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시율 가장 높은 업종 자동차부품 87.5%…제약·바이오 업종 4.54% 최하위
글로벌 ESG공시 최종기준 완성 앞두고 스코프3 포함 여부에 국내 기업들 촉각
재계에선 "시기상조" 목소리도…측정·추적 어려운데다 협력업체까지 포함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 / 픽사베이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 / 픽사베이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가 제품의 생산·사용·재활용·폐기 등을 포함한 전 생애주기 평가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에 직접 배출량 외에 제품 생애주기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측정·추적하는 '스코프(Scope) 3' 대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ESG 공시 최종 기준 완성을 앞두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통 스코프3는 중소기업 탄소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 시총 2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를 기점으로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글로벌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ESG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2021년말 기준 시총 200대 기업 중 '스코프3' 배출량 공시 70개社

ESG행복경제연구소가 2021년 말 기준 국내 시총 200대에 속한 기업들을 조사하고 지난해 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은 70개사(社)로, 공시율은 35%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부품 8개사 중 7개사(87.5%) △금융지주  9개사 중 7개사(77.77%) △비금융지주사  17개사 중 11개사(64.7%) △은행·증권·카드 8개사 중 5개사(62.5%) △건설·조선 12개사 중 6개사(50%) △보험 6개사 중 3개사(50%) △IT업종 15개사 중 6개사(40%) △화학·장업 28개사 중 9개사(32.14%) △물류 17개사 중 5개사(29.41%) △전기전자 20개사 중 5개사(25%) △식음료 7개사 중 1개사(14.28%) △전문기술 15개사 중 2개사(13.33%) △엔터테인먼트 8개사 중 1개사(12.5%) △철강·기계 8개사 중 1개사(12.5%) △제약·바이오 22개사 중 1개사(4.54%) 순으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었다. 

IT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6개 기업은 카카오·엔씨소프트·SK텔레콤·삼성에스디에스·KT·LG유플러스 등이다.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고 있는 기업들이었다. 네이버·넷마블·카카오게임즈 등 9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건설·조선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6개 기업은 삼성물산·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HD현대·GS건설·현대미포조선 등이다. 이 중 ESG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기업은 현대건설,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기업은 HD현대와 현대미포조선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삼성중공업 등 6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지주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7개 기업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BNK금융지주·JB금융지주·DGB금융지주 등이다.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기업은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DGB금융지주였다.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는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물류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5개 기업은 HMM·현대글로비스·코웨이·BGF리테일·롯데쇼핑 등이다.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기업은 HMM·코웨이·BGF리테일 등이다. 대한항공·이마트·GS리테일 등 12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보험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3개 기업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이다.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기업은 삼성화재였다. 메리츠화재·한화생명·현대해상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식음료 업종에서는 KT&G가 유일하게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이었다. KT&G는 ESG위원회 설치·여성등기임원 선임 항목도 충족했다. CJ제일제당·오리온·동서 등 6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는 CJ ENM이 유일하게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었다. CJ ENM은 ESG위원회 설치·여성등기임원 선임 항목도 충족했다. 하이브·강원랜드 등 7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은행·증권·카드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5개 기업은 기업은행·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삼성카드 등이다.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했다. 카카오뱅크·메리츠증권 등 3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자동차부품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7개 기업은 기아·현대모비스·한온시스템·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만도·현대위아 등이다. 모두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고 있었으나, 한온시스템과 현대위아는 ESG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에스엘은 유일하게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전기전자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5개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이다.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고 있었다. LG전자·일진머티리얼즈·DB하이텍 등 15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전문기술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2개 기업은 제일기획과 LS일렉트릭(LS ELECTRIC)이었다. 제일기획은 ESG위원회 설치·여성등기임원 선임 항목에 해당하지 않았으며, LS일렉트릭은 ESG위원회는 설치했으나 여성등기임원은 선임하지 않았다.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엘앤에프 등 13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유알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고 있었다. 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 등 21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비금융지주사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11개 기업은 포스코홀딩스·SK·LG·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한진칼·아모레G·CJ·한화·두산·한국앤컴퍼니 등이다.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여성등기임원을 선임하고 있었다. 한미사이언스·GS·롯데지주 등 6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철강·기계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유일한 기업은 현대로템이었다. 다만, 현대로템은 ESG위원회 설치·여성등기임원 선임 항목은 해당하지 않았다. 고려아연·현대제철·두산밥캣 등 7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화학·장업 업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9개 기업은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에쓰오일·한화솔루션·금호석유·SK케미칼 등이다.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었으며, 여성등기임원도 선임하고 있었다.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SKC 등 19개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ESG위원회 설치·여성등기임원 선임 여부도 개선 필요 

스코프3 배출량 공시와 ESG위원회 설치·여성등기임원 선임 여부 항목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완이 필요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ESG 점수도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ESG기준원(KCGS)이 국내 기업 772곳을 대상으로 글로벌 ESG 동향을 고려한 평가모형을 적용해 ESG 등급을 측정한 발표 결과에 따르면 전년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등급이 하락했으며, 특히 '매우 취약'에 해당하는 D등급이 폭증했다. 이와 별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주요국의 ESG 성과 평가 실태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17개 주요국 상장사의 ESG 평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의 ESG 점수는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스코프3 배출정보 공시 의무화는 ESG경영에 취약한 국내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EU에 이어 미국도 탄소배출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코프3 배출 정보 공시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도 스코프3 배출정보 공시 의무화를 추진한다. 

강화되는 규제에 맞춰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애플은 2030년까지 제품의 가치사슬과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활동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셸 등 정유업체도 스코프3를 포함한 탄소배출량 감축을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의 탄소배출 제로화 계획인 '넷 제로 로드맵'이 업그레이드 된 'ESG Report 2021' 표지. 
SK이노베이션의 탄소배출 제로화 계획인 '넷 제로 로드맵'이 업그레이드 된 'ESG Report 2021' 표지.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21년 특별보고서를 통해 스코프 1·2·3을 포함한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두 번째 특별보고서인 '2022년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통해 더 구체적인 스코프3 감축 목표와 이에 따른 전략을 공개했다. 스코프3는 기업 입장에선 측정과 추적·대처가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이 스코프3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한 것은 업계에서 선도적 시도라는 평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간한 '금융 관련 공공기관 기후공시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관련 17개 공공기관 중에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2곳만이 스코프3를 측정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KB그룹이 국내 최초로 스코프3 범주의 자산포트폴리오까지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공개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선도적으로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SBTi) 기준에 따라 스코프1·2·3 배출량을 산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올해 완성되는 ESG 공시 기준 대응과 별개로 스코프3를 의무에 포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탄소배출 측정 범위에 중소·중견협력업체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에 ESG경영과 관련해 처벌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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