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얼마나 많은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까?

  • 자리아 고벳
  • BBC 퓨처
도시 풍경

사진 출처, Alamy

사진 설명, 인구 과잉에 관한 고민은 기원전 17세기에도 존재했다

2022년 말, 전 세계 인구가 약 80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너무 많은가?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를 BBC 퓨처가 살펴본다.

한때 계곡은 풀과 야자수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요한 늪지였을 것이다. 물고기들은 맹그로브 가장자리에 몸을 숨겼고, 오랑우탄들은 과일을 찾아 숲을 떠돌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잠들어 있던 거인이 깨어났다.

기원전 7만2000년경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최근 10만 년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토바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천둥 같은 폭발과 함께 분출된 9.5조kg의 화산재가 대기권 47km까지 솟구쳤다.

3~10cm 두께의 먼지층이 아시아 전역을 덮었다. 먼지는 식물에 시멘트처럼 달라붙었고, 수원지를 마르게 했다. 화산 퇴적물은 분화구에서 서쪽으로 7300km 떨어진 동아프리카에서도 발견될 정도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폭발로 인해 지표면에 수십 년간 햇빛이 제대로 닿지 못했고, 생물 종이 거의 멸종됐다고 주장한다.

1993년, 미국 연구자들이 인류사의 단서를 찾고자 인간 게놈을 연구했다. 그리고 인류의 숫자가 갑자기 줄어든 "인구 병목 시점"에 관한 단서를 찾아냈다.

이어진 연구에 따르면, 인구 병목은 5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에 존재했다. 당시 인구는 약 1만 명. 위스콘신 엘크혼 자치주 주민 숫자 정도 규모다. 당시 인구 급감에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곳이 아프리카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아직도 유전적으로 높은 다양성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내 집단 간의 유전적 차이가 아프리카인과 유럽인 사이의 차이보다 클 정도다.

일부 학자들은 인구 병목이 토바 화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한 논쟁이 끝나진 않았지만, 생존력이 매우 좋았던 소수가 오늘날 인류의 조상이라는 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토바 화산 이후 약 7만4000여 년이 흘렀다. 유인원 계통 중 털이 적은 영장류가 개체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더니, 지구의 거의 모든 지역을 서식지로 만들었다. 2018년엔 1만898m 깊이 마리아나 해구에서 비닐봉지가 발견됐고, 과학자들이 에베레스트에서 인류가 만든 "영원불멸의 화학물질"을 찾아낼 정도다.

세계 최대 숲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세계 최대의 숲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인류는 다른 동물이 꿈꾸지 못한 위업도 달성했다. 원자를 쪼개고, 먼 은하 행성을 탐사를 위한 장비를 보내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예술과 문화를 창조해냈다. 그리고 매일 4억1000만 장의 사진을 찍고, 80조~127조 개에 달하는 단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엔(UN)은 2022년 11월 15일이면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도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토바 화산 폭발 생존자보다 80만 배 많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구수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해석도 다양해졌다. 일각에선 인구의 증가를 전례 없는 성공으로 본다. 인구가 더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2018년 제프 베이조스는 인구가 더 늘어 태양계로 수조 명의 인류가 흩어져 사는 미래를 예측하며, 자신이 이를 실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감독이자 자연사학자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을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늘어나는 인구를 "지구에 생긴 전염병"이라고 표현한다. 인류가 걷잡을 수 없이 재생산되면서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 물로 인한 고통, 땅에 대한 갈등 등 우리 앞에 놓인 모든 환경 문제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가 55억 명이던 1994년,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이상적인 전 세계 인구수를 15억~20억 명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인구 과잉 상태일까? 그렇다면 앞으로 지구에서 인류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

오래된 고민

1980년대 후반 바그다드 대학 고고학자들이 이라크 중부 고대도시 시파에서 도서관 유적지를 발굴했다. 그리고 모래와 먼지, 오래된 벽 속에서 400여 개의 점토판을 찾아냈다. 바빌로니아인들이 만든 도서관에서 3500년 이상 잠들어 있던 기록이다.

동물 떼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오늘날엔 많은 동물들이 인류의 정착지나 인프라를 거치지 않고서는 서식지를 이동할 수 없게 됐다

당시 발견된 점토판 중 4개가 특별했다. 메소포타미아 전역에서 발견된 점토판들에 누락됐던 이야기가 기록돼 있었다.

"(인류 창조 이래로) 아직 1200년이 지나지 않았고, 땅이 확장되고 인류가 번성했을 때..."라고 쓰인 '아트라 하시스' 서사시는 기원전 17세기쯤 누군가 점토에 새긴 것이다. 신이 문명을 파괴하는 대홍수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아트라 하시스는 그것의 메소포타니아 버전이다. 또한 인구 과잉에 관한 가장 오래된 역사적 기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대의 이야기에서 신들은 인간이 만든 모든 "소음"과 "소란", 그리고 인류의 탐욕으로 고통받다 "황소처럼 울부짖는 땅"으로 인해 분노한다. 그래서 대기의 신인 엔릴은 1200년 주기로 전염병과 기근, 가뭄을 일으켜 인간의 수를 줄이기로 한다. 다행히 다른 신이 나서서 하루의 시간을 벌어줬고, 이에 분노한 엔릴은 대홍수를 일으킨다. 이렇게 방주의 전설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트라 하시스가 쓰인 무렵, 세계 인구는 현재 카메룬 혹은 대한민국 수준인 2700만~5000만 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1000년간은 인구수에 대한 학자의 고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아테네의 인구가 두 배로 늘자, 철학자 플라톤은 이렇게 탄식했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병을 앓고 난 몸뚱어리 같다. 토양의 비옥함은 사라졌고, 황량한 껍데기만 남았다."

그는 국가가 엄격하게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며, 이상적인 도시 인구는 504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소비 조절이 중요하다며, 식민지 건립이 과잉 인구를 상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군중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전 세계 인구를 파악하는 건 다소 까다로운 문제다

기원전 375년경에 쓰인 플라톤의 대작에서 그는 가상의 도시 국가 두 곳을 그렸다. 하나는 건강한 곳이고, 다른 하나는 "사치스럽고 과열된" 곳이다. 후자에선 사람들이 "필수적 욕구 이상으로" 소비주의에 물들어 있다. 그리고 도덕적으로 쇠퇴한 이 도시 국가는 결국 자연스럽게 이웃 국가를 점령하는 전쟁에 의존하게 된다. 추가 자원 없이는, 거대하고 탐욕에 찬 인구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제기한 쟁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많은 인구가 문제일까? 아니면 그들이 소비하는 자원이 문제일까?

플라톤 이후,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대한 고민이 나오기까지는 5세기 이상이 걸렸다. 카르타고에 살았던 작가 터툴리안은 대중의 파괴력에 대해 오늘날과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기원후 200년 전 인류의 숫자가 1억9000만~2억5600만쯤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지구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지고 인류가 지구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후 1500여 년이 지났고, 전 세계 인류 인구는 3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인구를 둘러싼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비관론자인 영국의 성직자 토마스 맬서스는 사람들은 먹어야 하고 섹스를 좋아한다는 관찰로 1798년에 출판된 자신의 저서 '인구론'을 시작한다. 이러한 단순한 전제만으로도 인류의 욕망이 지구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맬서스는 "견제받지 않으면, 인구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한다. 숫자에 대해 약간이라도 안다면, 인구의 증가세가 식량 증가세에 비해 얼마나 가파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이 간단한 서술은 큰 반향을 불러왔다.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전에 조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노한 사람들은 인구수를 제한하는 것이 터무니없고 비윤리적이라며, 식량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를 조절해야 한다는 쪽에선 특히 수백 년 전에 도입된 영국 빈민법을 비난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녀를 돌볼 수 있게 돈을 주는 법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아이를 더 낳게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이 출판되었을 때 전 세계 인구는 약 8억 명이었다.

광물 자원 관련 위성 사진

사진 출처, Alamy

사진 설명, 광물 자원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 산업은 환경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던 중 1968년 스탠퍼드 대학 교수 폴 에를리히가 아내와 공동 저술한 '인구 폭탄'이 인구 과잉 우려에 불을 붙였다. 이들은 인도의 도시 델리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택시로 호텔과 빈민가를 오가면서 본 엄청난 규모의 인간 활동에 압도됐다고 한다. 당시 런던 인구가 델리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저술 방식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책을 쓴 것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대규모 기아 문제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이의 견해에 따라 인구 과잉에 대한 커다란 불안을 일으키며 널리 인정받기도,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적정 인구수에 대한 논쟁은 학문적 범위에만 머물지 않았다. 때로는 박해와 인종 청소, 대량 학살을 정당화하는 무기가 됐다. 물론 가해자들은 인류 전체가 아닌 특정 사회 계급, 종교, 민족 등을 의도적으로 줄이려 했다. 이런 역사는 인구 과잉이라는 개념이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결과를 보여준다.

맬서스의 저서 출판 35년 후인 1834년 초 영국의 빈민법이 폐지됐다. (그가 "농민"이라고 불렀던) 특정 사회 계급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맬서스의 우려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묘사된 고아 노동 착취 등이 법안 폐지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이후 수 세기 동안 우생학이 인구 조절이라는 위장막을 사용해 왔다. 또한 개인의 자유를 축소할 때도 인구 조절이라는 개념을 동원했다. 1980년대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해 인간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 그 예다.

말레이시아 기름 아자수

사진 출처, Alamy

사진 설명, 1870년 말레이시아에 처음 심어진 기름 야자수는 현재 약 590만 헥타르의 토지를 덮고 있다

아직도 논쟁 중인 미래

오늘날 인구를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 할당량 또는 목표를 세우는 방식의 정책은 대부분의 사회 집단으로부터 비난받는다. 인구를 조절하겠다는 의도가 강압이나 다른 잔혹 행위로 이어질 위험성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낮은 출산율을 위기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인구학자는 영국의 출산율 감소를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리자고 했다.

2019년 기준, 영국 여성은 1명당 평균 1.65명을 출산했다. 이는 이전과 동일한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2.075명보다는 적었지만, 해외 이주자들이 있어 영국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세였다.

반면 전 세계 인구 증가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중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자발적 수단(피임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피임 수단을 제공하고 여성을 교육하는 것 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이런 조치가 지구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 자선단체 '인구문제(Population Matters)'도 이런 접근을 지지한다. 이들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주의가 지구에 주는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구 규모가 이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들이 환경 위기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지고, 채무 구제와 해외 원조를 통해 세계 빈곤과 불평등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로빈 메이나드 이사는 "우리는 특정 형태의 인구 통제 또는 강압, 선택 제한에 대해 개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접근권을 주고 선택을 가능케 하며 권리를 보장하려 합니다. 그게 사람들이 자신과 지구에 이로운 결정을 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또 인구수를 조정하는 것보다 인간 활동에 초점을 두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개인이 소비하는 자원의 양이 인류라는 집단이 만들어내는 영향력을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구에 대한 욕망을 줄인다면, 가난한 나라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고 인류의 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유럽과 북미의 전반적인 높은 인구수를 고려할 때, 저개발 국가의 인구 증가를 제한하자는 서구의 주장은 인종 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영국 경작지

사진 출처, Alamy

사진 설명, 마지막 빙하기 이후 영국은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었지만 인류가 정착한지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영국 토지의 13%만이 숲이다

되풀이되는 인구 문제를 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입장도 있다. 이 견해는 전 세계 인구의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주목한다. 그래서 인구는 크게 성장하겠지만, 다시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추정은 다양하지만, 보통 2070년 또는 2080년경에 전 세계 인구가 94억~104억 명 정도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UN은 인구가 104억 명에 도달하면 약 20년 정도 해당 수준을 유지하다가 결국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책 '텅 빈 지구: 다가오는 인구 감소의 충격'에서 저자들은 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할 고난과 기회를 다른 각도에서 제시한다.

인구수가 훗날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측면 중 주요한 몇 가지가 있다. 환경과 경제, 집단의 행복이다.

환경 문제

카메라가 흔들리며 마다가스카르의 숲을 통과했다. 두꺼운 밀림층과 베일에 싸인 들판이 긴장감 있게 이어지다가 흐릿한 회색 물체가 빠르게 화면을 가로질렀다. 팔다리가 길고 털이 창백하며, 얼굴은 검은 여우원숭이, 시파카였다.

이 영상은 사이먼 리브와 함께 한 BBC 다큐멘터리 '인도양'의 한 장면이다. 영상이 이어지던 중 경고성 내래이션이 나온다. 이곳은 야생 숲이 아니라 마다가스카르 남부 베렌티 보호구역이라는 것. 상업 농장에 둘러싸인 작은 숲으로, 전 세계에서 이 희귀 원숭이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는 것이다.

리브는 여우원숭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에 정확히 장비를 설치하고 어떤 건물도 화면에 잡히지 않도록 카메라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야생 숲을 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에 대한 환상을 드러내기 위한 설계였다.

호수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물에 대한 수요도 커졌고, 이로 인해 광활했던 호수가 사라지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야생에 대한 신화"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인류의 손길이 지구 곳곳에 닿았음을 간과하면서, 아직도 지구상에 인류가 도달하지 않은 곳이 많다고 최면을 걸고 있다.

위성 사진은 이러한 신화를 깨뜨린다. 하늘에서 보면 많은 국가들이 지표면을 인류의 목적에 맞춰 바꿔놨다. 많은 육지가 농경지와 도로, 건물이 됐다. 어떤 곳은 불과 수십 년 만에 바뀌어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구 육지 표면의 38%가 인간 또는 가축을 위한 식량 및 기타 제품(예를 들면 연료)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총 50억 헥타르 규모다.

과거 인류의 조상은 매머드 같은 거대한 몸집을 가진 동물과 싸워야 했지만, 오늘날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지배적인 척추동물이다. 무게로 따지면 인류가 육상 척추동물의 32%를 차지하며, 야생 척추동물이 1%다. 나머지는 가축이다.

자연 보존 자선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야생 동물 개체수가 1970년에서 2020년 사이에 3분의 2 정도 줄었다고 추산한다.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인구는 두 배 이상 늘었다.

인류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에서 TV 진행자인 크리스 패컴에 이르기까지 많은 환경론자들은 이를 우려한다. 2013년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은 라디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모든 환경 문제는 인구가 적을 때 해결이 더 쉬워지고, 인구가 많으면 해결이 더 어려워지며 궁극적으론 해결이 불가능해집니다."

인간이 만든 환경 발자국을 우려해 아이를 적게 낳거나 갖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들도 있다. 지구를 위해 아이는 2명까지만 낳겠다고 2019년 밝힌 해리 왕자 부부도 그중 하나다. 같은 해에 배우이자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도 지구가 "화났다"며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반출산주의 운동에 동참해 현재의 기후 비상 사태와 멸종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출산 파업"을 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2017년 나온 연구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탰다. 선진국에서 아이를 한 명 덜 낳는 것만으로도 연간 58.6톤에 달하는 "CO2 상당량" 또는 CO2e(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교하는 단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과 비교했을 때 24배 더 많은 감축량이다.

해안가

사진 출처, Alamy

사진 설명, 해안 지대는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2019년 테네시주 로즈 칼리지의 국제학과 교수인 제니퍼 시우바는 한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1990년에서 2006년 사이 유럽 22개국 내 1000여 개 지역의 인구 증가 추이를 분석하고, 이를 같은 기간 동안 도시의 토지 이용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 패턴과 비교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서유럽에선 엄청난 인구수가 이러한 환경 변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동유럽에선 인구수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인구 증가가 환경 파괴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다른 연구도 있다. 특히 부유한 국가에서 천연자원 수요가 급증해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사실 많은 환경론자들은 현재 인류의 문제가 인구 과잉보다는 소비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인구 과잉에 대한 우려가 가난한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2021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미국의 인구 증가와 비재생 에너지 사용이 환경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는 1980년부터 2017년까지의 중국 경제 성장과 천연자원 사용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전 세계 자원은 유한한데 인류가 지속이 불가능한 형태로 활용해 지구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예로 매년 인류의 지구자원 사용량 및 배출량이 지구의 생산능력과 자정능력을 초과한 시점을 가리키는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2010년 8월 8일이었지만, 올해는 7월 28일로 앞당겨졌다.

물에 잠긴 건물

사진 출처, Alamy

사진 설명, 토지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부 지역은 거주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작가인 시우바는 '인구 폭탄'이 지구를 파괴할 날이 임박했다는 에를리히의 생각이 구식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책이 나올) 당시엔 여성 1인당 평균 5명 이상의 자녀를 낳는 국가가 전 세계에 127개국이었다"고 말했다. 그 시대엔 인구 추세가 실제로 기하급수적인 듯했고, 이것이 특정 세대에게 인구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심었다는 것이다.

시우바는 "그러나 오늘날 (출산율이 5명 이상인 국가는) 8곳뿐"이라고 말했다. "추세가 바뀌었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경제적 기회

2012년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들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랩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젊은 커플들이 더 많은 아이를 갖도록 장려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노래였다.

가사는 "... 우리를 닮은 작은 사람을 만들자, 우리는 애국심이 많은 커플이지, 당신의 삶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싶어…"라는 식이었다.

이 노래가 나온 건 저출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2020년 기준 싱가포르의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1명. 오늘날 부유한 국가에선 결혼은 늦게 하고 아이를 적게 갖는 게 공통적인 경향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이 현상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여기엔 경제학의 핵심 개념이 있다.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할 수 있고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 그래서 인구 성장은 경제 성장의 가장 좋은 동반자다.

개발 도상국의 인구 증가를 우려하는 일이 비난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기도 하다. 선진국 인구는 이미 충분히 많고, 부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다른 국가들이 이런 기회를 갖는 것을 부정한다면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종차별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슬림 하지 순례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인구 증가로 매년 무슬림 250만 명이 하지 순례에 참여하는 등 문화 및 종교 행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인구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이 항상 경제 침체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1966년 초에 갑자기 출산율이 2명에서 1.6명으로 떨어지며 인구 대체 수준(인구를 현상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수준)을 밑돌게 된 일본을 보자.

하와이 대학 경제학과 명예 교수인 앤드루 메이슨은 "생활 수준을 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일본 경제가 쇠퇴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들은 인적 자본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아이를 적게 낳지만 교육을 강조하고 아주 훌륭한 건강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죠."

메이슨은 저축과 투자가 일본에서 활발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래서 (금전적) 자본이 증가하고 생산성도 높아졌습니다. 그런 것들을 함께 고려하면 ... (출산율 감소에) 극단적인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주는 것 같아요."

경제를 성장시키는 다른 방법들도 있다. 메이슨은 새로운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인류의 총합을 늘리지 않는 방법이 이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민은 일부 국가에선 논란의 대상이다. 그래서 일부 국가들은 문화적 전환 없이는 이민을 활용하기 힘들다.

메이슨은 "일본이나 한국과 같이 (역사적으로) 이민에 매우 저항적이었던 국가들이 (이 정책을 바꿨을 때) 이익을 점점 크게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민은 특정 국가의 노동력 감소를 통해 자국의 경제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집착은 구식이고 폐기돼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시우바는 "인구 과잉에 관해 논쟁하다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은 같은 사람이 다른 말을 할 때"라며 "그들은 인구 과잉을 경계한다면서도 경제는 항상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인구가 적은 세상에선 성장에서 벗어나 진보로 향하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행복한 미래

인구수는 환경과 경제뿐만 아니라 삶의 질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작은 마을을 위에서 찍은 사진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인간은 자신의 필요에 맞게 환경을 변화시킨다

펜실베이니아 드렉셀 대학 교수인 알렉스 에제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가의 절대 인구수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 전망을 좌우하는 건 인구의 증가율 또는 감소율이다.

에제는 아프리카를 예로 들었다.

"많은 국가,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출산율이 실제로 떨어지고 피임약 사용이 증가하고 있어요. 이곳에선 인구 증가율이 둔화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좋은 소식이죠."

동시에 일부 중앙아프리카 국가들은 높은 출산율과 수명 증가로 여전히 인구 증가율이 높다. 어떤 곳에서는 연간 2.5%를 훨씬 상회한다. 에제는 이것은 "엄청난" 숫자라고 말했다. "많은 국가에서 20여 년 만에 인구가 두 배가 될 겁니다."

단일 지역 내에서도 국가마다 놀라울 정도로 다를 수 있다. 에제는 동아프리카 이웃 국가인 부룬디와 르완다를 예로 들었다. 부룬디는 여전히 여성 1인당 5.3명을 출산하며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여주지만, 르완다는 2010년 4.5명에서 2020년 3.9명으로 둔화하는 양상이다.

에제는 "크기와 숫자는 대화의 논점을 흐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년마다 인구가 두 배가 되는 도시들을 생각해 보세요. 아프리카에 이런 도시들이 여럿이죠. 그런데 정부가 이 도시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 기반시설을 10년마다 개선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그에 따르면 인구가 극단적으로 빨리 성장할 때는 인적 자본의 발전을 지원하는 게 어려워진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인적 자원의 발전은 도시 주민들의 행복에서 수입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인구 규모 외에 국가의 경제 성장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 요소로 간주한다.

에제는 "인구 증가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가정할 때, 인구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년인지 또는 100년인지 아니면 1000년인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에 도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해당 인구를 지탱할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성장률을 늦추는 데 검증된 한 가지 방법은 여성에 대한 교육이다. 다만 이 방법은 평균 출산 연령을 늦춘다는 부작용이 있다. 에제는 "오늘날엔 여성들이 교육받을 기회가 늘었고, 출산 외에 가정 외부로 나가 할 수 있는 직업이나 역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제는 교육의 효과를 인구에 미치는 영향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교육은 UN의 17가지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발 목표 중 하나다. 여기엔 인구 공학에 대한 오늘날의 핵심적인 생각이 깔려 있다. 정책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실행돼야 하며, 만약 그것이 인구수 조절에 도움이 되더라도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보너스라는 것이다.

에제는 "여성 교육을 도구화하고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게 하기 위해 여성을 학교에 보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출산율 감소 측면에서만 생각하기엔, 교육엔 너무나 많은 장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인구 관련 정책의 부작용을 살펴보면 인구 공학이 가진 예측이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알게 된다. 그런데도 앞으로 수십 년간 전 세계 정부들이 내린 결정이 인류의 삶을 좌우할 것이다. 100억 명 혹은 150억 명이 사는 미래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시장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오늘날 전 세계 육지의 38%가 인류가 소비할 식량을 재배하거나 기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에제는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아프리카의 인구는 y년에 x가 될 것이라는 말이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 지역을 보면... 인구는 2100년까지 오늘날의 인구보다 서너 배 더 많아질 수 있지만, 2100년에 현재의 1.5배밖에 안 될 수도 있어요. 가능성의 폭은 굉장히 넓어요. 원하는 성장률에 도달하기 위한 투자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죠."

커지는 존재감

지구에서 인류가 어느 수준까지 확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정해진 부분도 있다. 그중 하나는 인류의 노력과 관계없이 당분간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미래는 "인구 모멘텀"이라고 알려진 현상과 관련이 있다. 젊은 세대가 인구 대체 수준 이하의 출산율을 보이더라도 사망률과 이주율이 동일한 이상 인구는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구수가 단지 출산율만이 아니라, 인구 구조와 가임기 여성의 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14년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이나 세계 대전과 같은 전 세계적 비극이 발생하거나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물론 이런 상황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인구는 2100년까지 최대 100억 명까지 늘어난다. 그 안에 5년 내에 20억 명이 사망할 정도의 엄청난 재난이 벌어져도 2100년 전 세계 인구는 85억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인류는 향후 몇 년간 지구에서 가장 지배적인 생물종이라는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큰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인류가 함께 살아가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