KASB) 위원장과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위원장을 겸임한다.


이한상 교수.(사진=한국회계기준원, 한국타이어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