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반칙왕 권투도장,...조치원 너무 재미있어요"
"전통시장, 반칙왕 권투도장,...조치원 너무 재미있어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8.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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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영화감독 4인 눈에 비친 세종...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 참가 감독들 나들이
“조치원, 사람 냄새 풍기는 전통적 도시” “동지역, 많은 사람 함께 사는 편리한 도시”
전통문화 체험관 관람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3일 전통문화 체험관 관람을 마치고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에 참여한 감독들이 선중 스님과 함께 광제사 대웅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통문화센터는 외국인이 방문하기 좋은 곳인 것 같습니다. 새로 지었지만 고유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있는 곳이더군요. 목조건축의 공예기술과 목조 조인트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그리스 대학 건축학부에서 디지털 건축을 가르치고 있는 드미트리스 감독은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렇게 번화한 도심 한 가운데 사찰이 있어 명상 수업을 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불교를 거의 몰랐지만 전통문화체험관을 둘러보며 불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드미트리스는 철학 이론으로만 이해했던 불교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워 했다.

세종시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를 취재하며 4명의 외국인 감독을 만났다. 그 중 건축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23일 하루동안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동지역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소개하고 싶어 투어를 제안했다.

전통문화체험관, 세종호수공원, 국립세종도서관, 수목원, 세종시청, 대통령기록관, 보람동 종합복지센터, 금강보행교 등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23일 세찬 비가 내린 날씨와 시간 관계상 최근 개관한 전통문화체험관만 방문할 수 있어 아쉬움은 많았다. 

개관한 지 한 달이 안된 전통문화체험관은 미리 연락하지 못했음에도 선중 스님이 체험관 구석구석을 돌며 많은 것을 보여주고 명상체험까지 하도록 해 주었다.

그리스에서 온 드미트리스 쥐제파스(왼쪽)과 영국에서 온 제이슨 버니(오른쪽)
그리스에서 온 드미트리스 쥐제파스(왼쪽)와 영국에서 온 제이슨 버니(오른쪽) 감독.

세종시 행복도시 거리에 즐비한 독특한 건축물은 비가 세차게 내리는 바람에 자동차 안에서만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에 KTX를 타고 오송역에 도착해 충북 청주 오송에 있는 호텔에 묵었는데 그곳이 세종시인 줄 알았어요. 그 후 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조치원에 갔는데 문화정원이 참 아름답더군요.”

영국에서 온 제이슨 감독은 1930년대 지은 정수장을 활용해 사람들이 산책하고 문화공간을 일구어낸 ‘조치원 문화정원’은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관광자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방문한 ‘침산추월’의 모습도 잊지 못했다. 도심 속의 캠핑장에서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뽑기를 하면서 즐긴 추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조치원 사람들은 참 친절한 것 같아요. 공동체문화도 살아 있구요. 신지승 감독과 조치원 시장을 다녀보니 조치원이 더 정감있고 사람들이 사는 도시 같은 느낌이 들어요. 특히 반칙왕을 촬영한 권투도장이 인상깊었어요. 조치원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영국인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싫증을 느껴 다양한 영화를 섭렵하던 중, 한국 영화의 매력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문화센터까지 운영하게 됐다는 제이슨 감독은 제주 4·3사건, 세월호,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의 비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작품도 코리아타운에 살고 있는 2명의 학생이 CCTV를 통해 목격한 인근 건물의 한 소녀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며 나오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배상(Reparation)'이다.

“이렇게 큰 신도시를 만들려면 많은 사람들이 이사 가야 하지 않았나요?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고 생활의 터전을 잃는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네요.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고 커뮤니티가 없어지는 것은 좀 슬픈 일입니다.”

한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제이슨은 세종시의 모습을 보고 토지수용과 고향을 잃은 실향민을 걱정했다.

중국에서 온 자오강(왼쪽)과 프랑스에서 온 엠마누엘 텐넨바움
중국에서 온 자오강(왼쪽)과 프랑스에서 온 엠마누엘 텐넨바움 영화감독.

“이번 영화제가 몹시 흥미롭습니다. 집행위원장인 신지승 영화감독은 우리에게 계속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합니다. 첫날부터 조치원 거리를 돌며 영화를 찍고,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유익했습니다.”

소설책을 7권 출판했다는 중국 출신 자오강 감독은 어느날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 저예산 영화를 리얼리즘 기법으로 찍어 100편 이상이 각종 영화제 후보로 올랐다고 했다.

유럽, 아시아 등에 초대받았는데 이번 영화제에 참여해서 다양한 시각을 가진 감독들과 소통하며 조치원에서 영화를 찍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자오강 감독 덕분에 다국적으로 구성된 영화감독팀은 영어를 하지 않고 구글번역기를 돌려가며 대화하는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인 유학생 친구가 통역을 해 주기로 했는데 일정이 어긋나서 혼자 왔어요.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통하는 면이 많고 같이 작업하는 것이 즐거워요.”

자오강 감독은 현대인과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는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단편영화를 선보인다.

“사람들은 물건을 만들면 물건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물건 자체로 소외되기까지 합니다. 이 스토리는 소설이 아닌 영화를 만들겠다는 영감에 의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어요.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죠.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지난 9일 개관한 한국전통문화체험관에서 명상을 체험하고 있는 영화감독들
지난 9일 개관한 세종시 한국전통문화체험관에서 선중 스님의 지도로 명상을 체험하고 있는 외국인 영화감독들.

프랑스의 생의학 엔지니어 출신인 영화감독 엠마누엘 텐넨바움은 세종시를 더 알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세종시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아요. 처음 신도시에 들어왔을 때 외관이 크고 위에서 보면 구불구불한 용의 모양을 하고 있는 건물이 있다고 들었어요. 용의 모양이라니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건물 안은 어떨까요. 궁금해졌어요.”

기자가 그 건물 안도 정부부처 공무원이 일하는 보통 사무실과 똑같다고 대답해 주자, 조금은 실망하는 눈치였다.

“세종시에는 굉장히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많은데 건물 각각의 이야기를 알아야 더 흥미로울 것 같아요.”

엠마누엘은 전통문화체험관의 관람이 무척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불교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 불교와 일본 불교가 달라서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불교가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다는 글을 읽어본 적이 있어요. 한국 절(사찰)도 처음이었는데 승려가 나와서 설명해 주어서 무척 신기했어요. 스님들과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 콘텐츠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워 할 것 같네요.”

한국인이나 중국인은 자주 볼 기회가 없어서 늘 신비롭게 생각된다는 엠마누엘은 이번 영화제에서 다양한 국적의 영화감독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다 보니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들이 인간보다 이윤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한국에 가져온 영화는 ‘자유낙하’라는 것으로, 9·11의 비극적인 사건 동안 돈을 벌었던 일부 주식 거래자들에 대한 영화입니다.”

프랑스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온 임마누엘은 점심식사로 먹은 돌솥비빔밥이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온 엠마누엘은 점심식사로 먹은 돌솥비빔밥이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엠마누엘 감독은 이번에 출품된 작품의 설명도 잊지 않았다.

영화감독의 설명을 들으니 모든 영화가 다 흥미로워 보였다.

이들의 독특한 시선의 재미까지 겸비한 단편영화들은 25일 오후 2시부터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 다목적홀에서 상영된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 영화감독들과의 만남과 소통의 시간도 제공된다.

이번 주말엔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며 영화감독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통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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