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서진시스템이 자회사 유상증자에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베트남 현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서진오토에 절반 이상을 배분해 눈길을 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진시스템은 지난 7일 종속회사인 ▲㈜텍슨 ▲서진비나(베트남) ▲서진오토(베트남)에 약 1500억원 규모의 자본을 납입하는 출자계획을 공시했다.

먼저 국내에 사업부를 두고 있는 텍슨에는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단독 납입할 예정이다. 서진시스템은 2015년 텍슨을 인수함으로써 기존의 알루미늄 소재의 응용제품 제조사업에서 각종 장비의 구동장치 제조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진시스템은 통신장비부문, 모바일부문, 에너지저장장치(ESS)부문, 반도체장비부문과 관련된 각종 장비들을 폭넓게 생산ㆍ판매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번 텍슨에 대한 자금납입은 한 차례 변화를 겪은 본업 부문에 대한 운영자금 확충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서진오토와 서진비나의 베트남 현지법인에 각각 758억원, 365억원의 자금이 투자된다. 주식수와 액면금의 개념이 없는 베트남 주식회사의 특성상 주식 발행이 아닌 기존의 대여금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서진비나는 베트남 현지에서 알루미늄 소재 스마트폰 케이스나 스마트폰 관련 부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서진시스템의 본업을 현지에서 구현하는 형태인 셈이다. 반면 서진오토는 자동차ㆍ전기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서진시스템의 핵심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서진시스템의 대규모 투자는 '신사업을 위한 자본배분의 최적화'로 풀이된다. 성장이 다소 둔화된 국내 대비 성장여력이 높은 해외투자에 방점을 뒀고, 그 중에서도 신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전기차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게 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의 산업발전 과정과 현 발전 상황을 보면 과거의 한국의 성장과정을 후행하는 등 유사성이 크다"며 "국내 기업 역시 이를 고려해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서진시스템의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부문을 위주로 서진비나의 인프라가 갖춰진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의 베트남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서진시스템 측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등 텍슨의 생산체계를 베트남으로 이전해 램리서치 본사의 협력업체 승인할 계획"이라며 "램리서치의 다국적 생산기지로부터 직접 수주 체계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진시스템 해외진출 성패는 서진오토가 담당하는 신사업 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기존사업과 비교해 신사업은 국내에서 성공 전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베트남 현지에서의 실적을 보면 최근 사업연도 기준 서진 비나가 당기순손실 30억원을 내는 동안 서진오토는 168억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서진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이 33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723억원) 대비 22% 가량의 외형성장을 달성했다. 다만 매출원가의 상승으로 매출총이익은 같은기간 426억원에서 389억원으로 약 8.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