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주 권리보호' 집중투표제, 미준수율 100%
전체 71%,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안해 
녹십자·대웅제약, 업계 내 미준수건수 최대...셀트리온·유한양행 미준수율, 전년 대비 높아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주주배려나 이사회 독립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수 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한 '집중투표제'의 미준수율은 100%에 달해, 개선이 필요하다. 

ESG행복경제연구소 '시총 200대 기업 업종별 ESG 통계자료'에 따르면 시총 200대 기업을 15개 업종으로 분류해 '15대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현황을 조사한 결과, 제약·바이오업종 7개사(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유한양행·한미약품·녹십자·대웅제약)의 미준수 건은 평균 5.3건으로, 전체 평균(4.6건)보다 낮았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준수를 권고하는 △주주(4개) △이사회(6개) △감사기구(5개) 등의 부문으로 나눠 평가하게 된다. 의무 공시 대상은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서 지난해 자산 1조원 이상인 상장사로 확대됐다.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제약·바이오업종의 의무 공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유한양행·한미약품·녹십자·대웅제약 등 7곳이다.

GC 본사. / GC녹십자 제공
GC 본사. / GC녹십자 제공

◆ '미준수율 100%' 집중투표제, 정관상 이유 배제...삼바·한미약품 등, 이사가 의장 겸해

항목별로 제약·바이오업계의 '주주'와 '이사회' 부문 준수율이 대체로 낮았다. '이사회' 부문에서 대다수의 기업은 △집중투표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등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7개사 모두 준수하지 않았다. 이 항목은 대주주 권한 독점을 막고 소수 주주 권한을 보호하기 위해 포함됐다. 시행 시 소수 주주가 원하는 이사 선임의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다만 상법상 임의조항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정관'상 이유로 배제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녹십자 등은 정관상 배제를 이유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의 미준수율은 71%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한양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 기준을 총족하는 자료는 부재하지만 내부 프로세스 및 법적 요건은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측 관계자 역시 "성문화된 승계정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명문화된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업들의 설명은 가이드라인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안은 △승계정책의 수립 및 운영 주체 △후보(집단) 선정, 관리, 교육 등 승계정책의 주요 내용 △공시대상기간동안 교육 현황 등의 세 가지 조건이 포함됐다. 

여기에 '단순히 유고시 직무대행 순서만 이사회 규정 등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는 승계규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음'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에 기업들의 형식상 승계정책으로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하고 있는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졌다. 

아울러 이사회 독립성을 볼 수 있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의 미준수율도 71%가량이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한 5개 기업이 대표이사 등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김태한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기타 비상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의 경우 직전 공시에서 준수한 항목이었으나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기준 강화에 따라 미준수로 변경됐다. 

한미약품은 이사회 규정상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녹십자의 경우 정관 및 이사회 규정상 분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주주' 부문에서는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등의 준수율이 낮았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주주총회 소집공고 기한은 평균 16.6일이다. 4주 전에 소집공고를 낸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주주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주총 안건과 날짜를 4주 전에 공고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은 상법상 의무 기한인 2주만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는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을 제외한 5개 기업이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투명한 배당 정책을 공개함에 있어 기업들의 소극적인 측면을 볼 수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명문화된 배당정책을 보유하지 않지만 배당실시 계획은 전자공시 시스템의 '주식배당결정' 공시로 통지한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배당 결정 공시만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십자 관계자는 "배당 정책은 있지만 배당계획을 통지하지 않는다. 배당 결정 시 연 1회 주주에게 통지한다"고 전했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 / 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 본사 전경. / 대웅제약 제공

◆녹십자·대웅제약, '감사기구' 부문까지 취약..셀트리온·유한양행, 전년 대비 미준수율↑

기업별로는 녹십자와 대웅제약이 나란히 47%의 미준수율로 업계 내에서 가장 높았다. 녹십자와 대웅제약은 '주주'와 '이사회' 부문 외에도 '감사기구' 부문 항목을 시행하지 않았다. 두 기업 모두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 감사인과 회의 개최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준수한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항목을 시행하지 않아, 미준수율이 높아졌다. 이에 셀트리온 관계자는 "리스크관리, 준법경영, 내부회계관리, 공시정보관리 등 내부통제정책을 마련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준수했다고 표기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지키지 않아 올해는 미준수로 기록됐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준수하지 않았던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등 3가지 항목을 시행하면서 미준수율을 낮췄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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