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왕립 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스웨덴의 진화유전학자 스반테 페보가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 증서와 함께 1000만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노벨위원회 공식 발표에 따르면 페보는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호미닌(인류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의 게놈 발견 및 인류 진화에 대한 연구 업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페보의 발견은 현대 의학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DNA가 현 인류의 게놈 전체에 퍼져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무엇이 현생 인류와 조상 종족간의 생리학적 독창성 또는 유사성을 만들어내는지 분석해내어 인류 진화 연구에 큰 공헌을 했다고 노벨위원회는 전했다.
예를 들어 데니소바인의 유전자 중 EPAS1은 고산지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늘날 티베트인들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중 일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우리의 기원에 대한 탐구, 멸종된 조상 종족과 현 인류 간의 관계성에 대해 탐구해왔다. 페보는 네안데르탈인 게놈 염기서열분석과 고대 인류의 DNA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무엇이 우리를 독창적인 인류로 만들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페보 소장은 어려서부터 고대인류사와 이집트학에 매료됐다. 의대를 졸업한 후 페보는 미라의 표본에서 DNA를 분리하는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비록 부분적인 성공에 그쳤지만, 페보는 고대 인류의 DNA가 화학적 분해되어 변형됐고 박테리아로 오염되어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이에 페보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일반 DNA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손상되어 연구가 어려운 반면, 미토콘드리아는 다른 세포소기관과 달리 수천 개씩 자신만의 DNA 조각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페보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4만년 전 인류의 뼈 조각에서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냈다. 현대인과 침팬지의 유전자 비교, 네안데르탈인이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종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에도 한계는 있었으나 페보의 궁극적 목표는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전체 지도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오랜 연구 끝에 2010년 페보는 80만년 전 살았던 인류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노벨상선정위원회는 이러한 페보 소장의 연구를 통해 인류 기원에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고, ‘고유전학(paleogenomics)’이란 새로운 연구 분야가 개척되었다고 평가했다.
페보는 부친에 이어 2대 연속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 수네 베리스트룀(1916~2004)은 스웨덴 생화학자로 1982년 호르몬 물질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을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페보는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 란 책을 집필해 한국에서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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