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기강 잡기’ 나선 FIU… 위기 놓인 페이코인의 전망은 ‘비관’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 전반으로 ‘기강 잡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당국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위의 시장 기강 잡기 혹은 규제 강화에 대한 의지를 이번 페이코인 결정을 통해 드러낸 거라고 봅니다.”

서비스 종료∙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페이코인을 두고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당국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전반적인 가상자산 시장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금융정보분석원(이하 FIU)은 페이코인을 운영하는 페이프로토콜이 특정금융정보법상(이하 특금법)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다음달 6일 페이코인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를 종료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FIU는 “페이프로토콜에게 지난해 말까지 특금법에 따른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가상자산 매매업을 위한 변경 신고를 불수리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페이코인은 다음달 6일 서비스 종료될 예정이다.

페이코인은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통합결제 솔루션 제공 업체 ‘다날’의 자회사 다날핀테크가 주도하고 있다. 다날에 따르면 페이코인은 320만 사용자와 15만 가맹점에서 가상자산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뚜레쥬르, 버거킹 등 실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있다.

앞서 지난해 4월 페이프로토콜은 가상자산 지갑∙보관업체에서 가상자산 매매업을 위한 변경 신고를 FIU에 접수했다. 당시 FIU는 페이프로토콜의 신고를 수리하며 페이코인의 결제/정산 과정에서 ‘원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지난해 12월 말까지 특금법에 따른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요건을 갖출 것을 지시했다.

FIU의 지시에 따라 페이코인은 전북은행과 함께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FTX 파산 등 갑작스러운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위험을 확인하는 검토 과정이 보강됐고, 이에 따른 시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해 페이코인 측은 지난 12월 29일 실명계좌 발급 기한 연장을 신청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페이코인의 위기는 서비스 종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날인 지난 6일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 또한 페이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면서 페이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닥사 측은 “FIU가 페이코인 결제 서비스를 다음달 5일 자정까지 제공되는 것으로 안내함에 따라 페이코인(PCI 코인) 또한 중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페이코인 측은 “금융당국이 요청한 실명인증 가상계좌 확인서 발급에 대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음에도 기한 내 발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최종적으로 불수리 통보를 받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실명계좌 발급을 빠른 시간 내 완료해 2월 5일 이전에 다시 변경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페이코인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을 품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페이코인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은행으로부터 기간 내에 실명계좌를 받는 게 불가능한 수준일 뿐더러 FIU가 페이코인 사업 구조 자체에 시장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코인은 현재 유보금 설정이 안 돼 있는 상황이라 자금세탁과 가격 변동 위험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이 코인의 유통과 매매를 함께 맡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페이코인 측은 “페이코인의 주요한 이용 목적은 결제 서비스이고, 결제 서비스는 단순한 자금의 이체에 비해 훨씬 낮은 자금세탁 위험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페이코인의 서비스 프로세스(위)와 결제/정산 프로세스(아래) (출처: 다날 홈페이지)

페이코인은 이용자가 페이코인(PCI 코인)을 지불하면 가맹점이 이를 원화로 바꿔 받는 정산 구조로 돼 있다. 그 과정에서 중개자인 페이프로토콜은 중간에서 PCI 코인을 원화로 환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FIU는 이 과정에서 ‘원화’를 취급하고 있기에 실명계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FIU는 “(가상자산 거래소 같이) 가상자산과 금전 간의 직접 교환뿐만 아니라, 중개와 매개 수단을 이용한 간접 교환의 경우에도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개정된 특금법 시행에 따라 원화를 취급하고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야 한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조치로, 각각의 고객별로 가상계좌를 개설해 입출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개정된 것이다. FIU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않는다면)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자금세탁방지 관리 감독을 받지 않아 자금세탁경로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당시 사업 구조상 PCI 코인을 결제로 받아주고 있던 ‘다날’과 페이코인의 정산을 담당하는 ‘다날핀테크’ 또한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할것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측에 따르면 페이프로토콜은 다날과 다날핀테크가 가상자산을 취급하지 않도록 사업구조를 변경한 후 지난해 5월 다시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당국이 변경한 사업구조에 대한 검토를 5개월이 지난 10월에서야 22년 연말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의 발급을 추가로 요청했다.

페이프로토콜 류익선 대표는 “페이프로토콜은 2개월이라는 짧은 기한에도 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었지만, FTX 등 일련의 사태가 터지면서 일정이 미뤄졌다”며 “그 이후로 금융당국에 보완 제출 기간의 연장을 요청했지만, 당국은 불수리 처리했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조차도 시장은 비관적인 입장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FTX 파산 등으로 인해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FIU 측에서는 전북은행이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페이코인이 국내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서비스 종료 혹은 상장폐지로 이어지면 관련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페이코인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의 국내 거래소를 포함해 후오비, 오케이엑스 등의 해외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다. 16일 오후 5시 57분 코인마켓캡 기준 PCI 코인은 0.165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가상자산 업종에 대한 법이 아예 부재한 상태라 FIU가 특금법에 기반해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기 어렵다”면서 “산업 육성, 투자자 보호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일정 부분 개선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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