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신흥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중국 IT기업과의 경쟁으로 압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미국의 클라우드 기업들이 동남아에서 중국 기업들과 심화되는 경쟁을 직면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라이벌인 두 국가의 기업들이 핵심 기술에서 어떻게 정면 승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 제프 장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장. (사진=알리바바)
▲ 제프 장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장. (사진=알리바바)

아직까지는 동남아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과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에는 중국 기업들이 먼저 진출했다. 또 중국의 알리바바, 화웨이와 텐센트는 향후 몇 년에 걸쳐 동남아에 수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제공 중이다.

클라우드 기업은 복수의 데이터센터를 묶어 가용 영역(Availability Zones·AZ)이라 부르는데 가트너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동남아에서 알리바바, 텐센트와 화웨이는 각각 AWS, MS와 구글 클라우드보다 더 많은 AZ를 제공 중이다. 이에 대해 WSJ는 “중국 경기 침체와 엄격한 규제로 인해 점점 더 해외로 내몰리고 있는 중국 IT 회사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미국 경쟁자들을 어떤 식으로 압박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많은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은 동남아를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한다. 시장의 성숙도가 높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고 당국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글로벌 파트너 지원에 10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지난달 싱가포르에 국제 사업 본부를 설립했다. 화웨이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정부’ 및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의 클라우드 인프라 개발에 3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소매 금융 서비스 기업인 ‘아스트라 파이낸셜’은 2019년에 온프레미스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이전했는데 당시 인도네시아에 데이터 센터를 보유한 기업은 알리바바가 유일했다. 이후 구글과 AWS는 각각 2020년과 지난해에 인도네시아에 첫 데이터센터를 세웠고 아스트라 파이낸셜은 다른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사용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알리바바가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로 남아있다.

동남아의 클라우드 리셀러들에 의하면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 대비 제품을 20~40%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큰 할인율로 수익은 감소했지만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중소기업이 많은 동남아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경쟁이 심화되며 미국 기업들도 동남아에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AWS는 데이터센터와 기타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을 위해 향후 15년 동안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해 여름부터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으며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각종 디지털 프로젝트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동남아 클라우드 시장 조사 업체인 ‘트윔빗’의 공동창업자인 제시 텅은 “중국 기업들이 중국 기술 인프라와 생태계에 익숙해지도록 현지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동남아에서 미국 기업의 주도권이 빠르게 뒤집히지는 않겠지만 중국 기업들은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