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커뮤니케이션의 필수 요소로 떠오르며 시장경쟁 가열

[아이티데일리] 2001년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콘텐츠 관리 시스템)는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조사기관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경기침체로 2002년까지 이렇다 할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CMS시장이 2003년들어 다시 주목받았다. 큰 폭의 성장은 아니었지만 전년에 비해 시장이 확대됐고 공급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CMS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았던 2003년 1월 당시 상황을 들여다봤다.

 

CMS 시장이 조금씩 열리던 2003년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콘텐츠 관리 시스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2001년,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일반 예상과는 달리 이렇다할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다 2003년에 다시 주목받았다.

CMS 업체들의 매출에서 CMS 시장의 활성화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2001년 SBS방송국에 설치됐다가 한글 지원 문제 등으로 공급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인터우븐은 2003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우리은행 등 10여 개 사이트를 확보하면서 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비넷은 솔루션이 소개된 후 마땅한 레퍼런스 사이트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포스코 기업 포탈 프로젝트(Enterprise Portal, 이하 EP)에 CMS를 공급하게 됐으며, 조인스닷컴의 미디어 포탈 구축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났다.

이러한 매출 증가는 비단 해외업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국내 벤더들의 수주 경쟁 또한 치열했다. 아이브릿지는 2001년 초 한국기술거래소와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의 CMS 부분을 맡은 데 이어, 세창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업계와 한국선물협회 등 금융권에도 진출해, 10여 개 레퍼펀스를 확보했다. 이는 2001년 SK증권, 주택은행, 월드건설, 우림건설 등 4개 사이트를 확보한 것과 비교할 때 사이트 수로는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아이브릿지는 CMS 분야에서 약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EP·CRM에도 필요한 CMS

이처럼 CMS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기업 포털이나 CRM을 고려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솔루션과 연관성이 높은 EP의 수요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기업의 EP 프로젝트나 CRM 프로젝트의 경우 콘텐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의 EP 프로젝트였다. 포스코는 기업 포털을 구축하면서 오라클 EP를 선택한 후 EP에 포함되는 웹 사이트에 대한 통합 콘텐츠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비넷V6’을 적용해 CMS를 구축했다.

이와 관련, 다우기술 이홍수 과장은 “CMS와 EP는 기능적으로 상충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EP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CMS가 꼭 필요하다. 메일서버나 웹 서버처럼 CMS가 기업의 기본 인프라스트럭처로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텀 공급사인 펜타시스템은 국민카드에 다큐멘텀 4iECM을 적용해, 국민카드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13개 웹 사이트의 콘텐츠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이피파니의 CRM 솔루션과 CMS를 연동한 사례다. 또 아이브릿지가 CMS와 지식관리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 KMS)을 동시에 구축한 골든브릿지의 경우 업무 관련 외부 지식을 CMS로 체계적으로 수집해 사내 지식과 유기적으로 통합 제공하는 콘텐츠 통합서버로 CMS를 활용했다.

CMS가 이처럼 기업의 각종 시스템들과 연계되면서 사용자들의 의식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2001년에는 CMS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느라 시간이 빠듯했는데 이제는 그러한 수고는 상당 부분 감소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브릿지 최우열 부사장은 “CMS를 도입하고자 하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전에는 단순히 콘텐츠 관리의 필요성만을 이야기한데 그쳤지만, CMS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사이트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2003년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웹 콘텐츠 관리 매직 쿼드런트 (출처: 컴퓨터월드 2003년 1월호)
웹 콘텐츠 관리 매직 쿼드런트 (출처: 컴퓨터월드 2003년 1월호)

 

ECM, 해외 업체들 간 경쟁 치열

이러한 기대는 단순히 국내 기업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지사 설립과 본사 임원진 방한 등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에 나선 해외 업체들의 움직임에서도 국내 CMS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국내 총판들에게 영업을 일임해온 인터우븐, 스탤런트 등 해외 CMS 업체들은 2002년 상반기에 국내 지사를 일제히 설립했으며, 때맞춰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중역진들이 한국을 방문해 자사 제품과 국내 시장에서의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인터우븐이었다. 비넷과 함께 국내 시장에 CMS를 소개한 인터우븐은 2002년 3월 한국 지사를 설립했으며, 이어 스탤런트와 디바인이 각각 2002년 4월과 5월 국내에 지사를 설립했다. 이들의 지사 설립 목적은 당연히 한국 내 시장 확대였다. 각 사는 채널을 정비하고 마케팅 영업과 영업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세 회사 모두 CMS 전문벤더로서 기업 콘텐츠 관리(ECM)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했다. 웹 콘텐츠 관리(WCM) 시장이라 볼 수 있는 초기 시장을 국내 업체들에게 내주었다는 반성과 파일네트, 다큐멘텀, 머랜트 등 전문 벤더들과 IBM, MS, CA 등 한국 시장에서 네임 밸류를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새로 떠오르는 ECM 시장마저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들 기업이 본사 임원들을 동원해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연 것도 CMS시장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먼저 공세에 나선 건 2001년 부진을 씻고 WCM 솔루션의 대표업체로서, ECM의 선두주자로 나서려던 인터우븐이었다. 인터우븐은 2002년 8월 존반시클렌 사장이 방한, 국내 50개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인터우븐코리아는 설립 후 4개월여 만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한상공회의소, 농협, 삼성화재 등 10개 고객사를 확보했을 만큼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인터우븐 존 시클렌 사장이 다녀간 지 보름 뒤 파일네트의 최고마케팅담당자가 방안해 “콘텐츠 관리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전문기업인 파일네트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국내 공략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IBM·MS도 CMS 시장 공략 나서

국내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IBM과 MS이 CMS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해외 업체들 간의 한판 승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됐다.

2001년부터 CMS 시장을 저울질해왔던 IBM은 전자기록관리 전문업체인 테리언소프트웨어를 인수한 바 있다. 테리언소프트웨어는 전자적으로 저장되는 정보에 기록 부유와 처리 정책을 적용해야 하는 고객들에게 필수적인 전자기록관리 소프트웨어 선도 업체였다. IBM은 2002년 말에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자사의 콘텐츠 매니저, DB2 데이터베이스, 로터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IBM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전체에 걸쳐 테리언 소프트웨어의 기술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2001년 처음 CMS 제품을 내놓은 MS도 확장성과 유연성이 강화된 ‘컨텐트 매니지먼트 서버 2002’를 발표하면서 닷넷센터가 구축된 SI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레퍼런스 확보에 나섰다. 특히 MS 서버 제품이나 오피스와의 유연한 통합,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레퍼런스 사이트가 없었던 MS는 우선적으로 사이트 확보에 나서는 등 시장공략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CMS, 개념 재정립 돼야

그렇다면 CMS 시장이 본격화하는 데 장애물은 없었을까. 이와 관련, 당시 대부분의 업체들은 ‘CMS 개념의 혼재’에 따른 시장 혼란이 시장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브릿지 최우열 부사장은 “CMS 초기 시장을 선도했던 업체들은 웹 기반 솔루션업체들이 많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시장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했다”면서 “특히 전자카탈로그 등과 관련된 요구가 많았던 탓에 웹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들이 자연스럽게 WCM업체로 변신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는 ‘CMS=WCM’이라는 등식이 한동안 통용됐던 것이 현실이었며, 이 시장에서만큼은 국내 업체들이 세계적인 전문 벤더들을 물리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WCM 솔루션은 앞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웹 기반 솔루션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 쉽게 확장할 수 있을 만큼 특별한 진입장벽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업체들이 몰려들게 되고 결국 과당경쟁을 초래하는 일이 빈번해짐으로써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원인이 됐다.

따라서 업체들은 CMS의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CMS=WCM+ECM’이라는 등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KCC정보통신의 서인석 팀장은 “ECM과 WCM은 각각 역할이 분담돼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WCM은 외부 불특정 대상을 위한 것이며, ECM은 특정 대상을 위한 것으로 결국 기업 포탈의 기본으로 ECM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WCM에서 ECM으로의 확장은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당시 메타그룹은 대부분의 WCM 업체들이 ECM을 지향할 것이며 소수의 기업만이 순수한 WCM업체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004년까지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95%가 WCM을 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CMS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확한 개념 정립이 선행돼 사용자로 하여금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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